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에이즈 환자 관리 ‘구멍’

기사승인 2009-02-20 04: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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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사회] 30대 여성 불법체류자가 에이즈에 감염된 지 3년이 다 되도록 국내에서 식당 종업원으로 일하는 등 ‘정상인’처럼 생활해 온 것으로 드러나 보건당국의 외국인 에이즈 감염자 관리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다.

특히 질병관리본부와 출입국관리소 등은 이미 3년 전 해당 여성이 에이즈에 감염됐다는 사실을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소재가 불분명한 불법체류자란 이유로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은 채 사실상 수수방관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19일 수원출입국관리사무소와 안성경찰서 등에 따르면 우즈베키스탄 고려인 A씨(36·여)는 지난 2003년 내국인과의 결혼을 목적으로 국내에 입국했다.

이후 A씨는 얼마 지나지 않아 내국인 B씨와 동거생활을 시작했으나 2005년께 안산시에서 만난 또 다른 남성 C씨와 잠자리를 가진 뒤 에이즈에 감염되자 B씨와 헤어지게 됐다.

실제 A씨는 당시 안산 모 보건소가 실시한 외국인 익명 에이즈 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았고 질병관리본부로부터 확진 판결을 받은 2006년부터 수원출입국관리사무소 전산망에 에이즈 양성 반응자로 등재됐다.

하지만 불법체류자 신분이었던 A씨는 자신이 에이즈 감염자라는 사실을 숨긴 채 안성지역에서 감염자가 종사할 수 없는 음식점 종업원으로 최근까지 불법 근무를 해왔다.

경찰은 최근 수사과정에서 A씨를 출입국관리법 위반 혐의로 검거해 확인과정에서 감염자로 드러났으며 신병을 관할 수원출입국관리소에 인계했다.

수원출입국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질병관리본부를 통해 외국인 에이즈 감염자 명단을 매년 통보받고 있지만 불법체류 중인 외국인들은 소재가 불분명해 사실상 관리를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A씨 역시 소재를 알 수 없어 조치하지 못하고 있던 터였다”고 말했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도 “에이즈 감염여부를 떠나 출입국관리법상 불법체류자들은 강제 출국조치가 이뤄지기 때문에 감염자들이 점점 음지로 숨는 추세”라며 “특히 불법체류자들의 경우 건강검진 자체를 꺼리는 경향이 있어 체계적인 관리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한편 보건당국은 A씨가 접촉한 남성 등에 대한 역학조사에 들어갔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제휴사/경기일보 박석원 노수정 기자 nsjung@kgib.co.kr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