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포착] 어린이 애니메이션 속 성편견

/ 기사승인 : 2017-05-11 16:5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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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희 아나운서 ▶ 키워드 포착. 오늘도 쿠키뉴스의 심유철 기자와 함께 합니다. 심유철 기자, 어서 오세요.

심유철 기자 ▷ 네. 안녕하세요. 심유철 기자입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네. 오늘 제시해 주실 키워드는 무엇인가요?

심유철 기자 ▷ 네. 오늘 제가 제시할 키워드는, 어린이 애니메이션 속 성편견입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네. 뽀로로나 타요와 같은 아동용 애니메이션은 거의 모든 아이들이 유아 시절부터 보기 시작할 정도로 유명한데요. 아이들은 그런 만화들을 통해 배우는 것이 많은 만큼, 아이들의 취향이나 태도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어요. 그런데 이런 애니메이션에 성차별적 요소가 있다니. 한 번 자세히 살펴봐야겠네요. 심유철 기자, 정말 어린이들이 보는 애니메이션 속에 성편견이 존재하나요?  

심유철 기자 ▷ 그렇습니다. 어린이 애니메이션 속 성편견 사례는 주요 캐릭터 성비와 색상, 역할 중요도 등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요. 그 중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점은 주요 캐릭터의 성비입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성비가 많이 차이나나요?

심유철 기자 ▷ 네.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국산 애니메이션 로보카 폴리, 꼬마버스 타요, 출동! 슈퍼윙스 등의 주요 캐릭터는 거의 남성이고요. 주요 등장인물 5명 중 여성 캐릭터는 1명꼴이거든요. 

김민희 아나운서 ▶ 그러니까 유명 애니메이션의 주인공은 거의 남성 캐릭터라는 거죠? 

심유철 기자 ▷ 네. 뽀롱뽀롱 뽀로로의 경우, 주요 캐릭터 11개 가운데 남성으로 분류할 수 있는 캐릭터 수는 6개인 뽀로로, 크롱, 포비, 에디, 해리, 통통이고요. 여성 캐릭터는 루피와 패티. 단 2개에 그쳤습니다. 또 꼬마버스 타요의 주요 캐릭터 4개인 타요, 가니, 로기, 라니 가운데 여성 캐릭터는 라니가 유일하고요. 로보카 폴리 역시 주요 4개 캐릭터인 폴리, 로이, 헬리, 엠버 가운데 여성 캐릭터는 엠버가 유일합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여성 캐릭터는 소수에 그쳤군요. 현실에서 성비는 그렇지 않은데. 많이 다르네요.

심유철 기자 ▷ 네. 2016년 통계청 자료에 나오는 남녀 성비는 50:50으로 남녀의 숫자가 거의 동일합니다. 하지만, 인기 애니메이션의 주요 캐릭터 성비는 3:1로 현실에 비해 여성 비율이 턱없이 낮게 나타나 있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아이들이 보기에는 현실에서도 여자보다 남자가 훨씬 많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어요. 또 우리 사회의 고정관념 중 하나지만, 여자들은 분홍색을 좋아하고, 남자들은 파란색을 좋아한다는 편견이 있는데요. 그 역시 애니메이션에도 적용되고 있나요? 

심유철 기자 ▷ 그렇습니다. 캐릭터 색상 역시 여성의 경우 분홍을, 남성은 파랑을 주로 사용했는데요. 로보카 폴리의 엠버, 출동! 슈퍼윙스의 아리, 뽀롱뽀롱 뽀로로의 루피 등 여성 캐릭터는 대부분 분홍색 피부를 가졌거나, 분홍색 의상을 착용하고요. 최근 동요 동영상으로 인기를 끌었던 핑크퐁의 상어가족 역시 아빠는 파란색, 엄마는 분홍색으로 묘사됐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캐릭터에 사용되는 주 색상도 차이가 나는군요.

심유철 기자 ▷ 네. 남성 캐릭터의 경우 특정 색상에 한정되지 않고 다양하지만, 여성 캐릭터에 사용되는 색상은 핑크나 보라 계열로 제한적이었고요. 악세사리의 경우도 남성 캐릭터는 아예 착용하지 않거나 안경, 헬멧, 장갑, 멜빵바지 등이었지만, 여성 캐릭터의 경우 주로 치마에 머리 핀, 스카프 등 장식적인 요소가 많았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네. 색 뿐 아니라 등장인물들이 착용하는 악세서리도 차이가 나는군요. 그리고 애니메이션 내용도 중요한 것 같아요. 대부분 아이들에게 꿈과 용기를 주는 줄거리가 대부분인데, 거기서도 남녀의 역할이 다른가요? 

심유철 기자 ▷ 극의 흐름상 중요한 역할도 대부분 남성 캐릭터가 맡습니다. 로보카 폴리의 한 에피소드에서 여성 캐릭터 엠버는 위기 상황에서 임무를 포기하지만, 다른 남자 대원들의 설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데요. 그건 능동적 남성과 수동적 여성이라는 고정된 성역할을 보여주는 내용입니다. 실제로 한국여성민우회가 2012년 발표한 대중매체 양성평등 모니터링에 따르면, 어린이 프로그램에서 여성이 문제를 해결하는 경우보다 남성이 문제를 해결하는 경우가 약 3배가량 많다고 하네요. 

김민희 아나운서 ▶ 그러니까 결국 남성 캐릭터는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부각시키고, 여성캐릭터는 외모를 부각시키는 경우가 많은 거죠?

심유철 기자 ▷ 그렇죠. 능력이 부각되는 남성 캐릭터에 비해 여성 캐릭터는 외모를 중요시 합니다. 캐릭터의 성격 또한 남녀 캐릭터에 많은 차이가 있는데요. 남성 캐릭터에 대한 설명은 씩씩, 용감, 말썽, 사고뭉치, 명랑, 활달, 호기심, 모험 등 적극적이고 활동적인 의미를 담은 단어로 구성돼 있고요. 여성 캐릭터의 경우 뽀로로에 등장하는 패티에 대해서만 리더십이 강하고 운동을 잘한다는 설명이 있었을 뿐, 다른 여성 캐릭터에는 상냥, 귀여움, 겁이 많음, 애교 등으로 묘사되어 있습니다. 꼬마버스 타요도 남성 캐릭터인 타요와 로기는 호기심이 많거나 활달한 성격으로 묘사되지만, 여성 캐릭터인 라니는 상냥하고 귀엽지만 겁이 많은 애교 만점 꼬마 숙녀 버스로 소개되고 있고요. 

김민희 아나운서 ▶ 씩씩하고 용감한 남자 주인공, 상냥하고 겁이 많은 여자 주인공, 그럼 그런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여성 캐릭터들은 주로 어떤 역할을 하나요?

심유철 기자 ▷ 극 중에서도 여성 캐릭터들은 외모 치장에 몰두합니다. 뽀롱뽀롱 뽀로로의 배경은 눈 덮인 숲 속 마을인데 등장인물인 패티와 루피는 치마를 입고 있고요. 선물공룡 디보에도 외모로 주목받고 싶어 하는 여성 캐릭터가 등장합니다. 쿵푸 공룡 수호대에서는 여성인 루시가 친구를 도우러가던 중 치장에 몰두하는 장면이 등장하기도 합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그 정도면, 우리가 흔히 가지고 있는 성편견을 넘어서는 것 같은데요. 혹시 그런 성편견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성차별적 내용이 어린이 애니메이션에 나오기도 하나요?

심유철 기자 ▷ 네. 그래서 더 문제인데요. 뽀롱뽀롱 뽀로로에 보면, 예쁜 여자 펭귄 패티가 살 곳을 찾아 뽀롱뽀롱 숲으로 처음 오는 장면이 있습니다. 친구들은 새로운 친구 패티가 예쁘다고 무척이나 좋아하고요. 하지만 친구들에게 밥을 해주는 건, 착하지만 좀 덜 예쁜 비버 루피입니다. 다른 친구들은 루피가 해주는 밥은 먹고 싶지만, 노는 건 예쁜 패티와 함께 하고 싶어 하죠.

김민희 아나운서 ▶ 아무리 만화지만 좀 너무하네요. 대놓고 외모로 차별하는 거잖아요.

심유철 기자 ▷ 네. 거기에는 성별 분업, 여성의 외모에 대한 사회적 기준 등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의 성별에 대한 고정관념이 그대로 들어있습니다. 다만 어른들이 보는 프로그램에 비해서 조금 우회적인 방법으로 표현할 뿐이죠.  

김민희 아나운서 ▶ 문제는 그런 내용들을 보고 받아들이는 아이들이에요. 대부분의 애니메이션이 그런 성편견, 성차별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데, 현실에서 아이들이 그 내용을 그대로 받아들이면 어떻게 될까요?  

심유철 기자 ▷ 4세 이상 아이들 사이에서 성편견은 빈번하게 관찰되고 있습니다. 유치원에서도 선생님 놀이를 할 때 보살핌을 담당하는 담임 역할은 늘 여자아이들의 몫이고요. 남자아이들은 활동적인 체육 교사 역할을 맡는 경우가 많은데요. 또 분홍은 여자색이고 파랑은 남자색이라는 인식이 강해, 남자 아이가 분홍색을 좋아하면 놀림을 받기도 합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그런 내용들을 바로 받아들이고, 또 사실인 것처럼 습득하게 되는 군요.

심유철 기자 ▷ 네. 아동은 발달 시기에 관찰만으로도 학습이 가능하기 때문에요. 남성 위주로 진행되거나 성편견이 스며있는 애니메이션을 아이들이 볼 경우, 자연스레 성적 고정 관념을 습득할 수 있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네. 물론 어린이 애니메이션 제작자가 이러한 고정관념들을 어떠한 의도를 가지고 반영하지는 않았겠죠. 아마 사회 전반에 녹아있는 여성과 남성에 대한 관념들이 자연스럽게 콘텐츠와 만화 캐릭터에 반영되었을 텐데요. 하지만 아이들이 보고 배우는 만큼, 개선이 필요한 것 같아요. 심기자, 일단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는 제작사에서 우선적으로 개선해야겠죠?

심유철 기자 ▷ 어린이 애니메이션이 성편견을 불러일으킨다는 지적에 대해, 애니메이션 제작사는 수용 의사를 표명했습니다. 출동! 슈퍼윙스의 제작사 퍼니플럭스는 고정된 성 역할을 학습시킨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기획 당시에는 깨닫지 못했지만, 부족한 부분은 시즌 2에서 더욱 보강하겠다고 답했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그리고 애니메이션 내용을 수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이들에게 성평등 교육을 해주는 것도 중요한 것 같아요. 지금 우리나라에서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성평등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나요?

심유철 기자 ▷ 아니요. 최근 여성가족부가 성차별을 없애겠다며 대중 매체 모니터링 강화를 밝혔지만, 아동용 애니메이션에 대한 성편견 모니터링은 전무한 상태고요. 교육 역시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노르웨이나 핀란드의 경우, 시기상 유치원 또래 아이들의 성평등 교육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데 반하면, 우리나라는 걸음마도 못 뗀 꼴이죠.

김민희 아나운서 ▶ 네. 예전에 비해 많이 개선되었다고는 하지만, 사실 아직 우리나라의 성평등 지수 자체가 높지는 않잖아요.

심유철 기자 ▷ 네. 작년에 발표된 세계 성격차보고서 2015를 보면, 우리나라 성평등 지수를 145개국 중 115위로 발표했습니다. 유엔개발계획이 발표한 인간 개발 지수는 187개국 중 15위로 상위권인 데 반해, 남성과 여성의 격차를 나타내는 지수는 바닥권인 것이 우리나라 성평등의 현주소라고 할 수 있죠.

김민희 아나운서 ▶ 그 내용 좀 더 자세히 알려주세요. 성평등 지수가 나온 세부 내용. 어떻게 나와 있나요?

심유철 기자 ▷ 경제 활동 참여 기회가 125위로 가장 낮고 교육 분야 102위, 정치권 분야 101위, 건강 평등 수준은 79위입니다. 글 읽는 능력은 1위이지만 3차 교육기관 등록이 116위이고요. 남녀 평균 기대 수명은 1위지만 남녀 성비 불균형이 128위라 순위가 하위라고는 하지만, 여전히 우리는 성평등 수준에서는 후진국임에 변명의 여지가 없는 결과죠.

김민희 아나운서 ▶ 그 결과는 부끄럽지만, 사실 과거와 비교하면 우리 사회는 상당 부분 평등해졌잖아요. 그렇다면 이러한 시대의 변화에 발맞추어, 만화 캐릭터들도 진화해야 하는 게 아닐까 싶은데. 어떤가요?

심유철 기자 ▷ 그런 부분도 있습니다. 꼬마버스 타요에서는 여성 정비사가, 로보카 폴리에서는 여성 구급대원이 등장하고요. 미라큘러스 레이디버그라는 만화에서는 심지어 소녀 슈퍼 히어로가 주인공이고, 일부 동화책에서는 엄마도 출근을 합니다. 하지만 아직은 더 많은 인식 변화가 필요한 것이 사실이죠. 

김민희 아나운서 ▶ 그러게요. 캐릭터 성격 자체가 바뀌어야 할 것 같아요.

심유철 기자 ▷ 네. 여전히 많은 프로그램에서 여성 캐릭터들은 보조적이고 의존적이며 소극적인 캐릭터들로 그려지거나, 주로 돌봄과 관련된 역할을 수행하는 캐릭터로 그려지고 있고요. 또 여자는 이래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여과 없이 드러내고 있기 때문에, 캐릭터 성격 자체를 바꾸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문제는, 여자아이들이 역할 모델로 삼을만한 인물이 부족하다는 건데요. 현존 인물 뿐 아니라 위인전을 보아도 그렇고, 지자체별로 발굴하거나 선정하는 역사인물들을 보아도 대부분이 남성이거든요. 전체적인 변화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성편견과 성차별을 없애기 위한 변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심유철 기자 ▷ 아이들에게 알게 모르게 지속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진정한 변화는 정책적 지원과 더불어, 우리 일상에 깊이 박혀있는 고정관념과 인식들을 바꾸려는 노력들이 함께 해야 합니다. 고정관념과 사회적 인식 등은 어린 시절부터의 교육과 경험이 누적된 결과인 만큼, 어린이들을 위한 콘텐츠에도 좀 더 적극적인 관심을 가지고 성평등한 시각으로 바꾸어나가는 노력이 필요하겠죠.

김민희 아나운서 ▶ 네. 오늘 심유철 기자의 키워드 포착에서는 어린이 애니메이션에 녹아든 우리 사회의 성편견과 성차별에 대한 내용으로 함께 했는데요. 당장 변화는 어렵더라도, 차차 달라진 어린이 애니메이션 기대해 봅니다. 키워드 포착 마칩니다. 심유철 기자, 오늘도 수고 많이 하셨어요. 감사합니다. 

심유철 기자 ▷ 네. 감사합니다.

tladbcjf@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