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에서 울리는 클래식의 대화…백건우의 섬마을 콘서트

기사승인 2013-05-27 17:4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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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연예] 루드비히 반 베토벤, 프레데릭 쇼팽, 프란츠 리스트… 세계적으로 유명한 피아니스트이이지만 정작 이들의 음악을 제대로 듣기란 어려운 일이다. 클래식은 가까운 듯 멀게 느껴지는 게 보통이고, 세종문화회관이나 예술의 전당처럼 ‘고상한’ 곳에서 ‘격식 있는’ 차림으로 들어야 할 것 같기 때문이다.

연평도, 위도, 욕지도에 세계 최고 피아니스트 백건우가 떴다

이런 보통의 상식을 깨는 일이 지난 2011년에 벌어졌다. ‘건반 위의 구도자’, ‘순례자’로 불리며 한국인에게 가장 사랑받는 피아니스트 백건우가 3곳의 섬마을에 등장한 것이다. 그는 연평도에서 상처받은 주민을 음악으로 위로했고, 욕지도에서는 꼬마 친구들로부터 “음악 듣게 해줘서 고마워요. 꼭 다시 오세요.”라는 말을 듣고 감격해 했다.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동 MBC 사옥 내 대회의실에서 열린 ‘2013 MBC 대기획 백건우 섬마을 콘서트’ 기자 간담회에 참석한 백건우는 2011년 첫 섬마을 콘서트 때의 기억을 떠올렸다. “욕지도 공연 때는 사실 600명 정도가 올 것으로 예상했었는데 1100명 정도가 왔었어요. 끝나고 나서 사람들이 다 나갔는데 아이들이 반대편에서 계속 저에게 고맙다며 인사를 했죠. 그 순간 말로는 표현하기 힘든 감동을 받았고 정말 감격스러운 순간이었어요.”

2년 만에 다시 섬을 찾는 백건우…음악은 대화를 나누는 것

백건우는 섬을 방문했던 그때의 감격을 잊지 못하고 오는 6월 3일 울릉군 울릉도 저동항과 7일 통영시 사량도 덕동 물양장에서 두 번째 섬마을 콘서트를 연다. 콘셉트는 2년 전 공연과 크게 다르지 않다. 별도의 진행자는 없다. 그저 관객이 플라스틱 의자에 앉으면 백건우가 무대에 들어서고 인사를 한 후 바로 공연을 시작한다. 그런데 클래식에 일가견이 있는 사람이라면 모를까 평소 클래식과 동떨어져 있던 사람들에게 별도의 설명이 없다면 연주가 생소하게 다가오지는 않을까.

백건우는 이런 우려에 관해 말문을 열었다. “2011년 공연 때도 ‘설명이 필요하지 않으냐’는 의견이 있었지만 개인적으로는 별도의 설명을 하자는 의견에 절대 반대했었어요. 왜냐면 미리 설명을 해버리면 음악을 해석하는 방향이 그려질 것이고 선입견이 생겨 고정된 이미지가 박히기 때문이죠. 소리로서 상상할 수 있는 그림을 그릴 수 없는 거예요.” 그는 설명을 이어 나갔다. “음악회를 연다는 것은 그 자체가 관객과 대화를 하는 거죠. 저 역시 전달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저를 내세우기보다는 작품에 충실해서 메시지를 전달하고 청중의 반응을 받고 또 연주에 녹여내요. 일체의 설명 없이 대화를 나누고 싶어요. 이번 섬마을 콘서트도 마찬가지고 일생을 그렇게 살아왔으니까요.”



세종문화회관 관객과 섬마을 관객의 차이? 그것은 중요한 것 아냐

세계적 피아니스트 백건우는 프랑스 파리를 비롯해 해외 유명 공연장에서 주로 공연을 해왔다. 국내에서는 세종문화회관, 예술의 전당 같은 준비된 곳에서 연주해왔다. 잘 차려진 곳의 관객과 클래식이 낯선 섬마을 사람 간에는 차이가 있지 않을까. 백건우는 차이는 있겠지만 그것이 중요한 게 아님을 강조한다. “장소마다 매력이 있고 매직(마술)스러운 면이 있어요. 음악회를 열기 전 많은 시간 동안 장소를 이해하고 그곳에 맞는 연주를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죠. 섬에서 처음 피아노를 접하는 사람과 러시아 유명 스쿨에서 음악을 들으러 온 사람 간에는 차이점이 있을 수밖에 없죠. 하지만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중요한 것은 음악과 청중에 대한 믿음이에요. 그런 믿음이 있을 때 음악을 통해 모든 인간이 대화하고 통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섬을 가든 어디를 가든 걱정이 되지 않아요.”

관객이 어디에 있는지보다는 음악을 통한 믿음과 소통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백건우, 그의 곁에는 37년째 매니저를 자처하는 배우자이자 영화배우인 윤정희가 있었다.

섬에서 울리는 클래식의 대화…백건우의 섬마을 콘서트


윤정희 “곁에 있는 것 자연스러운 일…행복감 느껴”

윤정희는 지난 2010년 이창동 감독의 작품 ‘시’(詩)를 통해 47회 대종상영화제 여우주연상과 31회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 34회 카이로 국제 영화제 평생공로상 등 국내외 상을 휩쓴 유명 배우지만, 백건우 곁에서는 구두를 챙겨주고 양복 먼지를 털어주는 내조의 여왕으로 변신한다.

이날 기자간담회에 함께 참석한 윤정희는 “두 부부가 같이 다니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해요. 한 연주자가 연주에 집중하려면 그 뒷일이 참 복잡하거든요. 본인이 할 수 없는 것을 대신 해주면 연주자가 정신적 여유를 가질 수 있잖아요”라며 웃어 보였다.

그러나 무조건 ‘내조’만을 위해 섬마을 콘서트까지 따라가겠다고 한 것은 아니다. 그녀는 “함께 하는 또 다른 이유는 클래식을 어렸을 때부터 좋아했기 때문이에요. 남편의 음악을 들으면 굉장한 행복감이 찾아오죠. 그래서 영화 ‘시’를 계약할 때도 이창동 감독님에게 조건을 붙였죠. 적어도 4번은 남편의 음악을 들으러 외국에 가야 한다고요. 당시 감독님이 오케이를 해줬죠. 함께 움직이는 것은 저에게 행운이고 부부에게는 자연스러운 일이죠.”

윤정희는 이날 자신의 착각으로 기자간담회가 15분 가량 늦어진 것에 대해 두 번이나 사과했다. 그녀가 남편을 위해 완벽한 내조를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순간이었다.

피아니스트 백건우와 배우 윤정희가 함께 만드는 ‘섬마을 콘서트’는 ‘섬’이라는 공간에 ‘음악’이라는 대화, ‘연인’의 사랑이 묶여 아름다운 작품을 만들어낼 예정이다. 오는 7월 드라마 ‘궁’의 황인뢰 감독 첫 다큐멘터리로도 탄생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오대성 인턴기자 worldswithin@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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