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소처분·벌금형·깜깜이 징계…‘스쿨미투’는 현재진행형

기사승인 2020-05-07 15:50:52
- + 인쇄

[쿠키뉴스] 이소연 기자 =지난 2018년 촉발된 ‘스쿨미투’ 가해 교사에 대한 처벌이 이뤄지지 않았거나 솜방망이 징계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교육청은 가해 교사에 대한 징계 여부 정보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 

6일 ‘노원스쿨미투를 지지하는 시민모임’에 따르면 서울 용화여고 스쿨미투 관련 기소 및 엄정한 처벌 촉구를 위한 탄원서를 지난 4일 검찰에 제출했다. 탄원서에는 159개 단체·기관과 8244명의 개인이 연명했다. 해외 거주자를 비롯, 용화여고 졸업생 등 각계각층의 시민이 참여했다. 

2018년 3월 용화여고 졸업생들은 ‘용화여고 성폭력뿌리뽑기위원회’를 구성, SNS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당시 응답한 337명 중 175명이 교사로부터 성폭력을 직접 경험했다고 밝혔다. 이에 재학생들은 포스트잇으로 ‘#위드유(#With you)’ 등의 미투 지지 문구를 학교 창문에 붙여 졸업생들의 활동을 응원했다. 이후 전국에서 교사의 성추행·성희롱 등을 폭로하는 스쿨미투 운동이 들불처럼 번졌다. 

그러나 검찰은 같은 해 12월 용화여고 스쿨미투 가해 교사들을 불기소 처분했다. 시민단체 등에서 반발, 재수사가 결정됐지만 어떤 결과가 나올지 여전히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는 경우도 다수다. 교사 신분 유지가 가능한 벌금형 등이 내려지는 것이다. 지난달 30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대전지법 형사항소1부(부장판사 윤성묵)는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벌금 800만원을 선고받은 A씨(57)의 항소심에서 검사와 피고인 항소를 모두 기각, 원심을 유지했다.  

A씨는 지난 2017년 3월부터 2018년 9월까지 대전의 한 사립여고 교사로 일하며 학생에게 성적수치심을 주는 학대 행위를 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생리 조퇴 허락받으러 오는데 생리가 혐오스럽다”, “젊은 여자를 볼 때 성폭행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도 행동으로 옮기지 않으니 나쁘지 않다”, “나는 엉덩이가 큰 여자가 좋다”는 등의 발언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판결이 확정될 경우, A씨는 교사 신분을 유지할 수 있다. 금고 이상의 실형을 받아야 해임이나 파면이 가능하다. 성폭력 범죄 등으로 벌금 100만원 이상을 선고받으면 교단에서 물러나야 하지만 A씨는 대상이 아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 아닌 아동학대 혐의로 기소됐기 때문이다. 

광주지법 형사12부(부장판사 정재희)도 지난해 9월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스쿨미투 가해 교사 7명 중 5명에게 각각 벌금 500~1500만원을 선고했다. 이들은 지난 2016년부터 2018년까지 광주의 한 여고에서 학생 다수를 추행하거나 언어폭력을 가한 혐의를 받는다. 나머지 2명에게는 무죄가 선고됐다. 

불기소처분·벌금형·깜깜이 징계…‘스쿨미투’는 현재진행형교육청의 징계가 ‘깜깜이’이라는 질타도 인다. 미투 가해자로 지목된 교사들과 학교가 어떤 징계를 받았는지 처리 결과가 공개되지 않기 때문이다. 시민단체 ‘정치하는 엄마들’은 지난해 제주를 제외한 전국 16개 교육청에 스쿨미투 이후 사건 처리결과 등을 정보공개 청구했다. 대부분의 교육청은 중요 정보를 거의 공개하지 않았다. 

이에 해당 단체는 스쿨미투 피해 건수가 가장 많은 서울시교육청을 상대로 ‘정보공개거부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지난 3월 가해 교사의 직위해제 여부와 징계처리 결과 등을 공개하라며 시민단체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시교육청은 가해교사가 추정될 수 있다는 이유 등으로 항소했다.

최경숙 노원스쿨미투를지지하는시민모임 활동가는 “용화여고의 경우, 18명의 교사가 미투 관련 징계를 받았다. 이 중 3명만 학교를 떠나고 15명은 돌아왔다”며 “스쿨미투가 일었던 다른 학교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향후 같은 상황이 발생한다면 학생들이 처벌을 요구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스쿨미투에 있어서 학교와 교육청의 책임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교육청이 나서서 피해 학생의 사법절차 조력해야 한다. 학생 개인과 시민단체에 떠맡겨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soyeon@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