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검찰개혁 “강력 추진” vs “급제동”…여야, 정치·외교·안보 공약 ‘상이’

기사승인 2020-04-03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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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뉴스] 이소연 기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검찰개혁은 21대 국회에서도 지속될 수 있을까. 4·15 총선에 참여한 각 정당은 공수처와 사법·검찰개혁 존폐 여부에 관한 공약을 내놨다. 여당은 공수처를 비롯, 사법·검찰개혁 강화를 외쳤다. 일부 야당은 공수처 백지화와 검찰의 독립성 제고 등 상반된 정책을 강조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민주당)은 사법개혁 완수를 정치개혁 과제로 제시했다. 공수처의 연내 조속 설치와 검·경수사권 조정, 법원행정처 폐지 등을 공약했다. 사법부의 인사·회계·시설·예산 등을 관장하는 법원행정처는 양승태 사법부에서 판사들의 성향과 동향 등을 분석, ‘사법행정권’을 남용케 한 진원지로 지목됐다. 

‘일하는 국회’를 만들겠다는 공약도 나왔다. 국회 운영을 상시화하고 법제사법위원회를 개혁해 신속한 법안처리를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정당한 사유 없이 국회 회의에 불출석하는 경우, 세비를 단계적으로 삭감한다는 공약도 있었다. 국민소환제도 일하는 국회를 만들기 위한 중심 공약 중 하나다. 국회의원이 헌법에 규정된 의무를 위반할 경우 파면할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이다. 국민들이 직접 입법에 참여할 수 있도록 국회 정보시스템 제도 개선도 약속됐다.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프로세스’에 따라 평화체제를 구축하겠다는 공약도 나왔다. 구체적으로는 한·미동맹 강화와 한·중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 심화 발전, 금강산 관광재개, 개성공단 발전적 정상화, 경기도와 강원도, 인천 등 접경지역에 통일경제특구 설치, 문화·역사·언론·체육 등 남북교류 활성화, 이산가족 등 남북 인도적 문제 해결 등이 강조됐다.  

국방 분야에서는 기혼 간부 전세 대부 지역제한 해제, 미혼 간부 전·월세 지원 확대, 예비군 훈련기간 단축 및 동원 훈련 보상비 현실화, 방산 비리 행위자 처벌 강화 등이 제안됐다.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통합당)은 총선 1호 공약으로 공수처 폐지와 검찰 인사 독립 보장을 내걸었다. 위헌적 공수처 폐지와 검찰청 인사 및 예산 독립, 현행 2년인 검찰총장 임기를 6년으로 연장하는 방안 등이 포함됐다. 

준연동형비례대표제 백지화도 약속됐다. 통합당 측은 “좌파세력 장기집권을 위한 선거제도를 반드시 폐지, 정상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연동형비례대표제는 각 정당 득표율에 맞게 전체 의석을 확보하는 제도를 뜻한다. 지역구 의석이 확보된 의석보다 모자라면 비례대표로 채우는 방식이다. 준연동형비례대표제는 현행 비례대표 47석 중 30석에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한 것이다. 다만 본래 취지와 다르게 민주당과 통합당 등 거대 양당이 ‘비례대표용 정당’을 창당, 소수정당의 국회 입성이 더욱 어려워졌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외교·안보 공약은 문재인 정부의 기조를 부정, 기존 정책을 폐기하는 방향으로 짜였다. 한·미·일 협력 증대와 북한 비핵화 실질적 주도, 북한이탈주민강제송환 금지, ‘북한 퍼주기 방지 3법’ 제정, 9·19 남북군사합의 폐기 등이다. 

이와 함께 군인 정년 연장, 현역 장병 복무 개선, 예비군 훈련 수당 인상, 보훈제도 개선 등이 약속됐다. 

민생당은 공공부문 축소를 통한 세금낭비 방지를 정치 관련 공약으로 내놨다. 행정환경 변화에 따른 인력감축 분야를 발굴하고 인원을 재배치한다는 계획이다. 비대화된 정부 인력 30% 이상 감축과 블록체인 기반 기술을 이용해 국가재정사업 과정에 대한 상시 감시체계 구축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공공기관 개혁을 위해 민간에서 추진 가능한 부문은 민영화를 적극 추진하는 방향도 장려됐다. 

지지기반인 호남의 표심을 잡기 위한 공약도 제시됐다. 민생당은 5·18 민주화운동의 철저한 진상 규명 및 5·18 정신의 헌법전문 반영을 정책 3순위로 꼽았다. 이를 위한 개헌과 진상규명 노력 전개, 5·18에 대한 폄훼·왜곡·날조 행위 처벌 등 대책 입법화, 국가폭력 트라우마 치유센터 건립 등이 공약됐다. 

군 장병의 월급을 현행 54만원에서 89만7000원으로 인상, 전역시 1000만원의 목돈을 마련 가능토록 하겠다는 안과 모범 군생활 전역자에게는 장기 저금리로 3000만원을 융자하겠다는 안도 공약으로 포함됐다. 

정의당의 공약은 현행 제도보다 더 ‘왼쪽’을 택했다. 정치 분야에서는 선거 제도를 변화시켜야 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준연동형비례대표제가 아닌 100% 연동형비례대표제와 선거권 16세로 하향 조정, 결선투표제 도입, 재보궐사유 책임 있는 정당은 해당 선거구에 후보자 추천 불허 등이다. 국회 개혁도 강조됐다. 국회의원 세비 30% 삭감과 최저임금 연동형 상한제 도입, 국회의원 입법활동비·특별활동비 폐지, 셀프 세비인상·징계·외유심사 금지, 국회의원 국민소환제 도입, 매월 1일 자동개회, 교섭단체 조건 완화 등이다. 

사법개혁과 관련해서도 민주당보다 더 급진적인 공약을 제시했다. 18개 지방검찰청장을 주민이 직접 선거로 선출하는 방안과 대법원장의 헌법재판관 지명권 폐지, 변호사자격이 없더라도 법률이 정한 요건을 충족하는 법학 교수 및 법률 전문가에게 대법관·헌법재판관 자격 인정, 전관예우 근절 등이 포함됐다. 

‘평화로운 한반도’ 공약에서는 군대가는 청년에게 병사월급 100만원 보장, 한국형 징·모병혼합제 실시, 민주적·수평적인 한미관계, 4자회담 제안, 6자회담 재개, 미·일·러·중 간 조화외교 등이 강조됐다. 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합의 전면 이행과 남북 재생에너지 협력, 인권·평화에 기초한 일본·중국과의 관계 정립 등도 언급됐다. 일본과의 지소미아를 종료하고 중국 주권은 존중하되 홍콩·대만에 대한 무력사용을 반대한다는 내용 등도 있다. 

공수처·검찰개혁 “강력 추진” vs “급제동”…여야, 정치·외교·안보 공약 ‘상이’통합당의 비례정당인 미래한국당은 공수처 폐지와 검찰총장 독립성 강화, 문재인 정부의 안보정책 폐기 등을 공약했다. 미래한국당은 지난 1일 통합당과 총선 이후 합당하는 것을 협약했다. 사실상 ‘한몸’이기에 공약 역시 결을 같이할 수밖에 없다. 

민주당의 비례연합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10대 공약을 공개했다가 철회했다. ‘짜깁기’·‘민주당 베끼기’ 논란이 일자 공약 수정을 번복하다 결국 삭제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권의 또 다른 비례정당인 열린민주당은 국회의원 소환제와 검찰개혁 공약을 발표했다. 공수처의 조속한 출범과 수사권·기소권 완전 분리 및 자치경찰제 도입, 검찰총장에서 ‘검찰청장’으로 권한 축소 및 호칭 변경 등이다.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을 지낸 최강욱 열린민주당 비례대표 후보는 “(검찰총장이) 장관에 맞서는 모습으로 비춰지는 바람직하지 않은 사례가 속출하고 있어 명칭 변경이 필요하다”며 “명칭이 변경되면 본연의 임무에 맡게 제자리를 찾아갈 수 있을 거라 생각된다”고 말했다. 

안철수 대표가 이끄는 국민의당 공약은 문재인 정부 비판에 초점을 맞췄다. 청와대 선거개입 진상규명 및 추미애 법무부 장관 탄핵 추진, ‘드루킹 방지법’과 여론조작 방지법 제정 등이다. 이외에도 무단결근 시 국회의원 세비 삭감과 상임위원회·소위원회 자동 개회 법제화, 기소권을 폐지한 공수처법 개정 추진 등이 제안됐다. 

soyeo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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