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호 전통문화 바라보기] 전통음악의 자존심

입력 2020-03-26 13:4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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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용호 전북도립국악원 교육학예실장

우리 한민족은 조상대대로 노래 부르기를 즐겨 해 온 민족이다. 그렇기 때문에 기쁜 일이 생기거나 슬픈 일이 닥쳤을 때도 노래를 부르며 함께 그 뜻과 의지를 다졌다. 어느 라디오 방송에서 흘러나오는 '우리의 소리를 찾아서'란 프로는 벌써 방송 30주년을 지나 31년을 향해 가고 있으며, 그 방송에서 흘러나온 전통 구전민요는 누구나 한번쯤은 들어 보았고 같이 콧소리 한번 흥얼거리며 흉내 내 보았을 것이다. 이렇듯 전국 어느 지역이든 선조들이 부르던 구전민요는 풍성했고 우리 민족과 함께 했다.

우리의 전통성악은 정가와 속가로 구분할 수 있다. 정가는 아정하고 정대한 노래라는 뜻으로 가곡, 가사, 시조가 포함되어 있고, 속가는 통속적인 노래를 정의하는 일반적인 명칭인데 민요, 판소리, 잡가, 무가 등이 있다. 또한 한국의 전통 노래를 '3대 성악'으로 분류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것은 가곡, 판소리, 범패를 꼽는다. 정가의 대표적인 가곡은 선비들이 애호하던 매우 단아한 노래이며, 판소리는 민중들이 즐겨듣던 자유분방하고 꾸밈없는 감성이 배여 있는 음악이다. 또한 범패는 불교를 중심으로 불린 종교음악으로 가.무.악이 함께 존재하는 장르이며 아정한 구음이 특징이다.

세월이 유수와 같다고 시간은 빠르게 지났고 환경도 많이 변했다. 문화 환경도 시대에 변화를 하다 보니 부르는 노래의 개념도 변해갔다. 특히 일제강점기를 지나 우리는 빠른 서양 문화를 받아들였고 익숙해져만 갔다. 음악적인 실 예로 이제 우리가 아는 가곡은 이미 세계적인 성악가 파바로티가 부른 슈베르트의 '보리수'와 같은 서양 가곡으로 인지되고 있으며, '그리운 금강산'과 같은 새로운 서양식 창작가곡을 만들고 한국의 가곡이라 부르고 있다. 물론 서양음악 형식의 가곡이 잘못 되었다는 것은 아니다. 우리 선조들이 태평성대를 꿈꾸며 부르던 가곡 '태평가'는 서양음악의 가곡 형식이 들어오면서 점점 잊혀만 갔고, 이제 우리 선조들이 부르는 <가곡>은 현재 오래된 우리 전통의 가곡이 아닌 다른 의미의 서양음악 명사로 되어 버렸던 것이다.

현 시대에 파바로티를 물으면 모두가 '아. 그 분 알아요!'라고 대답을 하며 그의 명성과 더불어 음악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판소리 명창 임방울에 대하여 논하면 그리 많지 않은 분들만이 호응하며 판소리를 이야기한다. 그것이 서양음악에 대한 전통음악의 열등의식 때문일까? 그렇지 않다. 그것은 이미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그들의 문화말살정책에 닫힌 전통음악의 그늘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그렇게 일제강점기 수십 년간 전통을 빼앗기며 어려운 시기를 지내왔다. 이제 우리는 전통음악을 국민들에게 더욱 깊게 되찾아 안겨드릴 시대에 도래했다.

한국의 전통문화가 세계를 향하고 있다. K-pop 스타인 방탄소년단이 'idol'이란 곡으로 세계를 누비며 전통예술인 '오고무, 봉산탈춤' 등을 접목해 사랑을 받았다. 또한 우리의 전통예술가들도 세계를 향해 다양한 시도와 경험으로 변화, 도전하고 있다. 이제 다시금 우리 전통의 자존심을 드높이자. 체코슬로바키아 국민들은 얼마나 민족적 자존심이 강한지 미국에서 오랜 생활을 한 드보르작보다는 순수한 체코 토종인 스메타나를 훨씬 더 훌륭한 음악가로 평가하고 있다. 우리와는 참으로 대조적인 것이다. 파바로티 같은 유명한 테너는 유럽인들의 자존심이 될 수 있을지언정 결코 우리 민족의 자존심은 될 수 없다. 우리에게는 명창 임방울이 있으며 그의 판소리 눈 대목 '쑥대머리'가 있다. 그것은 우리의 자존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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