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헌신 무색케한 일부 의료인들의 일탈

기사승인 2020-05-14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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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헌신 무색케한 일부 의료인들의 일탈

[쿠키뉴스] 전미옥 기자 = 잦아드나 했던 코로나19 확산세가 심상치않다. 5월 황금연휴 기간 이태원클럽에서 시작된 코로나19는 단기간 급속히 확산해 관련 확진자만 13일 정오 기준 119명으로 늘었다. 한때 확진자 수 0명을 기록하고, '생활속 거리두기'정책으로 전환하면서 높아졌던 코로나19 종식에 대한 기대는 한 순간 가라앉았다.

특히 이번 집단감염 과정에서는 간호사, 공중보건의 등 의료인이 이태원 클럽을 방문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충격을 더했다. 방역주역인 의료인이 되레 환자와 지역사회를 위협하는 감염원이 된 것이다. 이들 일부의 일탈로 수개월째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여온 공공병원이 마비되고, 지역 사회 확산 우려는 일파만파 퍼졌다.

첫번째 충격은 성남의료원의 남자 간호사 A씨(26) 사례다. 무려 격리병동에서 코로나19 환자를 돌보던 간호사가 연휴기간 사흘(2,3,5일)동안 이태원 소재 클럽과 주점을 다녀온 것이다. 그는 5월 황금연휴 직전인 4월 말까지 의료원 격리병동에서 근무했었다. 자칫 이 간호사가 이태원 일대 또는 환자들에게 바이러스를 퍼뜨리는 슈퍼전파자가 될 수도 있었던 상황이다.
 
지역방역을 담당하는 공중보건의도 문제였다. 전북 김제 백구보건지소에 근무하는 공중보건의 A씨는 이태원 클럽 등에 방문했다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후 나흘동안 신고없이 업무를 이어가는 바람에 이 공중보건의가 접촉한 환자와 동료는 확인된 수만 30여명 가량이다. 

의료현장의 실망은 더 컸다. 전국 의료기관들은 코로나19 예방 차원에서 일찌감찌 임직원들 단속에 나선 바 있다. 많은 병원들이 전 직원에 해외여행과 출장, 그리고 사람이 모이는 행사·회식에 대한 전면 금지령을 내렸고, 보고없이 지침을 어길 경우 정직 사유로 간주한다는 곳도 있었다.

이미 원내감염 발생으로 지역거점병원이 수일동안 폐쇄되는 사례도 나왔던 터라 대부분의 의사, 간호사 등 병원 구성원들은 사회적 거리두기에 각별히 신경써왔다. 감염 우려에 직원들끼리 카풀을 불사할 정도였다.   

그러나 일부의 일탈이 가져온 결과는 수개월째 개인생활을 제한하며 코로나19와 싸운 의료진들의 헌신을 무색케 했다. 지난 12이 용인시는 관내 의료기관과 약국들에 '대형마트 등 다중이용시설을 자제하라'는 협조 공문을 보냈다. 요청사항을 위반해 코로나19 감염이 발생 또는 확산될 경우 손실보상과 손해배상 책임을 묻겠다는 경고도 포함돼 있었다.

공문을 받은 의료계가 반발하자 용인시는 공문 속 다중이용시설을 ‘유흥시설과 콜라텍’으로 바꿨다. 결국 일부 미꾸라지 때문에 전체 의료인들이 '잠재적 확진자' 신세로 전락한 셈이다.

romeok@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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