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시행 2개월 8대 범죄 양형기준, 졸속 적용 우려

기사승인 2009-08-28 18: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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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사회] 법원이 고무줄 형량을 줄이겠다며 지난달부터 살인 등 8대 중대범죄에 적용하기 시작한 양형기준이 법률에서 정한 처단형보다 더 높거나 낮게 제시돼 졸속으로 만들어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8일 대법원 양형위원회와 대검찰청 등에 따르면 살인미수와 강도, 뇌물공여 등 3가지 범죄의 일부 유형은 양형기준과 법정 형량이 서로 다르다. 살인미수의 경우 법정형은 징역 3년6월에서 6년3월까지 처벌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양형기준은 동기와 여러 요인(특별인자)을 감안해 징역 2∼3년을 선고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법률을 무시한 기준이다.

강도죄의 법정형은 징역 7∼12년인데 비해 양형기준은 3∼6년형을 제시하고 있어 법정형의 최저치에도 미치지 못한다. 1억원을 준 뇌물공여자는 법정형(1월∼2년6월)보다 양형기준(3∼5년)이 높다.

청주지검 제천지청의 경우 지난달 16일 살인미수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한 김모씨에 대한 구형을 놓고 고민에 빠졌다. 내연관계에 있던 여성을 흉기로 찌른 뒤 내연녀의 아들과 동생 등을 잇따라 흉기로 찌른 김씨에게 검찰은 내부 기준에 따라 징역 7년7월∼징역 11년11월을 구형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새로 도입된 양형기준은 징역 3년4월∼징역 11년11월을 권고하고 있다. 검찰 기준보다 형량의 폭이 훨씬 넓고 최저형이 관대하다.

13세 미만의 아동을 상대로 한 강제추행치상죄의 경우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 조항을 적용해 법률상 징역 7년 이상 또는 무기징역형에 처해야 한다. 판사가 범죄의 정상을 참작해 형량을 줄이더라도 징역 7∼12년 사이에서 형량을 결정해야 한다. 하지만 양형기준을 적용하면 징역 3년9월∼6년이 나온다. 이 경우 법정 처단형이 우선이기 때문에 양형기준은 그야말로 쓸모없는 기준이 된다.

존속살해의 경우도 양형기준과 법정처단형이 따로 놀고 있다. 청각장애인이 자신의 가족을 계획적으로 살해했을 경우 법률상 처단형은 징역 3년6월∼7년6월이지만 양형기준을 적용하면 징역 12년∼15년을 선고해야 한다. 판사가 양형기준을 따를 경우 피고인이나 변호인이 법률에 어긋난다며 불복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검찰은 제1기 양형위원회가 최초 양형기준을 설립하면서 의견수렴을 제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문제점이 생겼다며 지난달 열린 제2기 양형위원회 회의에서 양형기준의 수정을 요구했다.

그러나 양형위원회는 양형기준을 조정할 경우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뾰족한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법과 양형기준 사이에 존재하는 불가피한 현상이며 이같은 사례가 매우 드물 것’이라는 정도의 입장을 정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양형위 관계자는 “판사로서는 자신의 재량 범위 안에서 양형기준의 취지를 최대한 고려해 선고를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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