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번방’ 담당 오덕식 판사 결국 교체…과거 재판서 2차 가해 논란

기사승인 2020-03-31 17: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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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번방’ 담당 오덕식 판사 결국 교체…과거 재판서 2차 가해 논란[쿠키뉴스] 정진용 기자 =성착취물을 제작, 유포한 n번방 사건으로 기소된 ‘태평양’ 이모(16)군 사건 담당 재판부가 교체됐다. 과거 오덕식 부장판사가 내린 판결을 두고 성인지 감수성이 떨어진다는 여론이 커지면서다.  

서울중앙지법은 30일 이군 담당 재판부를 오덕식 부장판사가 맡은 형사20단독에서 해당 재판부 대리부인 형사22단독(박현숙 판사)으로 재배당했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법은 같은날 “형사 20단독이 해당 사건을 처리하는 것에 현저하게 곤란한 사유가 있다고 인정된다”고 밝혔다. 법원은 오 부장판사가 직접 사유를 기재해 서면으로 사건 재배당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지난 2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n번방 담당판사 오덕식을 판사 자리에 반대, 자격박탈을 청원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오 부장판사는 수많은 성범죄자들에게 어이없는 판단으로 벌금형과 집행유예라는 너그러운 판결을 내렸다”면서 “이런 판사가 성착취 범죄 판결을 맡는다니 사법부 선택이 의심스럽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 청원글은 31일 오후 4시 기준 청원 인원 42만 5000명을 기록했다. 

또 민중당 당원이 서울 서초동 법원종합청사 1층 로비에서 오 부장판사 교체를 요구하는 기습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민중당 당원 5명은 전날 오전 10시쯤 “오 부장판사를 교체하라” “박사를 키운 건 판사다” “n번방을 키운 것은 법원”이라고 구호를 외치면서 연좌시위를 벌였다.

오 부장판사는 지난 2018년 가수 고(故) 구하라씨를 불법 촬영, 폭행·협박한 혐의로 기소된 최종범씨의 1심 재판을 맡아 불법 촬영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구씨가 촬영에 명시적으로 동의하지 않았지만 “구씨 의사에 반해 촬영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였다.

재판 과정에서 2차 가해 논란도 불거졌다. 오 부장판사는 “영상의 내용이 중요한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재차 비공개로 영상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구씨 변호인은 “(최씨가 촬영한 영상이) 성관계 영상인 것은 분명하고 양형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재판장이 확인하는 것은 이해되지만 아무리 비공개라 해도 사람이 많은 곳에서 다시 재생되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이 역시 2차 가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그런데도 재판부는 재판장 단독으로 영상을 확인했다. 또 판결문에는 두 사람의 성관계 횟수와 장소까지 명시됐다. 

최씨에게 집행유예가 선고된 뒤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등 7개 단체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오 부장판사는 재판 과정과 판결문으로 고인을 명백히 모욕했다”며 “여성의 범죄 피해 사실을 구경거리처럼 전시한 오 부장판사는 지금 당장 사직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오 부장판사는 고(故) 장자연씨를 성추행한 혐의를 받던 전 조선일보 기자에게도 무죄를 선고하고 서울시내 웨딩홀에서 바닥에 카메라를 설치해 치마 속을 불법 촬영한 사진사에게는 집행유예를 선고한 이력도 있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은 지난 30일 ‘제36회 한국여성대회’에서 텔레그램 ‘n번방 운영자와 공모자들’과 함께 오 부장판사를 ‘성 평등 걸림돌’로 선정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은 “오 부장판사는 성폭력 가해자들에게는 면죄부를 주고, 피해자의 일상 복귀는 어렵게 하는 판결을 내린 인물”이라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jjy479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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