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 제5공구에도 사고 낸 업체가 침목 공급… 특혜 논란

기사승인 2009-02-22 18: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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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경제] 경부고속철도(KTX) 2단계 구간(대구∼부산)의 제5공구에도 ‘불량 침목’을 납품해 파열사고를 낸 제4공구와 같은 특정업체가 침목을 사실상 독점공급키로 해 특혜 의혹이 일고 있다.

철도시설공단 관계자는 22일 “경부고속철도 2단계 4공구(대구∼울산간 136㎞)와 마찬가지로 5공구(울산∼부산간 117㎞)에도 독일 레일원사가 투자해 설립한 한국 자회사인 ‘TM트랙시스템’이 다음달부터 침목을 납품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레일원사는 고속철 2단계 궤도공법 ‘레다2000’의 특허를 보유한 업체로 국내 업체인 태명실업㈜과 35 대 65의 지분으로 유한회사인 TM트랙시스템을 설립, 천원레일원과 함께 5공구에 각각 8만개와 10만개의 침목을 공급할 계획이다.

레일원은 국내 업체인 천원공업㈜과 55 대 45 지분으로 유한회사인 천원레일원을 설립, 4공구에 침목 21만여개를 독점 공급해오다 침목 균열사고를 냈다. 이에 따라 경부고속철도 2단계 구간 침목은 모두 레일원측의 자회사들이 공급하게 됐다.

철도시설공단측은 2004년 침목생산 시방서(설계 등에서 도면으로 나타낼 수 없는 사항을 문서로 적은 것)에 ‘레다2000공법에 맞는 침목을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을 가졌거나 납품한 실적이 있는 업체 또는 레일원으로부터 기술 이전을 받아 제조 및 설비시설을 갖춰야 한다’는 조건을 달아 침목 공사 입찰에 나서면서 특정 업체에 특혜를 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더욱이 철도시설공단측은 침목 균열사고 후 국회 국토해양위원회 등에 보고한 자료에서 TM트랙시스템에 대한 설명없이 마치 별개의 회사처럼 “태명실업이 5공구에 참여하는 등 2개 업체 이상이 자재를 공급하도록 해 특혜가 아니다”고 해명했다.

국토해양부와 철도시설공단측은 레다2000공법을 쓰면서 관련 기술을 가진 독일 레일원과 합작한 회사가 침목을 공급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특혜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레다2000공법은 경부고속철도 1단계 터널 구간에서 사용했던 기술을 발전시킨 것”이라며 “부설 당시에는 전 세계에 36㎞ 구간밖에 설치되지 않았지만 현재는 전 세계 408㎞ 구간에 사용된 검증된 방식”이라고 말했다.

국토부는 다만 제4공구에서 침목과 레일을 연결시켜 주는 부품인 매립전(埋立栓)에 충진재(充塡材)로 방수재 대신 흡수재를 사용해 균열이 발생한 경위에 대해선 철저히 규명한다는 방침이다. 또 5공구에 공급될 침목에 대해서도 부실 여부를 확인하도록 지시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현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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