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당신이 그리는 황금연휴

기사승인 2020-04-30 04: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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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당신이 그리는 황금연휴[쿠키뉴스] 노상우 기자 = 이번 황금연휴에 여행·모임을 계획하는 이들이 적지 않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감염병 노출 위험이 커지기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이하 코로나19) 확진자가 211개국에서 300만명을 돌파했고, 사망자는 21만명 넘게 발생했다. 하늘길이 막히자 여행객들은 강원도와 제주도 등 국내로 눈을 돌리고 있다.  

제주관광협회는 황금연휴 기간 내에 17만9000명의 내국인 관광객이 제주도를 찾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29일 하루에만 기존 예상치인 2만4600명을 뛰어넘는 3만5000명이 방문할 것으로 예상했다. 작년 동기간 4만4600명 비교하면 80%를 육박한다. 전체 관광객도 예상치를 훌쩍 웃돌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제주도는 감염 전파를 막기 위해 37.3℃ 이상 발열자는 입도를 막았고, 모든 관광지에서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했다.

강원도에도 인파가 몰릴 것으로 보인다. 황금연휴 기간 속초·강릉 지역 숙박시설 예약률은 97% 수준이다.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 한국철도공사에 따르면, 황금연휴가 시작되는 30일 오전 시간대 경부선과 호남선, 전라선 등 하행선 KTX 열차 대부분이 매진됐다. 서울을 빠져나가 부산·목포·여수 등 주요 도시로 가는 고속버스표도 구하기 힘들다.

방역당국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내달 5일까지 연장한 것과 관련해 ‘양치기 소년같아 곤혹스럽다’고 말한 바 있다. 곤혹스러움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감염병은 양치기 소년에 등장하는 늑대와 달리 실체가 있다. 매일 신규 확진 환자가 몇 명이 나왔는지 확인하게 되고 그 수에 따라 일희일비하는 삶이 100일 넘게 지속되고 있다. 

황금연휴 기간은 우리가 생활 방역으로 나아갈 수 있을지 가장 중대한 고비 중 하나다. 반복된 사회적 거리두기로 방역에 대한 생각이 느슨해진 틈을 타, 감염병은 우리의 곁에 가까이 다가올 수도 있는 상황이다.

우리가 그리는 황금연휴, 당신이 그리는 황금연휴 기간. 조금만 더 참으면 코로나19로부터 해방하는 것도 현실이 될 수 있을 만큼 ‘종식’이라는 단어가 가까이 온 듯하다. 완연한 봄 날씨, 벚꽃놀이로 잠시 흔들렸지만, 방역당국의 간절한 바람, 국민·의료진의 헌신으로 10명 남짓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하는 수준까지 올 수 있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실제 지인과 만남에서도 황금연휴 계획을 묻곤 한다. 놀러 가고 싶은 마음도 충분히 이해된다. 갈 땐 가더라도 방역 수칙은 철저히 지키며 개인위생 관리에 신경 쓰는 연휴가 되었으면 한다.

nswrea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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