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정보통신법 개정안 통과로 실익 거둔 통신사와 네이버

기사승인 2020-05-21 15:0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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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통신 법안 개정안이 마지막 20대 국회 본회의에서 대거 통과됐다. 그동안 법안의 미비점 등에 대한 문제제기에 적극 나선 통신사와 네이버 등 포털기업이 실익을 챙겼다는 얘기가 나온다. 국회에서 통과된 관련법에 따라 어떤 기회가 생겼는지 기업들의 계산이 바빠지고 있다. 소비자들은 이렇게 바뀐 제도에 부작용은 없을지 좀더 주의깊게, 시간을 두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 

우선 통신사 염원을 담은 통신요금 인가제가 폐지되면서 통신사들은 웃을 수 있게 됐다. 그동안 독점적 사업자의 무분별한 통신요금 인상을 막는다는 취지로 30년간 통신요금을 허가받는 제도가 유지돼 왔다. 하지만 이번 통신요금 인가제 폐지로 통신사는 자사가 원하는 요금을 신고만 하면 된다. 다만, 신고 후 15일까지 정부심사 기간을 거쳐 반려할 수 있도록 하는 안전장치가 마련됐다. 

넷플릭스법 통과도 통신사에게 희소식이다. 차별적 과도한 트래픽을 발생시켜 통신사와 갈등을 빚었던 넷플릭스 등 글로벌 콘텐츠사업자(CP)에 대한 규제내용도 법안에 들어갔다. 개정안에는 기간통신사업자뿐 아니라 부가통신사업자도 '안정적 서비스 제공 수단'을 확보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망의 품질관리를 도맡고 있는 기존 통신사들 뿐 아니라 망을 활용하는 CP들도 책임을 나눠갖도록 했다. 

이외에도 공인인증서가 폐지되며 민간기업도 인증서를 발급할 수 있게 된 것도 통신사에겐 기회다. 통신3사는 본인인증을 제공하는 패스(pass) 앱을 공동 운영하고 있다. 여기에 통신사들이 개발하고 있는 양자컴퓨터와 양자암호 및 통신 진흥책이 들어간 정보통신진흥법도 통과돼 사업에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됐다.

네이버 등 인터넷기업도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우선 인터넷기업의 반대가 가장 심했던 이른바 'IDC법'은 심의 보류됐다. IDC법이란 통신재난관리를 위해 네이버 카카오 등 부가통신사업자가 인터넷데이터센터(IDC)와 관련 재난관리 심의를 받게 한 법안이다. 민간사업자까지 국가 규제를 받게 함으로써 다양성을 심각하게 침해한다는 비판이 나오면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외에도 과연 실효성이 있을지 논란이 많았던 'n번방 방지법'은 정부로부터 우려할 만한 '카톡 사찰'이나 '네이버 밴드 사찰'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약속을 받아냄으로써 절반의 성공을 이뤘다. n번방 방지법은 네이버·카카오 등 부가통신사업자로부터 불법촬영물 삭제 및 접속차단 등 유통방지 조치를 의무화하는 법안이다. 이것이 통과되면 불법촬영물 등의 유통 방지를 위한 사업자의 책임이 과하게 무거워져 결국 쓸데없는 사찰을 할 수밖에 없다는 인터넷업체들의 목소리가 컸다. 

국회는 불법사찰을 우려하는 인터넷업계의 제언을 받아들여 법안심사 과정에서 '불법촬영물을 자체적으로 인식할 경우'라는 조문을 삭제했다. 대신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관·단체의 삭제 요청에 지체없이 유통방지에 필요한 조치를 취하도록 한다'하는 조항으로 교체됐다. 인터넷기업이 모든 비밀방까지 모니터링하고 들여다볼 필요 없이, 신고가 들어오면 조치를 취하도록 하도록 개정됐다. 

또 정보통신망 개정안에는 '역외규정'이 도입돼 국외에서 이루어진 행위도 국내 시장 또는 이용자에게 영향을 미칠 경우 법을 적용해 국내사업자들이 불만을 가져왔던 '차별적 규제'를 지우려는 노력이 들어갔다. 그간 구글이나 페이스북, 넷플릭스는 물론 텔레그램 등 국외 업체들이 국내에서 불법정보를 유통할 경우에도 처벌조항이 없었던 점을 개선한 것이다. 또 해외사업자의 경우 국내 대리인을 지정하도록 해 필요한 경우 조치에 응하도록 했다. 

이외에도 공인인증제도 폐지로 대표적 사설인증 서비스인 카카오페이가 날개를 달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페이 인증은 이달 초 사용자가 1000만명을 돌파했다. 비록 인터넷업계가 국내업체에게 망 이용료를 더 부가할 것이라는 우려를 낳았던 넷플릭스법이 도입된 데 대해서는 인터넷업계가 아직 비판적이긴 하지만, 오히려 인터넷기업의 입장을 잘 알리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이처럼 기업간 이해관계가 충돌하며 커다란 논란을 불러일으켜왔던 n번방 방지법 등 정보통신 법안들이 나름대로 중재되어 처리되면서 통신사와 인터넷기업들은 한숨을 돌리는 모습이다. 오히려 기업들에게는 이번 개정안이 사업에 있어서 큰 기회로 작용할 수도 있게 됐다. 통신사나 인터넷기업이나 원한 걸 얻어간 셈이다. 

하지만 앞으로를 더 주목해야 한다. 통신요금 신고제나 CP에게 지워진 망 안전성 의무 등이 어떻게 실제로 이행될지에 대해 좀 더 시간을 두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 시민단체들은 제도 변화로 통신사가 통신요금을 지나치게 상승시키거나 망 안정성을 대가로 소비자에게 일정 부분 부담을 요구하지 않을지 경고해왔다. 해외사업자를 규제한다는 명분으로 국내사업자에게만 더 큰 짐을 지울 것인지 여부도 지켜봐야 할 일이다. 법이 실제로 시행되는 맥락에서 소비자의 권익이 침해되는지를 앞으로도 더 유심히 관찰해야 것이다. 

kuh@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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