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발로 걷는 원시악어의 발자국 화석'...세계 최초 경남 사천시에서 발견

입력 2020-06-13 11:3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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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천=쿠키뉴스] 강연만 기자 = 김경수 진주교대(과학교육과) 교수가 경남 사천시 서포면 자혜리에 1억 1000만년 전 백악기 전기 지층인 '진주층'에서 두 발로 걸은 대형 원시악어 발자국 화석을 발견해 네이처지의 자매지인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지난 11일 발표됐다.

김경수 교수팀은 지난해 초 사천시 서포면 자혜리 해안에서 파충류 뒷발자국 화석 수백 개를 발견했으며 발 길이는 18~24cm로 발바닥 구조는 물론 발가락과 발톱까지 선명히 보존돼 있었다.

이 원시악어 발자국은 '바트라초푸스 그란디스(Batrachopus grandis)'라는 새로운 이름(신종)으로 명명됐다. '대형 바트라초푸스 원시악어 발자국(large Batrachopus)'이라는 의미다.

연구팀은 처음에는 중생대 파충류인 익룡으로 분류와 연구를 시작했으며 인근 사천 아두섬 화석산지(천연기념물 474호)와 남해 가인리 화석산지(천연기념물 499호)에서도 10여 년 전부터 비슷한 화석이 발견돼 김 교수팀은 이들이 날개를 들고 두 발로 걷는 독특한 익룡의 발자국 화석이라고 논문을 발표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미국 콜로나도대 로클리 교수와 자혜리 화석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발바닥 형태가 악어와 비슷하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가장 특이한 점은 뒷발로만 걸었다는 점이다. 현생악어는 모두 네 발로 걷는다.

이는 두 발로 걷는 거대한 몸집을 가진 원시악어가 당시 공룡들과 함께우 리나라 백악기 호숫가에 살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김 교수는 밝혔다.

대형 원시악어 발자국 화석은 얼핏보면 사람 발자국과 아주 비슷하다. 걸어가며 남긴 보행렬도 사람 발자국 보행렬과 매우 비슷하다. 즉 공룡 발자국과 함께 사람 발자국이 함께 발견되는 것으로 오인할 수 있다.

그러나 사람 발자국은 5개고 첫 번째 발가락(엄지 발가락)이 가장 크고 길다. 반면 백악기 대형 원시악어 발자국 화석은 발가락이 4개며 첫 번째 발가락이 가장 작고 세 번째 발가락이 가장 길다. 이 같은 형태는 기본적으로 현생 악어의 뒷발가락이 4개며 세 번째 발가락이 가장 긴 것과 일치한다.

사천 자혜리에서는 길고 두꺼운 4개의 발가락 자국과 악어 발바닥 피부 자국 패턴이 보존되어 있기 때문에 악어 발자국 화석이라고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고 김 교수는 설명했다.

'두 발로 걷는 원시악어의 발자국 화석'...세계 최초 경남 사천시에서 발견

원시악어 발자국 화석이 발견된 지층은 진주와 사천, 남해 일대에 널리 퍼진 중생대 지층인 '진주층'이다. 이곳에서는 최근 세계 최초의 뜀걸음 포유류, 세계 최고(最古) 개구리, 세계 최소 랩터 공룡, 꼬리를 들고 네 발로 걸은 원시악어, 도마뱀 등 다양한 동물의 발자국 화석이 발견됐다.

따라서 백악기 경남 진주와 사천 지역에서는 서로 다른 모습을 가진 악어들이 공룡, 익룡, 포유류, 개구리, 도마뱀 등과 함께 백악기 호수 주변에 살았음을 알려주고 있다.

이 논문의 1저자인 김경수 교수는 "진주와 사천, 고성 일대의 '백악기 공룡 발자국 화석산지'가 세계자연유산 등재 기준인 '탁월한 보편적 가치(Outstanding of Universal Value)'를 갖고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입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콜로라도대 로클리 교수도 "한국은 세계 최고의 흔적화석 산지로 특히 진주층은 피부 흔적이 보존될 정도로 화석의 보존 상태가 우수하고 다양한 화석이 발견된다"며 "아직도 많은 현장이 남아 있어 연구할 거리가 풍부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 연구는 한국, 미국, 호주의 연구진이 참여한 국제 공동 연구로 진행됐다. 진주교대 김경수 교수와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 임종덕 복원기술연구실장, 진주교대부설 한국지질유산연구소 배슬미 연구원과 미국 콜로라도대 마틴 로클리 교수, 호수 퀸즈랜드대 앤서니 로밀리오 박사가 공동 참여했다.

kk7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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