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외면하는 소상공인들 "문턱 높고, 만기도 불안"

기사승인 2020-04-09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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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 외면하는 소상공인들 [쿠키뉴스] 조계원 기자 =코로나19 피해 소상공인들이 기업은행으로 몰리고 있다. 시중은행에서 퇴짜를 맞은 소상공인은 물론 시중은행에서 대출이 가능한 소상공인까지 기업은행으로 몰리는 상황이다. 소상공인들은 시중은행의 높은 문턱을 토로하면서, 1년 후 만기연장을 기대하며 기업은행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기업은행은 7일 기준 소상공인 초저금리 대출이 2만2513건, 총 8015억원 실행됐다고 9일 밝혔다. 1일부터 6일까지 4영업일 동안 접수건만 보면 5만7556건, 1조4927억원에 달한다. 같은 기간 총 5504건에 불과한 신한, 국민, 우리, 하나, NH농협의 대출 신청 처리 건수와 비교하면 차이가 크다.

소상공인들은 우선 시중은행의 ‘자체 신용등급’ 문턱이 너무 높다는 불만을 토로한다. 정부는 당초 은행별로 차이가 있을 수 있으나 신용평가사에서 1~3등급을 받으면 시중은행의 이차보전 대출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설명했다. 그러나 시중은행들의 자체 신용등급과 신용평가사의 신용등급 간에 차이가 크게 벌어지면서 시중은행에서 퇴짜를 맞는 소상공인들이 늘어났다.

용인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A씨는 나이스신용평가사에서 신용등급 2등급을 받고 주거래 은행인 하나은행을 방문했지만 이차보전 대출을 거부당했다. 하나은행 자체신용등급에서 6등급이 나온 영향이다. A씨는 “배달용 차량을 캐피탈을 끼고 마련한게 은행 자체신용등급에 마이너스로 작용해 자체 6등급이 나왔다는 연락을 받았다”며 “결국 기업은행을 방문해 대출을 신청했다”고 토로했다.

만기연장 여부도 소상공인들이 기업은행을 찾게 만드는 주된 원인이다. 시중은행의 이차보전 대출은 담보가 필요없는 신용대출로 만기가 1년에 불과하다. 이에 은행 창구에서 ‘1년 후 원금을 상환해야 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는 소상공인들이 나오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1년 후 원금 전액을 상환하라고 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설명하지만, “일부는 상환해야할 수 도 있다”고 말해 소상공인들의 우려를 뒷받침한다. 

기업은행의 초저금리 대출도 대출기간을 1년으로 설정하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다만 최대 8년까지 연장이 가능한 것으로 명시하고 있다. 또한 3년까지는 대출을 연장해도 금리를 1.5%로 유지해 준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보증부 대출인 만큼 시중은행의 신용대출과는 다르다”며 “보증이 유지되는 동안은 원금에 큰 변동 없이 대출을 연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코로나 사태에 따른 정책자금인 만큼 시중은행처럼 원금을 손쉽게 회수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기업은행은 몰려든 소상공인들의 대출신청을 해결하기 위해 지난 1일부터 ‘홀짝제’를 시행하고 있다. 보증·대출을 받을 소상공인의 생일 뒷자리가 1·3·5·7·9일 경우에는 홀수일, 뒷자리가 0·2·4·6·8일 경우 짝수일에만 신청을 접수하는 제도다.

한편 정부는 시중은행의 대출 문턱이 너무 높다는 지적에 뒤늦게 대응에 나섰다. 시중은행에 신용평가사의 신용등급을 기준으로 이차보전 대출을 공급하도록 권고한 것. 이에 따라 시중은행들은 8일부터 나이스 신용등급 1~3등급인 소상공인의 이차보전 대출 신청을 접수받기 시작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정부의 권고가 내려와 8일부터 신평사 1~3등급인 소상공인들의 접수를 받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Chokw@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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