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동반자살 하실 분” 인터넷은 지금 ‘슬픈 발자국’ 확산 중

/ 기사승인 : 2016-09-10 00: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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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세계 자살 예방의 날’, 인터넷 동반자살 확산 막는 대책 나와야

[쿠키뉴스=장윤형 기자] 인터넷을 통해 자살 정보를 공유하고 동반자살까지 실행에 옮기는 위험한 사태가 현실에서 버젓이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와 경찰의 단속이 이뤄지고 있지만 인터넷으로 확산되는 자살 관련 정보 공유를 막기에는 속수무책이다. 

페이스북,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블로그, 인터넷 커뮤니티에 자신의 온라인 활동을 하면서 남긴 발자국, 즉 개개인들이 남긴 온라인 글이나 사진 등의 기록을 ‘디지털 발자국’이라고 명명한다. 이러한 디지털 발자국은 누군가에게는 영원히 추억하고 싶은 좋은 족적을 남기지만, 누군가에게는 ‘지우고 싶은’, ‘지워져야 할’ 기록까지 영원히 남길 수 있는 위험이 있다. 수많은 사람들의 디지털 발자국들이 모인 인터넷이라는 공간. 최근에는 슬픈 발자국들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특히 ‘자살’이라는 단어가 SNS나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급속하게 확산되고 언급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한해 자살하는 사람들의 수는 2001년 6000명에서 2002년에 8000명, 2003년 1만여명으로 급증해 현재 1만4000명에 이른다, 하루에 약 40명이 자살로 아까운 생명을 버리고 있다. 노령인구와 청소년들의 자살률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으며, 청소년 사망 원인의 1위가 자살이다. 

특히 10대 청소년을 비롯해 20~30대 젊은이들에게서 과거와는 다른 자살 형태가 발생하고 있다. 바로 인터넷을 통해 자살 정보를 검색하고 공유한다는 사실이다. 주로 자살 시도자들이나 자살을 고민하는 사람들이 인터넷 커뮤니티에 유서를 남긴다던가, 자살 방식을 공유한다던가, 자살을 암시하는 글을 남기는 것이다. 

◇10~20대 인터넷 통해 자살 관련 정보 공유, 경찰 단속 피해 정보 ‘음지화’

한 10대 청소년은 주위 친구들이 SNS를 통해 자살 암시나 자살 관련 표현을 하는 것이 빈번하다고 언급했다. 주로 “죽지 못해 산다” “자살 방법 아는 사람?” “자살 추천하는 사람 좋아요 눌러주세요”라는 식의 글을 남긴다고 했다. 

SNS뿐 아니라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자살과 관련된 글이 수도 없이 많았다. 20~30대 남성들이 자주 찾는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자살법’을 공유하거나, 자살과 관련된 암시 글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자살이라는 키워드를 치지 않고 다른 유사 키워드를 입력하면 자살 관련 정보를 쉽게 찾을 수 있다. 한때 자신의 자살 예고 사진을 올렸던 10대 청소년은 논란이 일자, 글과 사진을 삭제하기도 했다. 자살 시도자가 자신의 자살 암시 글을 올리면, 자살을 부추기는 사람들의 댓글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다음이나 네이버, 구글 등의 포털사이트에서 자살 관련 사진, 게시판 글이 한때 논란이 되자, 중앙자살예방센터와 경찰 등이 나서 온라인에서 이뤄지는 자살 관련 정보 확산을 막기 위해 자살 관련 정보를 삭제하거나 유해 정보로 분류하여 정보 접촉을 차단했다. 이후 자살 관련 정보를 공유하는 사람들은 보다 더 ‘음지화’ 된 곳에서 커뮤니티를 통해 자살 관련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실제 같은 취향이나, 취미를 공유하는 온라인 커뮤니티들을 접속해보면 쪽지를 통해 동반 자살을 계획하거나 자살 정보를 공유하는 경우도 많다. 일례로 스스로 목숨을 끊겠다고 하는 사람들 중에는 자살하는 사람을 구하기 위해 인터넷 커뮤니티에 글을 올리기도 한다. 주로 인터넷 카페나 블로그 등을 통해 “같이 자살하실 분 구해요”, “함께 죽으실 분” 등의 글과 함께 자신의 아이디와 개인정보를 공유하고 자살을 계획한다. 조력 자살인 것이다.

자살 관련 정보는 끊이지 않고 인터넷을 통해 확산되고 있다. 실제 한 자살 관련 사이트에 접촉했더니, 자살법이나 자살 관련 글들이 수십개나 게재돼 있었다. 이 자살 관련 사이트에는 많은 사람들이 접속하여 자살 관련 글을 공유하고, 자살법에 대해 문의하고 있었다. 사이트 운영자는 이와 관련해 답변을 꾸준히 해주고 있다. 

지난해 서울대생 A군이 교내 온라인 커뮤니티에 남긴 유서는 많은 젊은이들에게 회자되기도 했다. 그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먼저 태어난 자, 가진 자, 힘 있는 자의 논리에 굴복하는 것이 이 사회의 합리이며 생존을 결정하는 건 수저 색깔"이라는 내용의 유서를 남겼다. 이 사건 이후 A군의 유서는 SNS와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통해 퍼져나갔다. 그의 유서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가 남긴 슬픈 족적은 네티즌들에 의해 인터넷으로 급속도로 확산되었다. 한 네티즌은 그의 유서를 실어 나르며 “그가 남긴 유서를 공유합니다. 그가 언급한 흙수저, 금수저 이야기는 다른 누구의 이야기도 아닌 우리의 이야기입니다”라고 언급했다. 

대화와 소통의 창구인 ‘인터넷’ 커뮤니티와 SNS는 어느덧 죽음이라는 주제를 아무 거리낌 없이 나눌 수 있는 공간이 되고 있다. 하지만 누군가의 자살과 관련된 발언은 또 다른 누군가에게 자살을 유도할 수 있는 위험한 무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예의주시해야 한다. 

'슈퍼스타K' 출신 가수 K씨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만난 사람들과 자살을 계획한 사건이 있었다. 경찰에 따르면 K씨는 인터넷 자살 커뮤니티를 통해 만난 사람들과 함께 자살을 공모해,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과 슬픔을 안겨주었다. 일행 중 한 명은 가족들에게 "미안하다 먼저 간다"라는 문자를 남긴 사실도 공개됐다. 평소 K씨는 우울증을 앓았다고 한다. 

올해도 어김없이 유사 사건이 발생했다. 실제 지난달 5일 오전 8시 22분께 경기 안산시 단원구 원곡동의 한 사무실에서 A모(26·여) 등 여성 1명과 남성 3명 등 총 4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이들은 비닐봉지를 쓴 채 사망했으며 사무실 안에서는 가스통과 호스가 발견됐다. 경찰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들은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모여 동반 자살을 계획한 것으로 드러났다. 숨진 한 청년의 주머니에서는 유서 4장이 발견됐다. 유서에는 자살 동기에 대한 언급은 없고 “가족에게 미안하다”는 내용만이 담겨 있었다. 

이처럼 인터넷을 통해 동반자살을 공모하는 비중이 늘어나고 있다. 실제 경찰청이 지난해 2주간 온라인 자살 유해정보 신고 대회를 개최한 결과에 따르면 7100여건의 이상의 자살 관련 유해정보가 적발됐다. 자살 관련 유해정보는 인터넷 카페나 커뮤니티를 통해 더욱 암암리에 공유되기 때문에, 유해정보는 이보다 2~3배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자살 시도자들 “죽고 싶다=살고 싶다” 양가감정 존립, 70% “도와달라” 요청

전문가들에 따르면 인터넷을 통해 자살할 사람들을 모집하고 공모하는 사람들에게는 ‘양가 감정’이 있다고 한다. 죽고 싶은 심정과 더불어,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함께 공존하는 것이다. 혼자 죽을 용기가 없기 때문에, 죽음을 동조하는 자들을 만나 극단적인 선택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이는 아주 위험한 행위다.

인터넷이라는 공간은 사람들의 슬픔의 발자국을 남기는 또 다른 창구일 뿐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과거부터 사람들은 자신의 죽음을 암시하는 유서를 쓰거나, 족적을 남기는 것을 통해 누군가에게 자기 죽음을 ‘막아 달라’고 또 다른 호소를 하고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자살을 하려고 시도하는 사람들이 갖는 ‘양가 감정’을 잘 들여다 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결연한 의지로 자살을 하는 사람은 드물다. 자살을 하기 전 자신을 도와달라는 신호는 가까운 사람들에게 보내기 마련이다. 

안용민 서울대의대 정신건강의학과(한국자살예방협회 회장) 교수는 “대다수 자살하는 사람들은 양가감정을 가진다. 자살하는 것에 대한 의지도 있지만 이와 더불어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나 공포를 갖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주변에 ‘나를 도와달라’는 의식적 또는 무의식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게 돼 있다”며 “누군가 자살 행동을 하기 전 가까운 사람에게 '헬프 미(Help me)' 사인을 인터넷에 글을 올린다거나 휴대폰 문자나 전화를 통해 메시지를 전한다면 예사롭게 보지 말고 반드시 그들이 위험한 상태로 가지 않도록 재빠르게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한 연구에 따르면 자살 시도자들이나 자살자들의 70%는 자신을 도와달라는 흔적을 남기는 습관이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자살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안용민 교수는 “제일 중요한 것은 자살 위험에 처한 사람들에 대한 주위 사람들의 관심”이라며 “자살 위험에 처하거나 자살 신호를 보내는 이들에게 ‘바보같은 소리하지 말라’고 한다거나 그들의 메시지를 무시하고 넘어가면 안된다. 그렇게 되면 자살 위험에 처한 사람들은 자신이 ‘버림받았다’고 여겨 더욱 더 극단적 선택에 이르게 된다”고 말했다. 안 교수는 “누군가 자살 위험에 처해 있거나 힘들다고 말할 때 그의 이야기를 공감해주고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절반 이상 자살을 예방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특히 자살과 우울증의 관계는 밀접하다. 실제 자살한 사람들의 심리적 부검(psychological autopsy) 결과, 80% 이상에서 자살의 원인이 우울증으로 나타났다. 즉, 대부분 기존에 우울증을 앓고 있던 사람들이 자살을 한다는 뜻이다. 홍승봉 대한뇌전증학회장(삼성서울병원 신경과)은 “우울증 초기에는 자살사고가 없다가 치료를 받지 않으면 호전-재악화가 반복되면서 중등도 또는 심한 우울증이 진행하면서 자살사고가 늘어난다”며 “우울증을 치료하지 않으면 개인적으로 큰 스트레스나 사건을 당할 때 자살 충동을 이기지 못하여 자살을 감행하게 된다. 자살 충동을 일으키는 것이 질병에 의한 것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병원에 방문해 적극 치료하는 것이 필요하다”고당부했다. 

오늘도 누군가는 인터넷을 통해 “힘들어요” “살려줘”라고 족적을 남기고 있다. 한 청소년 자살예방 관련 단체 관계자는 “자살을 고민하는 이들의 상당수는 결국 인터넷 혹은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자신이 죽도록 괴롭다는 마음을 공감받고 싶어한다”며 “이들이 도움을 요청할 때 대충 넘기지 말고 전문가에게 인도하거나 공감의시를 하여 극단적인 선택을 막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이어 그는 “인터넷은 익명의 공간이자, 누구든 정보에 접근하기 쉬운 장점이 있다. 이들을 위해 보건복지부, 경찰 등이 이러한 정보들이 확산되는 것을 막을 다른 궁극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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