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페토·젠리 '제2의 싸이월드' 되나?...Z세대 인기 비결은 

자신을 꾸미고, 친구들과 어울리는 Z세대 감성 통해...과금·사생활 침해는 유의해야

기사승인 2020-04-07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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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뉴스] 구현화 기자 = 제페토와 젠리 등 온라인 증강현실을 기반으로 한 소셜 콘텐츠 어플리케이션(앱)이 1990년대 이후 출생자들을 일컫는 Z세대에게 사랑받고 있다. 이는 과거 2000년대 초반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싸이월드의 인기를 방불케 한다. 

이들 앱의 인기는 나를 꾸며서 많은 이들에게 알리고 싶고, 내 친구가 무엇을 하는지 알고 싶어하는 Z 세대의 마음이 반영되었다고 분석된다. 

◇ 제페토 "나와 닮은 워너비 캐릭터 만들어요"  

인스타그램에서 '#제페토스타그램' 태그의 게시물은 20만9000개다. '#제페토맞팔'은 74만8000건, '#제페토친구해요'는 25만3000개다. 제페토로 만든 아바타를 올리는 이들이 그만큼 많다는 얘기다.

제페토는 AR 아바타를 기반으로 한 플랫폼이다. 앱 내에서 자신의 사진을 찍으면 사용자의 얼굴 모습과 특징을 잡아 아바타를 만들어 준다. 여기까지는 삼성전자의 '이모지'와 비슷하다. 

하지만 제페토에서는 이 아바타를 자기가 원하는 대로 리터칭하고, 여러가지 옷이나 스타일로 꾸밀 수 있다. 여기에  3D 가상세계에서 친구를 맺고 함께 사진을 찍는 등 소셜 활동을 즐길 수 있다. 개성 있게 꾸민 제페토 캐릭터는 100만명 이상의 팔로워를 거느리는 등 사이버 세상에서 인기를 누린다.

제페토에는 트위터나 페이스북, 인스타처럼 '팔로워' 기능이 있어서 멋지게 꾸민 캐릭터를 팔로우할 수 있고, '좋아요' 기능도 있다. 팔로워가 많은 리더는 다양한 컨셉과 포즈로 캐릭터를 발전시키며 팬을 거느린다. 제페토 유저들은 어떻게 하면 더 많은 팔로워를 가질지, 어떻게 많은 '좋아요'를 받을지를 연구한다. 방탄소년단 뷔 같은 실제 아이돌이나 애니메이션 캐릭터인 엘사 등을 흡사하게 만든 캐릭터들이 인기가 많다. 

제페토 앱에서 '+'버튼을 누르면 다양한 컨셉의 포토부스에서 사진을 찍을 수 있고, 내 캐릭터의 제스처를 즐길 수 있는 비디오 부스도 있다. 비디오 부스에서는 내 캐릭터로 사탕을 먹거나 K팝 댄스를 추는 등 다양한 동작을 할 수 있고, 친구들을 모아 여럿이서 같은 포즈를 할 수도 있다. 제페토 아바타와 관련된 콘텐츠 창작도 가능하다. 자기가 개발한 아바타 옷이나 컨셉 등을 판매할 수 있다. 

네이버가 스노우로부터 최근 독립법인으로 분사한 제페토는 1년 반만에 가입자 1억3000명을 넘어섰다. 이중 해외 이용자가 90%이다.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만 1000만 이상 다운로드했다. 전문가들은 소셜 세상에서 '나와 닮으면서 내가 꿈꾸는 것을 실현해주는' 멋진 캐릭터를 마음껏 이용할 수 있다는 것 때문으로 본다. 

◇ 젠리 "친구들이 뭐 하는지 궁금해요" 

"젠리 써요. 애들 어디있는지 보려고. 그냥, 어디있는지 궁금하니까요." 임서희(16세·여)양은 젠리를 왜 쓰냐고 묻자 이 같이 대답했다. 또래 집단과의 유대감이 무엇보다 중요한 10대에게는 젠리가 친구들의 동향을 알려 주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젠리를 보면 내 친구들 중 어떤 친구들이 주로 모이는지 알 수 있고, 어떤 모임이 나를 빼고 모이는지도 알 수 있다.

젠리는 구글지도를 기반으로 내 친구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위치기반 앱이다. 프랑스인 개발자가 만들었지만 최근 스냅챗으로 유명한 스냅이 인수했다. 젠리 친구를 맺으면 친구가 현재 어디 있는지를 알 수 있다. 특히 국내에서는 카카오톡에 연락처가 저장된 친구를 바로 불러들일 수 있어 편리하다. 카카오톡뿐 아니라 페이스북 메신저와 스냅챗에서의 친구도 불러올 수 있다. 

관련업계는 젠리의 국내 가입자 규모가 100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한다. 아이지에이웍스가 내놓은 모바일인덱스 자료에 따르면 안드로이드 기준 젠리 국내 월간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올해 1월 기준 70만명에 달한다. 놀라운 것은 가입자수가 이렇게 늘도록 젠리가 국내에서 전혀 홍보를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또 대부분이 10대라는 점도 독특한 점이다. 

젠리는 앱만 열면 친구가 어디 있는지 파악할 수 있어 편리하다. 이동 중일 때는 이동 속도도 표시되며 배터리 상태도 뜬다. 충전하고 있으면 충전 중인 것도 표시된다. 내 친구들이 만나면 만남 사실을 알 수 있다. 젠리 친구를 오프라인에서 만나면 범프(Bump) 기능으로 불꽃 모양이 나타난다. 최근에는 코로나19의 확산에 따라 범프 기능은 비활성화 상태다. 

친구의 위치를 파악하면 바로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 다양한 이모티콘과 함께 메시지를 보내면서 바로 만남 약속을 잡기 편하다. 내 위치를 노출하기 싫다면 설정 이전의 마지막 위치까지만 공유하는 '얼음모드'나 대략적인 위치만 공개하는 '안개모드'를 쓸 수도 있다.  

◇ 일상을 재미있게 바꿔주는 기능.과금·사생활 침해는 단점 

제페토가 가상세계에서의 나를 현실에서 만든다면, 젠리는 실제 내가 하는 일을 가상세계로 알리는 앱이다. 이는 일상을 '재미있게' 즐기기 위한 일환이다. 반복되는 심심하고 지루한 일상에서 이들 앱으로 흥미거리를 찾을 수 있다. 

다만 단점도 있다. 제페토는 과금이 가능한 플랫폼이다. 예쁜 티셔츠를 사려면 예전의 싸이월드에서처럼 아이템을 돈 주고 구매해야 한다. 기본적으로 옷이나 머리 등 아이템이 게임머니로 2500원 이상이다 보니 자신이 원하는 대로 꾸미려면 이른바 '현질(현찰구매)'를 하게끔 유도한다.  

그러다 보니 10대로서는 비싼 금액을 게임에 쓰게 될 수 있다. 이렇게 비싼 아이템으로 치장한 '가상의 나'를 부풀리는 플랫폼의 특징 때문에 지나치게 가상현실에서의 삶만 즐기게 되는 악영향도 일부 예상된다. 

젠리는 무엇보다 과도한 사생활 침해가 문제다. 젠리 앱을 깔아두면 원하든 원하지 않든 내 위치가 다 보이기 때문이다. 젠리를 쓰다가 사생활이 남에게 노출되는 게 싫어서 그만둔 경우도 많다. 실제로 이소미(16·여)양은 "젠리는 내가 어디있는지 다 아는게 싫어서 안 쓴다"고 답했다. 

실제로 국내에서는 아이들을 감시하기 위해 아이들의 부모인 40대의 가입자수가 많아지고 있다. 아이들이 위험한 곳에 가지는 않는지, 있어야 할 곳에 잘 있는지 감시하기 위해서다. 젠리는 친밀한 관계의 이들끼리만 즐거움 공유가 가능한데, 이런 위치 정보들이 '감시자'의 손아귀에 들어가면 오히려 즐거움을 뺏기는 아이러니가 생겨 버린다. 

업계 관계자는 "10대들은 자신을 알리고 이를 공유하는 데 익숙해 있다"며 "다만 과금이나 사생활침해 등 앱의 악영향들을 감안할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kuh@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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