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로 듣는 ‘사이버 마약’ 한국 상륙…네티즌 위험한 관심 증폭

기사승인 2009-02-18 11:4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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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로 듣는 ‘사이버 마약’ 한국 상륙…네티즌 위험한 관심 증폭

[쿠키 톡톡] ‘사이버 마약’이 한국 네티즌들을 유혹하고 있다. 인터넷으로 마약을 거래하는 것이 아니라 인터넷에 뇌파를 자극하는 특정 주파수를 올려 직접 코카인 등 각종 마약을 흡입한 것과 같은 환각을 느끼게 해준다는 것이다. 최근 유명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사이버 마약을 접해봤다는 경험담이 퍼지면서 호기심으로 이를 따라하려는 네티즌들이 급증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18일 디시인사이드 등 유명 인터넷 커뮤니티와 포털사이트 등에는 사이버 마약을 체험했다는 글이 속속 올라오며 네티즌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사이버 마약은 마음을 평온하게 하는 알파파(7∼13Hz)와 지각과 꿈의 경계상태로 불리는 세타파(4∼8Hz), 긴장·흥분 등의 효과를 내는 베타파(14∼30Hz) 등 각 주파수로 뇌를 자극해 인간의 심리상태를 조절하는 효과를 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모두 mp3 파일 형식으로 돼있다.

국내에서는 ‘아이XX’라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사이버 마약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해당 사이트는 항불안성(Antianxiety) 항우울성(Antidepressant) 처방성 마약(Prescription) 정화(Pure) 마약성(Recreational) 진정제(Sedative) 성적흥분(Sexual) 수면(Sleep) 스테로이드(Steroid) 각성제(Stimulant) 등 10개 항목을 통해 총 73개의 mp3 파일을 소개하고 있다.

이 중 특히 마약성 항목에는 코카인이나 모르핀, 헤로인, 마리화나, 야바 등 총 28 종류의 마약을 직접 느끼게 해준다는 파일들이 진열돼 있다. 각 항목을 클릭하면 해당 마약을 흡입한 것과 같은 환각에 빠지게 해준다는 주파수가 흘러나온다. 주파수 파일은 몇 초짜리에서부터 30분짜리까지 다양하다.

아이도저측은 “조명을 끄고 주변을 조용히 만든 뒤 편안하게 침대에 누워 음악을 듣기만하면 된다”며 “컴퓨터 스피커나 이어폰이 아닌 해드폰을 이용해야 효과가 좋다”고 이용법을 자세하게 소개했다.

해당 사이트에는 사이버 마약을 체험한 네티즌들의 경험담이 속속 오르고 있다.

인터넷 아이디 ‘AutoOO’는 “미칠듯한 환각성으로 가장 강력한 마약으로 통하는 ‘핸드오브가드(Hand of God)’를 체험했는데 30초간 단편적인 꿈을 수십편 꾼 것 같다”며 “꿈이 매우 선명해 신기했다”고 적었다. 또다른 네티즌들도 포털사이트 게시판이나 자신들이 평소 드나드는 커뮤니티에 “코카인을 이용하면 어떤 느낌이 들지 궁금했는데 아이도저에서 직접 경험해보니 이상한 환영이 나를 감싸주는 등 대단했다”거나 “사이버 마약을 접한 뒤 30분 동안이나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만큼 황홀함을 만끽했다” 등의 체험담을 올리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사이버 마약이 심심풀이 수준이 아닌 실제로 이용자를 중독에 이끌 수 있다는 데 있다.

아이도저측은 73개 자료이 모두 500달러(73만여원)의 가치가 있으며 이미 수많은 임상실험을 통과했기 때문에 안심하고 이용해도 된다고 홍보하고 있다. 실제 유튜브 등에는 사이버 마약을 즐기며 환각에 빠지는 외국 네티즌들을 담은 동영상이 나돌고 있다.

사이버 마약 열풍이 확산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 네티즌은 “사리분별을 제대로 할 수 없는 어린이들까지 무분별하게 마약이나 각종 오르가즘 등의 중독을 체험하게 해준다니 충격적”이라며 “정부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아이도저측은 중독성 논란에 대해 “사이버 마약 자료는 뇌파를 조정해서 실제 마약류의 10분의 1이나 5분의 1정도의 시간 정도만 환각성을 유지하게 한다”며 중독과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