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훈 미술에세이](4)봄은 저절로, 나는 못 본 척

입력 2020-03-27 15:5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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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승훈 대성중학교 교장, 한국화 화가

매화는 이미 폈고 벚꽃이 피기 시작하여 상춘객을 불러 모으고 있다. 그러나 시국이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하는 엄한 계절에 놓여 있다. 코로나바이러스의 위세가 강하다. 인류는 미증유의 바이러스 대처에 두려움이 커가는 가운데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필요한 때이다. 봄은 저절로 왔건만 나는 못 본척 지내야 한다. 모두 동참을 유도하기 위하여 미국 메이저리그 축구(MLS) 신생팀인 ‘인터 마이애미’ 엠블럼의 백로 두 마리가 서로의 거리 두기 그림으로 바뀌었고, 인터넷 포털 사이트‘다음’의 상표는 그래픽을 한 자씩 띄어서 거리 두기 모습으로 변경하여 보여주기도 한다. 야외에서도 기침에 의한 비말(침방울)이 15m 정도 나아간다고 하니 거리 두기를 심히 모르고 지내 왔다. 이런 바이러스가 아니래도 이미 거리 두기가 필요한 것이었다.

겨울에서 봄으로 계절이 바뀌면서 기침이 잦아지고 후두염이 걸릴 확률이 높다고 한다. 후두염은 바이러스성과 박테리아에 의하여 감염되는데 성대를 감싸는 연골 골격으로 된 곳이 후두라고 한다. 이 후두에 염증이 와서 쉰 목소리 및 통증이 오고 열이 나고 콧물이 나고 부종 증상을 보인다고 한다. 만성이 아닌 감염성은 에어로졸 액체 방울에 의해 감염되기에 기침과 재채기할 때 코와 입을 가리고 손을 자주 씻고 음식을 공유하지 않으며 사용한 물건은 잘 소독하는 예방법으로 대처해야 한다.

조르주 쇠라, 그랑자트 섬의 일요일 오후, 207.5x308.1cm, 1884~1886, 시카고 미술관

19세기 파리에서 신인상파 화가인 조르주 쇠라(1859~1891)가 감염성 후두염(급성 폐렴 추정) 추정의 병환으로 1891년 3월 29일에 32살로 생명을 잃었다. 그는 파리에서 태어났고 어려움 없이 살면서 화가가 되었으며 마들렌과 동거하며 아들을 낳았는데 결혼도 못 하고 죽은 것이다. 그 아들도 같은 병으로 2주 후에 죽었다고 한다.

그 짧은 삶을 살면서 그린 그림은 독특했다. 색 점을 화면에 무수히 많이 찍어서 그림을 완성하였었다. 1mm 정도의 작은 점을 병치하여 빛의 움직임을 그려내는 점묘법을 고안했다. 이 방법은 팔레트에서 혼색하여 칠하는 방법이 아니기에 채도가 낮아지지 않아 선명한 색채를 얻을 수 있는 묘법이다. 이 기법의 그림을 펠릭스 페네옹 비평가는 신인상주의라고 명명하였다. 이 기법으로 7점이라는 대작을 남겼는데 그 대표적인 그림이 1886년 작 ‘그랑자트섬의 일요일 오후(시카고 미술관)’이고 미완성 작품인 ‘서커스(오르세 미술관)’이다.

조르주 쇠라, 쿠르보브와의 다리, 46.4x53.3cm, 1886~1887, 런던 코톨드 미술관

그랑자트섬의 일요일 오후의 그림은 그랑자트를 그린 것으로 이 당시 생자르역에서 기차로 잠깐이면 도착하는 곳이었다고 한다. 이곳을 중심으로 한쪽은 부촌이었고 다른 쪽은 빈촌이었다고 한다. 그랑자트에 이 두 곳의 사람들이 오후의 햇빛을 즐기는 모습을 그렸는데 누구 하나 말을 섞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한 섬에 모였어도 각기 거리 두기를 한 것으로 보인다. 본인이 바이러스와의 싸움을 예견이나 한 것처럼. 표정은 딱딱하여 즐겁지 않아 보인다. 수직과 수평으로 사람과 나무와 그림자와 강변이 배치하여 더욱 굳어진 화면을 마주하게 된다. 그의 그림 ‘쿠르보브와의 다리’는 더욱 수직과 수평의 직선이 쉽게 보인다. 화면 원경에 아치 다리가 보이고 중경에 배와 사람이 배치되었다. 부두와 다리, 강변은 수평선으로 멀리 공장 굴뚝과 연기, 배의 돛대, 그림자와 나무와 사람은 수직선으로 화면구성을 하고 있다. 여기 사람은 서로 정적만 내보인다.

목련꽃이 피니 가로등이 되어 옹색했던 골목이 환해진다. 우울한 마음이 다시 찾은 등불처럼 밝아진다. 그림처럼 사랑으로 사회적 거리 두기를 당분간 해보는 것도 좋을 듯싶다. 우리는 언제나 대처하는 슬기로운 민족이다. 그림을 보면서 새로운 마음가짐을 가져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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