뺨 맞고·실신하고…민원인 폭행에 눈물짓는 공무원

기사승인 2020-06-25 06: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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뺨 맞고·실신하고…민원인 폭행에 눈물짓는 공무원[쿠키뉴스] 정진용 기자 = 공무원들이 민원인에게 폭언, 폭행당하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공무원들은 정부 차원의 전수조사와 현실적인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경남도는 23일 공무원 안전대책과 인권 보호를 위해 장단기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도는 읍·면·동 민원실 가림막을 설치하고 경찰청과 협업해 악성 민원 발생 시 대응할 수 있는 112 비상벨도 설치하기로 했다. 또 정기적인 정신건강 상담과 피해 공무원에 대한 정신·심리회복 지원 방안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최근 민원인에게 폭행당하는 공무원이 잇따라 발생했다. 지난 17일 전북 남원에서 유흥업소를 돌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대응지침 준수 여부를 점검하던 시청 공무원이 50대 취객에게 폭언을 듣고 배를 한차례 맞았다. 단속 태도가 불량하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경남 거제시청에서는 지난 15일 50대 여성 공무원이 뺨을 맞는 일이 벌어졌다. 민원인은 이 여성 공무원이 공무집행 중 자신의 차에 흠집을 냈다는 이유로 거제시청을 찾아와 항의하다 뺨을 때린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공무원을 죽이겠다면서 협박전화도 수차례 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9일 경남 창원에서는 40대 남성이 긴급생계지원금이 입금되지 않는다며 50대 여성 공무원을 돌연 폭행했다. 민원인에게 얼굴을 폭행당한 공무원은 뒤로 넘어지며 머리를 부딪쳐 뇌진탕 증상으로 실신했다. 가해자가 옆에서 태연히 아이스크림을 먹는 모습이 언론을 통해 공개되며 공분을 샀다.

같은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민원인들의 폭행에 죽어 나가는 사회복지공무원 처우 개선을 부탁드립니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생활수급자에 탈락했다거나 지원금을 받지 못하면 화풀이로 공무원을 폭행하는 사례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면서 “가장 국민 가까이에서 일하는 사회복지공무원을 보호해달라”고 호소했다. 참여인원은 4만명을 넘겼다. 

민원인들이 공무원을 상대로 폭언, 폭행하는 사례는 증가하는 추세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해 민원 공무원이 위해(폭언, 폭행, 성희롱 등)를 당한 사례는 3만8054건에 달했다. 지난 2018년에는 3만4000여 건으로 집계됐다.

특히 사회복지 공무원들이 민원인들로부터 입은 폭력과 폭언, 위협 등의 피해는 지난 2018년 기준 한해 15만 2000 여건에 달한다. 공무원 1명당 한해 3.8건의 폭력에 노출되고 있는 셈이다. 

경남도뿐 아니라 여러 지자체에서도 재발 방지 자구책을 내놓고 있다. 진주시에서는 “정성을 多하겠습니다. 미소는 당신을 더 빛나게 합니다. 폭언은 제발…”이라는 내용을 담은 스마일 스티커 2종을 제작해 민원대, 상담실 등에 부착하기로 했다. 또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설치한 투명 칸막이를 공무원 보호용으로 유지하고 전화 녹취를 상시화 하는 등 대책을 마련했다. 

전남 장성군에서는 군청과 11개 읍면 행정복지센터에 ‘안전 비상벨’을 설치했다. 민원창구에서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 안전 비상벨을 누르면 경찰서 112센터에 연결돼 신속한 상황 대처가 가능하게 될 전망이다.

전국공무원노조에서는 안전요원 배치 등 실효성 있는 대안을 요구하고 있다. 김창호 전국공무원노조대변인은 “과거 민원인들의 부적절한 행동이 발생했을 때 피해자인 담당 공무원에게 다 책임지라고 하는 게 아니라 기관이 나서 고소고발을 적극적으로 했었더라면 사태를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청원 경찰이나 안전요원 배치는 소규모 단위 주민센터에는 거의 없는 것으로 안다”고 지적했다.

김 대변인은 “폭언 폭행하는 민원인에 대해 강력 대응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공무원에게 함부로 대해도 된다’는 사회 인식이 조금이라도 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jjy479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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