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최근 3년 금융권 주총 '반대' 성공률 사실상 ‘제로’

기사승인 2020-03-21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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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최근 3년 금융권 주총 '반대' 성공률 사실상 ‘제로’[쿠키뉴스] 조계원 기자 =국민연금이 최근 3년간 금융지주 주주총회에서 반대표를 던진 안건 가운데 실제 부결된 안건은 전체의 30%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마저도 사측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노조의 주주제안을 제외할 경우 성공사례가 전무(全無)하다. 

21일 금감원 공시 등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2017년부터 2019년까지 국내 금융지주 주주총회에 상정된 총 15건의 안건에 반대표를 행사했다. 이중 실제 부결된 안건은 4건(26.66%)으로 집계됐다. 

국민연금이 반대표를 던진 안건은 주로 사외이사 선임 안건과 이사 보수한도액 승인의 건이다. 

국민연금은 최근 3년간 신한금융의 필립 에이브릴 후보, 박병대 후보, KB금융의 권순원 후보, BNK금융지주의 손광익 후보의 사외이사 선임 안건에 반대표를 던졌다. 이 가운데 실제 부결된 건은 KB금융 노조가 주주제안을 통해 추천한 권순원 후보가 유일하다.

여기에 한국투자금융지주, 하나금융, BNK금융의 이사 보수한도액 승인 건에 대해 반대했지만 이들 안건도 모두 원안 그대로 승인됐다.

국민연금이 반대표를 던져 실제 부결된 안건은 모두 KB금융에서 나왔다. 앞서 소개된 권순원 후보의 사외이사 선임 건부터 2017년부터 2018년까지 노조가 제안한 3건의 정관 변경 안이다. 

사측 경영진과 국민연금의 반대 의사가 동일한 안건만 부결된 것이다. 사실상 국민연금 보다 사측 경영진의 반대로 부결됐다고 해석하는 것이 더 설득력을 얻는다.

국민연금은 각 금융지주의 지분을 10% 가까이 보유하고 있는 최대 주주다. 그럼에도 국민연금의 반대표가 힘을 못 쓰는 것은 금융지주의 해외 지분율이 높은 상황에서 해외 주주들과의 연대가 부족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지주의 외국인 지분율이 60~70%에 달하는 만큼 국민연금의 단독 의사만을 가지고 주총 안건에 대한 반대를 이끌어 내기는 어렵다”며 “해외 연기금이나 의결권 자문사와의 연대가 부족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측에서는 오히려 해외 자본과의 연대를 바탕으로 많은 우호지분을 확보하고 있다”면서 “국민연금의 의견권 행사가 적극적이기 보다는 보수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는 영향도 있다”고 부연했다.

한편 국민연금은 올해에도 여러 금융지주의 주총 안건에 반대표를 던졌다. 신한금융의 조용병 회장 사내이사 선임 안과 우리금융지주의 손태승 회장 사내이사 선임 안, 그리고 하나금융의 사외이사 전원의 재선임 안에 반대 의사를 밝혔다.

이 가운데 하나금융의 사외이사 전원에 대한 재선임 안은 20일 열린 주총에서 국민연금의 반대에도 원안 그대로 승인됐다. 금융권에서는 조 회장과 손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 안 역시 이번 주총에서 무리없이 통과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Chokw@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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