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부시 “9·11 테러범에 물고문 승인” 고백

기사승인 2010-11-04 20:4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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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지구촌]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재임 때 9·11 테러 용의자에 대한 물고문을 승인한 사실을 자서전을 통해 고백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부시 전 대통령은 오는 9일 출시되는 자서전 ‘결정의 순간들(Decision Points)’에서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당시 용의자였던 칼리드 셰이크 모하메드에게 물고문을 가하는 것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이 책에서 부시는 CIA가 물고문을 동원해 수사를 진행할 수 있는지를 물었고 이에 대해 “당연히 그렇다”고 답변한 사실을 고백했다. 또한 부시는 또다시 똑같은 상황에 처한다면 똑같은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서술했다고 이 책을 읽은 그의 측근은 말했다.

그러나 부시는 2009년 백악관을 떠나기 1주일 전 가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언급한 것과 마찬가지로 이 책에서도 물고문을 ‘고문(torture)’이라고 표현하지는 않았다. 대신 ‘워터보딩waterboarding)’이라고 표현했다.

‘워터보딩’은 2004년 3월 13일 CIA가 알카에다 요원을 심문하면서 고문에 가까운 기법을 구사한다고 뉴욕타임스(NYT)가 폭로하면서 처음 사용됐다. 당시 NYT는 피의자의 호흡기에 물어 부어 자백을 끌어내는 심문 방법을 그렇게 표현했고, 이후 일반적으로 물고문과 같은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부시는 대통령 재직 동안 내내 물고문 논란에 시달렸다. 2007년 퇴직한 CIA 요원이 부시 행정부의 고위층 승인 하에 물고문이 이뤄졌다는 사실을 폭로한데 이어 2008년 CIA의 마이클 헤이든 국장도 물고문이 실제로 이뤄졌다는 것을 시인하면서 여론이 들끓었다. 같은 해 미국 의회가 물고문 금지 법안을 통과시켰으나 부시는 거부권을 행사해 의원들의 강한 반발을 사기도 했다.

한편 오랫동안 부시 정권의 심문 및 감금 방식을 비판해온 데이비드 콜 조지타운대 법학 교수는 WP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정치적 책임에서 벗어나 있다고 믿기 때문에 (자서전에서) 이같이 시인했겠지만 정치 상황은 어떻게 변할지 알 수 없다”면서 물고문에 대한 부시의 책임 가능성을 언급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