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훈 미술에세이](7)상상 이동을 통해 마음은 외롭지 않기

입력 2020-05-15 16:3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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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승훈 대성중학교 교장, 한국화 화가

오월 하늘은 마냥 푸르고 아이들은 마음껏 솟구치고 싶은 것이다. 집안에 묶여있는 지금 상황이 볼모로 잡혀 있는 듯, 전쟁 속 암굴에 피신하여 있는 듯한 계절이다. 어느 굴레 속에 박혀 있는 것은 사람으로서 더욱 살기 곤란한 점이다. 그러나 이것 또한 인간의 숙명이다.

어느 화가가 있다. 그는 유대인 태생이라는 점 때문에 히틀러에서 벗어나고자 피신과 방황을 하면서 파리에서 뉴욕으로 갔다. 그리고 그는 발레 작품인 ‘불새’의 무대 장식을 맡았고 의상 디자인을 총괄하는 기회를 얻게 되었다. 그는 동판화 작업을 잘해서 출판업자들과 함께 성경이나 문학작품의 삽화까지 그려 출판을 하였다.

그가 바로 토탈아티스트 마르크 샤갈(1887.7.7~1985.3.28)이다. 그는 러시아 설화와 문학작품, 성경 이야기를 소재로 한 그림을 구상하였다. 그의 화풍은 마티스의 색채와 입체주의의 독특한 시점을 채용하고 있다. 그의 그림은 공간의 세계를 자유분방하게 날거나 거꾸로 있거나 공간이 이동되고 사물이 결합 되는 상상을 하게 되었다. 어린이들보다 상상을 뛰어 너머 새로운 풍경을 보여준다. 그것이 소통의 순간 들이다. 그 화폭 속에 사람의 정과 이야기가 전해지는 것이다.

그는 ‘나와 마을’과 ‘결혼’이라는 작품에서 고향인 러시아 벨라루스 공화국의 비텝스크의 어린 시절에 대한 그리움을 주제로 나타내고 있으며 고향과 사랑을 몽환적 이미지로 화폭에 더욱 깊이 남겼다.

그의 작품에는 향수와 부인 벨라에 대한 사랑과 자유분방한 생각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그가 1944년에 뉴욕에서 부인 벨라가 바이러스로 죽자 미국 망명 생활을 끝내고 1947년에 파리로 왔고 1950년에는 남프랑스 반스에 있었다. 그 부인이 죽기 전까지 30년 넘게 지지하였고 뮤즈가 되어 주었었다. 뮤즈를 잊지 못하자 그의 딸이 주선하여 25세 연하인 발렌티나 브로스키를 만나 1952년에 재혼하였다. 1985년 3월 28일 프랑스 반스 생폴 산장에서 98세에 생을 마감하였다.

방황하는 인간에게 부부의 힘은 컸다고 본다. 벨라 집안은 부유하여 가정의 빈부 차이가 있었으나 그보다는 사회의 어려운 시련을 겪어야 했다. 그리고 사별과 재혼 등 인간사 속에서 화가의 길을 갔다. 더욱 그림을 그리고 무대 디자인, 동판화 삽화, 스테인드글라스, 도자기까지 작업의 폭을 넓혀 나갔다.

그의 그림은 초자연적이며 신비주의적인 화면구성을 하여 초월적인 상상을 내면을 보여준다. 초현실주의라고 하지만 살바도르 달리와 르네 마그리트와 또 다른 작품을 보여주고 있다. 천사와 동물, 악기와 교회 장식품, 공간의 자유 이동 시점, 색채의 번짐과 농담 처리, 동심의 세계, 소재의 다양함 등이 하나의 화폭에서 사색과 음악과 자연의 소리를 느끼게 한다.

그의 작품 ‘에펠탑의 신랑과 신부’에서 느끼는 점은 신부에 대한 신랑의 최고의 만남과 사랑일 것이다. 신부를 맞이하면서 행복한 순간이 계속 이어지길 바라고 있다.

악기가 연주되고, 천사가 행운을 뜻하는 부케를 전해주고 함께 날아준다. 결혼식에서 부케는 새로운 삶과 사랑을 상징하고 꽃이 기쁨을 나타내고 고대에서 부케 상징은 악으로부터 보호를 상징한다고 한다. 나무 잎사귀가 춤추고 있다. 마을 사람마다 축복을 전해주고 있다. 해와 달이 만나 더욱 세상을 밝혀주고 있으며 성경의 말씀을 전해주고 있는 모습으로 보인다. 수탁이 보이는데 서양은 닭이 부를 상징하며 동양은 신령스러운 기운이 서려 있다고 보고 있다. 우리나라는 공명을 나타내며 혼례 상 닭은 길조로 보았다. 프랑스에서는 닭이 국조이다. 이 순간이 상상이 아닌 실제로 온 세상에 가득하길 바라는 그림일 것이다. 서로 거리를 두고 있으면 고독이 마음에서 오는 정신적인 것 같다. 바이러스 때문에 잘 만날 수 있지마는 마음은 외롭지 않았으면 한다. 특히 학생들은 학교에 대한 그리움이 클 것으로 본다. 친구들과 만나고 추억을 만들어가는 세상이 천천히 다가오고 있다.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온 마을 사람이 필요한 때다. 좀 참아내자, 상상의 마음을 키우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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