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서 마스크 안 써요” 당신의 일터, 코로나19에 안전합니까

기사승인 2020-06-03 06: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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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뉴스] 이소연 기자 =‘사회적 거리두기’에서 ‘생활 속 거리두기(생활방역)’ 체계로 전환된 지 한 달여를 앞두고 있다. 일터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구멍’이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건복지부가 지난달 28일 발표한 ‘생활 속 거리두기 세부지침’에 따르면 사업장에서 노동자는 다른 사람과 2m(최소 1m) 이상 거리두기를 해야 한다. 또한 실내 다중이용시설을 이용하는 경우, 실외에서도 2m 거리 유지가 안 되는 경우에는 마스크 착용이 필수다. 구내식당 이용 시에는 가급적 일렬 또는 지그재그로 앉아야 한다. 휴게실 등은 여러 명이 함께 이용하지 않는다는 조항도 붙었다.  

정부의 ‘생활 속 거리두기 핵심 수칙’에는 ▲아프면 3~4일 집에 머물기 ▲두 팔 간격 건강 거리 두기 ▲30초 손 씻기 ▲매일 2번 이상 환기 ▲거리를 멀어져도 마음은 가까이 등 5가지 내용이 포함됐다.  

실제 현장에서는 잘 지켜지고 있을까.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지난달 28일 “사무실에서 마스크를 벗는 분위기가 불편하다”는 글에 게재됐다. 작성자는 “거의 자리가 붙어 있는데도 저만 빼고 다들 마스크를 벗고 있다. 혼자 목소리를 내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본인의 사무실 상황도 비슷하다는 댓글들이 달렸다.

서울 강남에서 근무하는 황모(31·여)씨는 “사무실에서 다들 마스크를 썼다 벗었다 한다”며 “마스크를 쓰고 온종일 일하면 답답해 견디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서울 종각 인근 회사를 다니는 정모(38)씨는 “여러 부서에서 모여 회의를 할 때만 마스크를 착용한다”며 “각자 자리에서는 잘 착용하지 않는 편”이라고 이야기했다.  

점심시간에도 거리두기 수칙은 무색하다. 일부 기업에서는 구내식당에서 지그재그로 앉거나 가림막을 두는 등 거리두기를 시행 중이다. 그러나 구내식당이 없거나 이를 이용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1일 오후 12시, 서울 종로와 광화문 일대 식당은 점심을 먹으러 나온 직장인들로 붐볐다. 거리두기는 없었다. 지그재그로 앉기는커녕 테이블 간격이 30㎝도 채 되지 않는 식당도 다수였다. 

서울 광화문에서 만난 회사원 이모(30·여)씨는 “회사 내에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전혀 이뤄지지 않는다. 특히 점심시간에는 오히려 거리가 좁혀진다”며 “불안한 마음에 최근 혼자서 식사를 하기로 했다. 눈치가 보이긴 하지만 모두의 건강을 위해 내린 결정”이라고 말했다. 

식사 후 모여 흡연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정부에서는 외부에서 흡연하더라도 최소 1m 이상 간격을 둘 것을 권고했으나 전혀 지켜지지 않는 모습이었다. 서울 종로 그랑서울 건물 뒤편에는 수십 명이 마스크를 내린 채 삼삼오오 모여 담배를 피웠다. 

“사무실서 마스크 안 써요” 당신의 일터, 코로나19에 안전합니까정부가 강력히 권고한 ‘아프면 3~4일 쉬기’도 지켜지기 어렵다는 지적도 인다. 유명순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팀은 지난달 22일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 5차 국민인식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중 38.4%만이 아프면 3~4일 쉬기를 준수하고 있다고 답했다. 경기 화성의 한 사업체에서 근무하는 이모(30·여)씨는 “평소에 쉬는 것도 굉장히 눈치를 봐야 했다”며 “코로나19 이후 건강 등을 이유로 쉬는 사람을 한 명도 본 적 없다. 미열을 이유로 쉬게 해줄 리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토로했다. 

동료의 업무 부담이 커진다는 점도 쉴 수 없는 이유다. 경기도 A시 공무원은 “열이 나면 공가를 쓰고 쉬는 것을 장려하고 있지만 다른 동료가 업무를 떠맡게 된다”며 “확진자와 동선이 겹치지 않는 이상 쉬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이야기했다.  

회사가 사생활을 파고들 수 있다는 불안감도 있다. 서울 마곡에서 근무하는 박모(35)씨는 “증상이 있어서 쉬겠다고 했을 때 회사에서 ‘주말에 어디 다녀왔는지’, ‘일과 후에는 무엇을 했는지’ 확인하려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부는 허물어지는 생활 속 거리두기에 강제성을 두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사업장 내 생활 속 거리두기 세부지침을 담당하는 고용노동부 측은 “지침에 법적 강제성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감염예방을 하고자 하는 사업장에 준수사항을 안내하고 참고해 활용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강제적으로 이행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보건복지부와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행정명령’을 이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경기도는 수도권 내 코로나19 집단감염과 관련해 물류창고와 콜센터, 장례식장, 결혼식장 등에 대해 오는 14일 자정까지 집합제한 행정명령을 발령했다. 

soyeon@kukinews.com / 사진=박태현 기자 pth@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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