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 적용된 심전도 시계, ‘임상’ 부족해도 안전하다?

신의료기술 아니고 기존과 성능 동등하지만…“병원서 쓸 수 없다”

기사승인 2020-05-30 04: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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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보 적용된 심전도 시계, ‘임상’ 부족해도 안전하다?

[쿠키뉴스] 유수인 기자 = 손목시계형 심전도 측정 기기가 건강보험에 등재된 것과 관련해 의료계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특히 임상 근거 부족 등 ‘안전성’ 문제를 거론하며 등재 철회 등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심사기관인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규제당국의 안전성‧유효성 심사를 통과한 제품이라는 점과 ▲급여 적용 기준이 ‘기기’가 아닌 ‘기술’에 맞춰져 있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앞서 심사평가원은 지난 18일 인공지능(AI) 기반 디지털 헬스케어 업체 휴이노의 웨어러블 심전도 기기 ‘메모워치(MEMO Watch)’를 요양급여대상에 포함시켰다. 이에 따라 요양급여 항목인 ‘일상생활의 간헐적 심전도 감시(E6546)’ 코드로 급여 처방이 가능해졌다.

메모워치는 사용자 심전도를 원격으로 의료진에게 전송하는 의료기기로, 24~48시간 동안 몸에 검사기기를 붙인 채 생활해야 하는 기존 심전도 검사(홀터검사)의 불편함을 줄였다. 이에 국내 최초 웨어러블 의료기기로 지난해 3월 식품의약안전처의 승인을 받았고, 웨어러블 기기 중 처음으로 건강보험 대상에 등재됐다.

심사평가원은 메모워치의 심전도 측정 기술이 기존 건강보험 의료행위인 ‘홀터검사’와 다르지 않다고 봤다. 즉, 심전도를 측정하는 ‘행위’가 기존 급여 대상이었던 검사법과 유사해 보험급여를 적용했다는 설명이다.

심사평가원의 의료행위 요양급여 등재 절차를 보면,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은 기술은 요양급여‧비급여 대상 여부 확인→신의료기술평가 선정대상 여부 검토 등을 거치고 기존급여로 결정되면 해당수가코드를 적용한다.

심사평가원 관계자는 “기기, 즉 시계가 특별해서 급여 적용을 한 게 아니다”라면서 “기존의 심전도 측정 행위와 유사하기 때문에 신기술이라고 보지 않고 기존급여로 인정한 거다. 안전성은 이미 식품의약품안전처를 통해 확인됐다”고 밝혔다. 식약처는 신의료기기의 오류 발생 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기존의 기기와 비교한 임상정보 등을 토대로 안전성‧정확성 등을 확인하고 있다.

반면 의료계의 입장은 다르다. ‘방법’ 면에서 심전도 측정은 기존 의료행위와 분명히 다른 기술이기 때문에 ‘신의료기술’로 평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비대면 진료 및 임상 근거 부족에 따른 부작용도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한의사협회는 성명서를 통해 “기존 방식의 심전도 검사와 달리 메모워치를 통해 수집되는 심전도 데이터는 아직까지 충분한 임상검증이 없는 상태다. 이 정보에 대한 의학적 판독 기법을 기존과 동일하게 적용할 것인지, 새로운 기법이나 제한 조건이 필요할 것인지에 대한 학술적 증명과 대안이 없는 상황인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기존의 건강보험 의료행위와 비교해서 ‘대상’, ‘목적’, ‘방법’ 중 한 가지라도 변동이 있는 경우에는 신의료기술 안전성․유효성 평가가 필요하다. 메모워치 심전도 측정은 ‘방법’ 면에서 기존 의료행위와 분명히 다른 기술이고, 기술적 차이로 인해 ‘목적’도 달라질 수 있으므로, 정상적인 신의료기술 평가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심장박동과 관련된 부정맥의 진단은 환자의 생명과 직결되고 위급성이 높은 영역임에도 불구하고 검사의 정확성에 대한 임상적 근거를 확인하는 정상적인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는 점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대한임상순환기학회도 “임상적 근거가 부족하다”면서 “특정 약이나 진단기술, 혹은 치료 행위가 건강보험 급여행위로 인정받으려면 임상연구가 근거가 되어야 함은 논쟁의 여지가 없는 사실이다. 손목시계형 심전도 감시 장치라면 이 기기를 통해 임상시험을 시행한 연구 논문들을 토대로 급여행위 인정 여부를 판단해야 하나 현재로서는 이러한 근거가 부족한 상태이다”라고 밝혔다.

학회는 “환자에게 위험성이 없는 진단기기이기 때문에 비교적 안전하다고 주장할 수 있겠으나 이는 심장질환의 진단의 중요성을 간과한 주장이다”라면서 “좋지 않은 심전도 검사 결과와 잘못된 심방세동 또는 빈맥 신호로 잘못된 진단이 내려진다면 불필요한 진료로 이어져 환자에게 경제적, 신체적 위해를 가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의료현장에서의 적용을 위해서도 충분한 임상적 근거는 중요하다. 김주영 분당서울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메모워치 기기의 안전성과 기술의 유효성은 확실하지만, 바로 병원에서 사용하기에는 연구가 더 필요하다. 아직은 환자한테 적용할 수 없는 단계다”라면서 “허가가 되는 것과 실제 현장에서 쓰는 것은 다르다. 이를 분리해서 생각해야 한다. 기기 측정만으로 진단하거나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지금까지 제품에 대한 대규모 임상시험 결과는 나오지 않은 상태다. 현재 고려대 안암병원이 환자 내원안내 목적의 탐색 임상시험(Pilot study)을 진행 중이며, 임상 결과는 내년 말 공개될 예정이다. 

suin92710@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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