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의숨결] 초등학생 S는 어떻게 알레르기 백화점이 됐을까

기사승인 2020-04-28 10:3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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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다니는 알레르기 백화점 S군, 정확한 항원 규명이 치료의 첫걸음이다
#글// 김남선 영동한의원 대표원장

김남선 영동한의원 대표원장

얼마 전 맞선을 본 간호사 P양. 그녀는 맞선을 본 후 상대와 결혼을 해야 할 것인지 문제를 놓고 한동안 고민을 했다고 털어놨다. 다른 것은 다 마음에 드는데 딱 한 가지, 상대가 가리는 음식이 많은데다 알레르기 체질이라 시집을 가면 그 까다로운 뒷바라지로 고생할 것같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알레르기 환자가 얼마나 조심해야 할 것이 많은지, 병원에서도 진작 지켜본 터라 더 신경이 쓰였다는 얘기다. 

그러나 사랑의 힘은 위대했다. P양은 맞선 상대와 몇 달간 교제 후 결혼식을 올렸다. 이후 그는 아내 P양의 도움으로 알레르기 체질을 개선했고, 가리는 음식 가지수도 대폭 줄일 수 있게 됐다.

사실 알레르기만큼 골치 아픈 질환도 흔치 않다. 그 원인 조차도 실로 다양해서 이루 다 헤아리기조차 어렵다. 식품에서부터 꽃가루, 각종 화학약품은 물론 호흡기를 통해 공기와 함께 섞여 들어오는 미세먼지 등 각종 이물질이나 음식물, 약물, 타인과의 접촉, 페니실린 등의 주사, 낮은 온도, 더위, 압박감, 햇빛 등이 그것이다.

반지나 시계, 액세서리는 물론 염색제까지도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원인이 될 수 있다. 이들 알레르기 물질이 기관지에 닿으면 천식, 피부에 닿으면 피부염을 일으킨다.

40대 초반의 회사원 W씨는 20년 가까이 만성 두드러기 증상으로 치료를 받아왔다. 어느 날 그는 초등학교 2학년인 아들 S군을 데리고 필자의 알레르기천식아토피클리닉을 찾아왔다. 알고보니 아토피성 피부염과 천식, 알레르기성 비염을 치료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증상을 들어보니 S군의 알레르기 증상은 거의 ‘알레르기 백화점’ 수준이라고 할 만했다. 달걀 알레르기에서부터 집 먼지 진드기 알레르기, 잔디 알레르기도 있으며, 게다가 항생제 부작용까지 겪고 있었다.

S군은 어떻게 이토록 많은 알레르겐(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원인물질, 항원)을 갖게 됐을까? 알레르기에 대해 잘 모르는 일반인들은 궁금증이 일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알레르기 유발 현상을 조금만 더 깊이 알게 되면 이러한 의문은 쉽게 풀린다.

알레르기는 원인에 관계없이 어딘가 과민반응을 느낄 때마다 그 해당 신체 부위에 즉각 이상 증상을 보인다. 예를 들어 과민반응 부위가 기관지라면 ‘천식’으로 나타나며, 반응 부위가 코일 경우에는 ‘알레르기성 비염’을 일으키는 식이다. 또 피부라면 ‘두드러기 또는 아토피성 피부염’, 눈이라면 ‘알레르기 결막염’ 증상을 나타내게 된다.

알레르겐 가짓수가 얼마가 됐든지 과민반응이 형성된 신체 부위에 따라 한 가지 또는 여러 가지 증상이 동시에 나타날 수 있다. 심한 경우 쇼크도 일으킨다.

나아가 반드시 알레르기 원인물질과 직접 접촉해야만이 이상 증상을 일으키는 것도 아니어서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다시 말해 알레르기 질환은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원인물질이 직접 기관지 또는 코에 접촉해 염증을 발생시킬 수도 있고, 접촉하지 않은 부위에 증상을 유발 시킬 수도 있다. 알레르기 물질이 묻은 음식을 먹었을 때 그 음식물이 접촉한 위에 염증이 생길 수 있고, 위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 기관지에 알레르기가 발생해 천식 증상을 일으킬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알레르기 증상을 분류하는 방법이 부위와 원인에 따라 달라지는 이유다. 알레르기 질환은 증상이 나타나는 부위에 기준으로 하면 천식, 비염, 두드러기, 습진 등으로 분류된다. 원인에 따라서는 꽃가루 병, 집먼지 알레르기, 동물 알레르기, 식품 또는 약물 알레르기 등으로 분류한다.

이 외에도 차고 냉한 공기나 환경, 강한 햇볕이나 긁거나 누르는 등의 피부 자극 등 물리적인 외부 자극, 또는 운동, 감염, 식품 첨가제 등 무수히 많은 알레르겐이 알레르기 질환을 악화 또는 유발시킬 수 있다. 어딘가 새로운 환경에 들어갈 때 알레르기 환자들이 특히 몸을 사리게 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알레르기 질환의 치료는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원인을 정확하게 찾는 작업으로부터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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