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코폴로=도둑X” 피자, 한국 기원 광고 빈축

기사승인 2011-10-11 11: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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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톡톡] 유명 토종 피자업체가 자신들이 ‘피자의 원조’라는 내용의 코믹한 광고 동영상을 만들었다가 네티즌들의 빈축을 사고 있다. 맛과 품질에 자부심을 갖고 피자를 만든다는 취지로 제작한 광고였지만 자칫 외국 네티즌들에게 ‘한국이 피자마저 자기네 것이라고 우긴다’는 식의 오해를 살 수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동영상 공유사이트 유튜브 등에는 지난 3일 이후 ‘피자의 진짜 기원(The True Origins of Pizza)’이라는 제목의 광고 동영상이 나돌기 시작했다. 미스터피자가 미국 소비자들을 겨냥해 제작한 3분40여초짜리다. 영어(한국어 자막)로 된 이 동영상은 피자의 원조가 이탈리아가 아닌 한국이라는 내용을 코믹하게 부각시키고 있다.

동영상은 미국의 한 방송사가 뉴욕 브루클린의 한 피자가게 앞에서 이탈리아의 마르코폴로를 도둑으로 묘사한 1인 시위를 본 뒤 진짜 피자의 원조를 추적하면서 시작된다.

또한 음모론에 빠진 한국인 청년이 “마르코폴로는 우리의 보물인 피자를 가져갔으니 도둑놈”이라고 주장하는가 하면 한국인 여성 요리전문가가 “(피자를 훔쳐갔으니) 이탈리아는 우리에게 사과해야 돼요”라고 말하는 장면 등이 이어진다.

동영상은 이어 전통적인 방식으로 피자를 만드는 곳이라며 미스터피자의 정우현 회장을 소개한다. 정 회장은 동영상에서 “부친도, 조부도, 증조부도, 고조부도, 그 위의 할아버지도 피자를 만들었다”면서 “(비록) 우리가 피자를 발명한 것은 아니지만 우리가 (피자의) 오리지널이다”라는 알쏭달쏭한 말을 한다.

동영상은 특히 고려 석불상의 네모난 이중 석관이 피자 박스와 마늘빵 박스를 상징한다는 한국인 학자의 주장을 보여주며 끝을 맺는다.

동영상은 코미디라는 점이 강조돼 있다. 맨 처음 등장하는 중국인 교수가 “이탈리아는 중국의 국수를 훔쳐 스파게티를 만들었으니 그 나라(한국)에서 피자를 가져간 건 일도 아니었을 것”이라고 말하는 장면에서 그는 양손을 들어 검지와 중지를 까딱인다. 이는 ‘내 말은 우스갯소리’라는 행동이다.

또 정 회장 조상들의 초상화가 모두 똑같은 포즈를 취하고 있거나 불상의 석관을 증거로 “마늘빵도 한국 것”이라고 주장하는 장면도 코미디라는 사실을 잘 나타낸다.



하지만 인터넷에서는 “참신한 광고”라는 반응보다는 자칫 한국인들은 뭐든지 ‘자신들이 원조’라며 억지를 부린다는 편견을 고착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더 많다.

한 네티즌은 동영상 댓글에서 “그동안 뭐든지 한국이 기원이라는 식의 주장을 편다며 많이 공격당했는데 아무리 웃긴 내용이라고 하지만 굉장히 찝찝하다”며 “일본 혐한 네티즌들이 좋아할만한 광고”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네티즌도 “요즘 일본 혐한들 목표가 ‘한국=도둑질하는 민족’인데, 이런 광고를 만들다니 이해가 안된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미스터피자 측 관계자는 “전 세계 어느 누구도 피자가 한국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크게 문제가 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며 “미국 소비자들은 생소한 브랜드인데다 코믹함이 가미돼서인지 참신하고 재미있다며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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