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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쿡기자] 약사, 울고 넘는 마스크 고개

약사, 울고 넘는 마스크 고개

민수미 기자입력 : 2020.03.13 05:27:28 | 수정 : 2020.03.13 05:27:42

[쿠키뉴스] 민수미 기자 =60대 남성이 낫을 들었습니다. 그가 서 있던 곳은 논이 아닌 약국.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마스크 대란’이 일어나자 이를 구하지 못한 남성이 ‘마스크를 달라’며 약사를 협박한 겁니다. 마스크 구입을 거부당하자 약국 출입문을 발로 차 유리에 금이 가도록 파손한 40대 남성도 있습니다. 마스크를 사지 못한 50대 남성이 “그럼 나는 코로나 걸리라는 것이냐”, “걸리면 책임질 거냐”며 고함을 지르고 다른 손님을 내쫓는 등 소란을 피우다 출동한 경찰에 검거되기도 했습니다.

출생연도 끝자리에 따라 마스크 구매 요일을 제한하는 이른바 ‘공적 마스크 5부제’가 시행됐지만, 마스크 부족 현상에 시민들의 불안은 계속되고 일선 약사들은 여전히 곤욕을 치르고 있습니다. “마스크 숨겨 놓고 왜 안주느냐”, “비싸 값 받으려고 일부러 없다고 하는 거지”, “너희들 마스크는 따로 챙겨 놓은 것 다 안다” 등 최근 약사들이 일부 손님에게 듣는 폭언의 수위만 보아도 상황의 심각성이 느껴집니다.

재난은 공포와 불안을 불러옵니다. 불안은 혼란을 가중하고요.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로 인한 펜데믹을 선언한 지금, 시민들이 느끼는 불안과 스트레스는 극에 달하고 있습니다. 백신도 없는 상태에서 유일한 예방법으로 알려진 마스크 착용과 손 씻기에 매달리는 이유가 여기 있죠. 이러한 상황에서 시민들의 불편과 항의를 감당하는 것은 모두 약국의 몫이 되어버렸습니다.

시계를 작년 11월로 돌려볼까요. 당연히 우리는 코로나19의 존재를 몰랐고, 전염병으로 인해 전 세계가 공황에 빠질 위기를 직면하게 될지도 몰랐습니다. 천재지변이나 청천벽력과 같은 현재 상황은 누구에게나 마찬가지라는 거죠. 이 와중에 약사들은 ‘마스크 있냐’는 물음에 하루에 수백 번씩 같은 대답을 반복하고, 5매로 들어오는 마스크를 깔끔하게 소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들에게 화를 내고 욕을 할 이유는 그 어디에도 없습니다. 

취재 중에 들었던 한 약사의 이야기가 잊히지 않습니다. 가족과 함께 약국을 운영하는 약사는 마스크를 찾는 손님과 매일같이 실랑이하고 있는데요. 허리를 다친 아들을 대신해 마스크를 사겠다는 손님의 요구를 거절하자 가정교육 운운하는 욕을 들어야 했습니다. 당시 자신이 느낀 모욕보다 가족의 심경이 걱정됐다는 그는 행패 부리던 그 손님을 막아서며 가족이 어떤 생각을 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습니다. 그 속상한 마음을 누가 헤아릴 수 있을까요.

사실상 다른 업무를 포기하고 마스크 판매에 매달리는 약사들. 강한 업무강도에 감정노동에까지 시달려야 하니 고충이 심각할 겁니다. 화풀이로 해결되는 문제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코로나19 사태를 헤쳐나갈 방법 중에는 성숙한 시민의식도 포함되어 있다는 걸 모두가 상기해야 합니다. 

mi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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