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팀, 뇌영상 연구로 우울증에서 자살 생각 원인 규명

기사승인 2016-06-21 11: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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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연구팀, 뇌영상 연구로 우울증에서 자살 생각 원인 규명

 

국내 연구진이 뇌 영상 연구를 통해 우울증을 경험하는 사람들이 ‘자살’을 생각하는 원인을 규명했다.

성균관의대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홍진 교수(사진)는 ‘자살 생각이 있는 우울증과 없는 우울증 환자에서 뇌 영상과 뇌유래신경영양인자(Brain-derived Neurotrophic factor, BDNF)’ 분석 결과 이같이 확인됐다고 21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전홍진 교수가 주관연구책임자로 참여했으며, 고려대학교 바이오의공학부 성준경 교수, 하버드의과대학 매사추세츠 종합병원(MGH) 정신건강의학과 우울증임상연구센터 모리죠 파바 교수 공동 연구팀이 미래창조과학부, 한국연구재단의 일반연구자지원사업으로 2011년부터 5년간 진행했다.

특히 이 연구 결과는 네이처 자매지인 미국 정신의학회 학술지(Translational Psychiatry) 최신호에 게재됐다.

일반적으로 우울증을 경험하는 사람들 중 죽고 싶은 생각이 들고 일부 심한 경우에는 자살시도를 하기도 한다. 이러한 현상이 발생하는 이유에 대해서 그동안 잘 알려져 있지 않았다. 우울증이 심하지 않은 초기에 자살 생각이 들기도 하고 호전될 때 오히려 위험한 경우가 많았다.

연구팀은 이러한 현상의 원인을 찾기 위해 이번 연구를 수행했다. 그 결과, 우울증에서는 전체적으로 뇌의 기능이 저하되는데, 뇌 전두엽 및 변연계의 기능에 저하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두엽은 이마 쪽에 위치해서 판단, 사고, 계획, 억제 등을 하는 고차원적인 뇌 기능을 하는 곳이고 변연계는 뇌 심부에 위치해서 인간의 기본적인 본능과 충동, 수면과 섭식, 기억을 관장하는 곳이다.

연구팀에 따르면 우울증이 오면 전두엽 기능 저하로 인해 기분이 우울해지고 의욕이 떨어지고 집중력에 지장이 온다. 변연계 기능 저하로 불면증, 식욕저하, 감정 기복 등이 발생한다. 학교나 직장에 가도 제대로 된 기능을 유지하기가 어렵고 대인관계의 의욕마저 저하된다.

이번 연구에서는 자살 생각이 발생하면 뇌기능의 변화가 발생하는데 뇌 심부에 위치한 변연계가 흥분된다는 것을 기능적 자기공명영상촬영(MRI)을 통해 밝혔다. 변연계는 분노, 화, 불안 등의 증상이 있을 때 흥분되며, 과거의 트라우마가 회상 될 때도 흥분이 된다.

이에 비해 우울증으로 인한 전두엽의 기능저하는 회복되지 않은 상태가 돼 전두엽이 변연계를 통제하지 못하게 된다. 이것은 술을 과량 마셨을 때 전두엽 기능저하가 되어 충동이 증가하는 원리와 유사하다.

특히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뇌 백질의 연결성을 볼 수 있는 확산텐서 영상으로 우울증에서 전두엽-변연계 간의 연결이 줄어들수록 자살 생각이 더 증가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이와 함께 두 영역간의 연결성의 감소는 충동성의 증가와 일을 순차적으로 계획해서 실행하는 실행 기능의 저하와 비례하는 것도 확인했다.

연구팀은 “이로 인해 뇌의 전두엽 아래쪽에 있는 곧은이랑(gyrus rectus)이 활성화되는데 기존 연구에 의하면 이 부위의 손상이 충동조절장애와 관련이 된다고 한다. 따라서 갑작스러운 충동성이 생기고 이로 인해 자살생각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우울증이 발생하면 뇌신경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뇌유래신경영양인자(BDNF)가 저하되는데 이로 인해 뇌 신경의 연결성이 저하될 수 있다. 우울증이 만성화되고 치료 받지 않으면 전두엽-변연계 연결성이 저하되고 이로 인해 자살 생각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따라서 연구팀은 어린시절의 트라우마, 알코올, 약물 오남용, 분노감, 화병 등으로 인해서도 우울증이 발생하고 자살 생각이 발생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전홍진 교수는 “우울증을 조기에 신속하고 객관적으로 선별하고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며, 이는 우울증만이 아니라 자살예방에도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송병기 기자 songbk@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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