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人터뷰] 모그 “故 이언이 치는 드럼과 피아노 들어보실래요?”

기사승인 2009-02-23 14:5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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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연예] 기타리스트 겸 작곡가인 모그(37·본명 이성현)의 세 번째 정규 앨범 ‘나이츠 시크릿’(Nite's Sceret)이 완성도 높은 음악으로 마니아들 사이에서 잔잔한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앨범명 ‘나이츠 시크릿’은 문자 그대로 ‘밤의 비밀’이라는 뜻으로 시끌벅적한 밤거리를 연상시키는 리듬감 있고 경쾌한 곡들로 꾸며졌다.

“늦은 밤부터 해가 뜰 때까지 도심 한복판에서 흥겹게 노는 도시인들의 모습을 상상해서 만들었죠. 트랙 순서대로 들으면 제가 어떤 메시지를 표현하려고 했는지 느낄 수 있을 겁니다.”

모그라는 예명은 동화 ‘정글북’의 주인공 모글리에서 따왔다. 외국인 친구들이 모글리를 닮았다며 지어준 별명이다.

모그는 하루 종일 음악과 함께 산다. 음악이 그의 삶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모든 에너지를 음악에 쏟아 붓는다. 이번 앨범도 그의 꾸준한 음악 작업이 가져다 준 결과물이다. 기한을 정해놓고 앨범을 작업한 것이 아니라 모아 보니 정규 앨범이 완성된 격. 대부분의 곡들은 3~4년 전에 탄생했다. 가장 오래 전에 완성한 곡은 ‘올드 브라질리언 잼’(Old Brazilian Jam)으로 7년이나 됐다.

이번 앨범은 일렉트로닉한 느낌을 강하게 살린 모던 라운지로 담았다. 기존에 발표한 1,2집을 통해 얻은 ‘재즈 뮤지션’이라는 인식을 깨기 위해 재즈나 라틴 색깔을 대폭 줄였다.

“1,2집 앨범을 내고 나니 베이스 연주자나 재즈 뮤지션으로 평가하는 사람들이 많더라고요. 우리나라는 음악 장르가 다양하지 않아 발라드와 댄스 중 비슷한 특징이 많은 쪽으로 장르를 몰아넣죠. 재즈의 색깔이 들어갔다고 해서 절 재즈 뮤지션으로 판단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봅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앨범은 저에 대한 고정 관념을 깨기 위한 것이라 할 수 있죠.”

수록곡 ‘오션 드라이브’(Ocean Drive)는 하우스 장르로 경쾌한 느낌이 강하게 다가온다. ‘웨이팅 온 유’(Waiting on U)는 영국 유명 레이블인 롤라 웩스에서 출시된 컴필레이션 앨범 ‘소울 디바’에 수록되기도 했다. 이외에도 복고풍의 라운지 트랙인 ‘투게더’ 등 14곡으로 꽉 채워졌다.

모그는 1992년부터 우리나라와 미국 등지를 오가며 음반 작업을 하고 있다. 외국 가수들에게 곡을 주거나 해외 유명 레이블로부터 러브콜을 받기도 한다.

“외국에서는 우리나라처럼 정규 앨범이라는 개념이 없어요. 주로 디지털 싱글로 곡을 선보이죠. 그리고 그 곡이 인지도를 얻으면 리믹스 버전이 떠돌면서 인기를 얻는 거죠.”

또 외국은 저작권법이 철저하게 되어 있어 뮤지션들이 음악을 통해 수입을 내기 쉬운 구조로 되어 있다. 음원이 사용되는 모든 곳에 저작권법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커피숍이나 빵집, 심지어 길거리에서 곡을 틀게 되면 해당 가수에게 저작권료를 내야해요. 호텔 라운지에서 흘러나오는 곡들도 모두 계약된 곡이죠. 음악이 나오면 저작권료를 내야하기 때문에 가수들은 곡 작업만으로도 수입을 얻을 수 있어요. 그렇게 벌게 된 돈은 다음 앨범 작업할 때 사용되기에 뮤지션들은 비교적 여유로운 상황에서 양질의 곡을 만들어냅니다.”

[쿠키人터뷰] 모그 “故 이언이 치는 드럼과 피아노 들어보실래요?”


故 이언은 음악을 사랑한 친구

모그의 이번 앨범에는 지난해 8월21일 오토바이 사고사로 세상을 떠난 모델 출신 배우 故 이언이 참여한 곡도 수록됐다. 이언은 9번 트랙 ‘캔 유 히어 미’(Can U Hear Me)에서 피아노와 드럼을 직접 연주했다.

모그가 이언을 처음 알게 된 것은 2003년쯤이다. 모그는 이언에 대해 “친형제처럼 허물없이 지내던 사이”라며 “제 작업실에 (이)언이가 거의 살다시피 했다”고 회상했다. 특히 여느 가수 못지않게 음악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이)언이는 선율이 아름답고 그루비한 음악을 좋아했어요. 언이가 죽기 직전까지 작업한 곡들도 피아노 위주의 노래였고요. 음악에 대한 욕심과 열정이 강했던 친구였고 우린 만나면 음악 얘기만 했죠. 제가 미국에 있을 동안에는 메일을 통해 소스를 주고받았죠.”

친형제와 다름없던 이언이 세상을 떠나자 모그는 몇 달 동안 방황했다. “죽기 2시간 전에도 봤었는데… 슬프고 괴로운 마음을 떠나 그의 죽음이 믿겨지지 않았어요. ‘이렇게 예고 없이 떠나는구나’ 하는 허탈함을 느끼면서 3~4일 정도 반 실성 상태로 지냈어요.”

모그는 많은 사람들이 이언을 기억해줬으면 하는 바람으로 그의 노래를 앨범에 수록했다고 한다. “언이는 타고난 음악적 재능은 부족했지만 그 사실을 알고 굉장히 노력했던 친구”라고 평가했다.

정우성-김아중 단편 영화 ‘선물’ 음악감독

모그는 요즘 영화 음악 작업에 매진하고 있다. 김지운 감독의 차기작 ‘선물’에서 영화 음악 감독으로 활동하게 된 것. 정우성과 김아중이 주연하는 선물’은 현재 후반 작업 중이다.

모그가 영화 음악 작업에 참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국내 개봉을 기다리고 있는 미국 영화 ‘플레넷 비보이’에서도 음악 감독으로 참여했다. “영화 음악은 뮤지션의 취향을 최대한 배제해야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곡을 만드는 것보다 몇 배로 힘들죠.”

모그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음반을 낼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해했다. 음악 하나를 위해 많은 것을 포기했다는 모그.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곡을 들어줄 때까지 음반을 내고 싶다는 소망을 덧붙였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은주 기자
kimej@kmib.co.kr" 기사모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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