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야 미술에세이](2) 전북근대미술을 이끌어온 작가들-완주출신 권영술

입력 2020-03-19 12:2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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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장미야 조형미술학(문학박사)박사. 서양화가

권영술(權寧述 1920~1997)은 전라북도 완주군 이서면에서 태어났다. 신흥보통학교 4학년을 다닐 때까지 선생님과 주위 사람으로부터 재능을 인정받았다. 그 후 선교사가 설립한 서울경신고등보통학교에 입학하였는데, 당시 미술선생이었던 도상봉으로부터 그림을 배우게 되었다. 그 영향으로 ‘동경미술학교’로 유학을 가게 되었다고 한다.

그는 ‘동경미술학교’ 재학시절 유학생들의 전시모임인 ‘재동경미술학교 모임’에도 참여하면서 미술학도로서 작업에 전념했다. 귀국 후에는 당시의 식민지 문화정책에 회의를 느끼고 낙향하여 1945년 ‘군산중학교’를 시작으로 1980년 ‘신태인종합고등학교’에 이르기까지 36년간 미술교사로 재직하며 후학지도와 함께 지역미술을 주도했다. 1946년에는 군산에서 ‘일지회’ 활동을 하였다. 1954년에는 ‘신상미술회’ 창립회원으로 전라북도의 근대 서양화 도입에 영향을 주었다.

권영술, 마을정경, 73×60㎝, 캔버스에 유채, 개인 소장.
권영술, 태인 장에 가는날, 45×53㎝, 하드보드에 유채.
권영술, 봄처녀, 42.5×38㎝, 하드보드에 유채.

우리 환경의 정서에 적합한 풍토와 기후가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서민들의 일상적 삶 속에서 가장 잘 표현되어져 왔다. 이러한 서민적인 일상성을 직접적으로 표현하려 했던 권영술은 지난날의 농가와 일상적인 평범한 서민들의 생활정경을 작품의 소재로 작업하였다.

그의 작품들은 온화하고 따뜻한 표현으로 부드러운 필치와 밝은 색조, 그리고 안정감 있는 구도가 관람자로 하여금 편안한 마음을 갖게 한다. 그의 작품 대부분은 정물화나 인물화, 풍경화에서도 거칠거나 혼란스러운 느낌이 전혀 없으며 형태와 공간감을 배제하고 대상을 평면화시켜 단순하게 표현하였다.

그가 화면에서 그려내는 인물과 자연 풍광은 고즈넉하고 푸근하다. 인물은 차분하면서도 넉넉한 동세를 유지하고 있고 몇 채의 집과 둥근 산봉우리로 둘러싸인 자연 풍경은 바로 근대적인 우리 농촌과 산야의 모습 그 자체이다. 그로 인하여 화면 속 조형요소들은 어느 한 곳 모나지 않으며 둥글고 원만하다. 이것이 작가의 성품을 그대로 표현하고 모든 것이 소박하고 평범하다. 화면은 작가의 마음에 투영된 자연을 작품 ‘마을정경’, ‘태인 장에 가는 날’이나 ‘봄 처녀’에 나타내고 있다. 농촌생활의 단면은 모나지 않은 터치로 구수하면서도 풋풋한 인정이 배인 삶의 여유로움이 감돌고 있다. 그의 작품에서는 고졸미(古拙美)를 통한 민족적인 양식과 지역적인 양식이 향토색으로 표현되어 나타난다.

그의 작품세계는 전북의 자연과 그 자연에서 살아가는 서민들의 가장 평범한 장면들을 표현하고 재질감까지도 질박한 고졸적인 미감을 구사하고 어떤 유파의 단순한 수용보다는 담담하게 자연과 교감하면서 그 나름의 방식으로 감수성을 담아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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