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헬로비전 이어 티브로드도 합병완료...앞으로 케이블TV는?

기사승인 2020-04-29 13:5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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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선의 경쟁력이 큰데다가 IPTV 품질이 상승하면서, 유선만 있는 케이블TV의 경쟁력이 줄어든 것으로 봐야겠죠." 최근의 통신-케이블TV 합병 양상을 살펴본 한 케이블 TV관계자의 푸념이다. 대답에는 케이블TV가 인수 대상으로 나온 데 대한 허탈한 감정이 담겨 있었다. 

30일자로 케이블TV 2위인 티브로드가 SK브로드밴드의 품으로 안겨 합병법인이 출범한다. 이미 지난해 말 케이블TV 업계 1위인 헬로비전이 LG유플러스에 인수됐고, 케이블TV 3,5위인 딜라이브와 현대HCN도 매물로 나온 상태다. 관계자들은 케이블TV가 어려움을 겪는 근본 원인은 통신사들이 자금력을 동원해 공격적으로 내놓은 무선과 유선의 결합상품이 유선 자체만의 경쟁력보다 우위에 서게 된 점이라고 말하고 있다. 

통신사 IPTV가 성장하면서 케이블 TV와의 차별점은 크게 줄었다. 케이블TV와 통신사의 IPTV는 송출 방식에서 차이가 나지만, 막상 시청자가 눈으로 보기에는 큰 차이가 없다. 애초에는 인터넷 없이도 광케이블망으로 설치할 수 있는 케이블TV가 선호됐으나, 최근에는 인터넷 사용이 보편화되면서 인터넷망을 이용한 통신사 IPTV가 더 각광받고 있다. TV로 인터넷을 연결해 유튜브나 넷플릭스를 보는 경우가 늘면서 앱 연동까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여기에 고유의 프로그램과 편성 방식을 선보이던 케이블TV의 전략을 IPTV가 그대로 벤치마킹하면서 둘간의 간극은 더 줄어들었다. 다양한 채널을 다시보기할 수 있는 VOD 서비스도 케이블TV에서 시작됐지만, IPTV에 그대로 담겼다. 이런 과정에서 막강한 영업력을 바탕으로 한 통신3사의 IPTV에 비해 케이블TV의 설자리가 점점 줄어들었다는 평가다. 

물론 화룡점정은 휴대폰(무선망)과의 결합이다. 통신사에서 휴대폰을 구매하면서 TV와 인터넷망도 함께 묶어 결합하는 소비자가 크게 늘었다. 이에 따라 휴대폰과 인터넷망을 따로 구입할 필요가 없어졌다. 지금도 알뜰폰으로 갈아탄 사람들이나 TV를 보지 않는 사람들만이 결합에서 자유로운 상황이다. 강력한 결합 정책으로 케이블TV에서 이탈하는 가입자들이 늘면서 케이블TV는 생존전략을 모색하게 됐다. 

여기에 정부의 '통신사 키우기' 전략도 한몫했다. 5G를 세계 처음 개통하면서 통신사들의 글로벌 위상이 높아졌고, 여기에 넷플릭스 등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가 늘면서 IPTV를 바탕으로 콘텐츠 서비스를 키우는 통신사들에 힘을 실어준 것이다. 

이와 함께 순위에 민감한 통신사들의 치열한 점유율 경쟁과 맞물려 통신사가 케이블TV를 인수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다. 지난해 헬로비전이 LG유플러스의 품에 안기면서 케이블TV의 대이동이 시작됐다. 

헬로비전과 티브로드에 이어 케이블TV들이 줄줄이 매물로 나오면서 유료방송 M&A '2 라운드'가 펼쳐졌다. 현재 유료방송 1위인 KT, 2위인 LG유플러스, 3위인 SK브로드밴드가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순위가 흔들릴 수도 있다는 점에서 치열한 눈치싸움이 전개되고 있다. 

LG유플러스나 SK텔레콤이 추가 인수합병을 할지, 1위인 KT가 합병을 단행하며 자리를 수성할지가 앞으로의 관심사다. 다만 과거 한 시대를 주름잡으며 각기 독자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던 케이블TV가 단순히 통신사간의 점유율 싸움의 대상으로만 여겨지는 것이 아무래도 조금 씁쓸하다면, 너무 추억에 젖은 감상일까. 

kuh@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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