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존의 위기 분쟁의 미래] “분열정책은 버마 정부와 군의 전략”

10개월 만에 공격 재개한 로힝야 반군… 미얀마 당국, 로힝야 지역 긴장 부추겨

기사승인 2017-08-26 00:3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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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뉴스 태국 방콕=이유경 국제분쟁 전문기자] 미얀마의 로힝야 무장단체인 ‘아라칸 로힝야 구원군’(Arakan Rohingya Salvation Army, 이하 ARSA)이 25일 오전 0시50분(현지 시각) 미얀마 북서부 아라칸 주(라까잉 주로도 불림)의 경찰서와 검문소 등 25곳을 동시다발 공격했다. 

반군은 오전 7시께(현지 시각) 성명을 통해 “라띠동 타운쉽 로힝야 주민들이 2주 넘게 봉쇄당해 왔다”고 말했다. 한달째에 접어든 제디퓐 마을의 봉쇄를 언급한 것이다. 성명은 또한 “지난 이틀간 보안군과 라까잉(불교도) 극단주의자들이 라띠동 로힝야 주민 10여명을 살해했다”며 “마웅도 타운십(방글라데시와 국경을 맞댄 타운십)에서도 이런 봉쇄의 조짐이 보이는 만큼 우리의 공격은 정당하다”고 밝혔다. 

아라칸 주 현지 소식통은 기자와의 메신저 교신에서 “경찰서는 물론 검문소 공격까지 포함하면 서른 곳 넘게 공격받은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최근 봉쇄와 무차별 체포가 계속된 라띠동 타운십에 대해 “친칼리 무슬림 촌락의 모든 가옥(총 700개)이 국경경찰(BGP)과 라까잉 주민들에 의해 방화됐다”고 말했다. 이 방화로 2012년 폭력 사태 이후 조성된 마을의 피난민캠프에 살던 52세 아이야 카툰이 목숨을 잃었다. 그러나 아웅산 수치 국가자문역(State Counsellor) 사무소는 오후 530(현지시각) 발표한 3차 속보를 통해 친칼리 마을 벵갈리(로힝야를 비하하는 호칭)들이 오후 1시 자신들의 가옥을 스스로 방화했다고 말했다

이로써 아라칸 주에서 로힝야 거주지로 분류되는 마웅도, 부띠동, 라띠동 타운십이 모두 교전에 휘말린 전례없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미얀마 아웅산 수치 국가자문역 사무소는 오후 4시께 발표에서 총 71명이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10여명의 군경 사망자를 제외하면 사망자는 모두 로힝야다.   


◇ ARSA, 열흘 전 비디오 성명 통해 ‘보복’ 경고 

ARSA는 지난 16일 발표한 비디오 성명에서 군사행동을 경고한 바 있다. 이번 공격은 지난 해 10월 9일 국경경찰서 세 곳을 공격한 이래 10개월만으로, 반군 활동개시 후 두번째 공격인 셈이다. 그동안 반군은 이렇다 할 정부시설 공격없이 정부 발표에 대한 반박이나 특정 폭력 사태에 대해 소행을 부인하는 정도의 성명을 주로 내보내며, 대정부 프로파간다에 주력해왔다. 

열흘 전 영상은 로힝야 디아스포라, 국제사회, 유엔 등을 수신자에 포함시켜 외교적 홍보 성격을 강화했다. 아따 울라 아부 아마르 주노니(Atta Ullah Abu Ammar Junoni, 이하 아따 울라) 최고 사령관과 양 옆에 선 말끔한 롱지(미얀마 남성들이 입는 치마스타일 복장) 차림의 대원 모습 등 이미지에 신경을 쓴 흔적도 역력했다. 

이들은 비디오 성명에서 로힝야 젊은이들이 마약과 테러에 빠져서는 안된다는 당부의 메시지도 담아, ‘테러리즘’과의 선긋기 효과를 냈다는 분석이다. 동시에 미얀마-방글라데시 국경일대에 확산 중인 마약문제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얀마, 방글라데시, 인도 등이 국경을 맞대고 있는 이 일대 폭력 사태를 두고 전문가들은 마약과의 연루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미얀마의 다른 소수민족반군인) 카친 독립군이나 카렌 반군을 경외하는 것으로 안다. 로힝야 반군 자신들도 다른 소수민족 반군이 누려온 ‘자유투사’의 이미지로 인식되길 바라고 있다.” 로힝야 무장단체 이슈를 추적해 온 마웅마웅(가명) 조사관의 말이다. 그에 따르면, 반군은 자신들의 투쟁이 이슬람 극단주의 노선의 지하드로 비춰지지 않을까 경계하고 있다. 대외적으로 정치메시지 전달에 주력하는 것도 이러한 배경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번 비디오 성명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따로 있다. 바로 로힝야와 적대 관계에 있는 라까잉 불교도를 향한 메시지이다. 아따 울라 사령관은 “분열정책은 버마 정부와 군의 정치·군사 전략이다. 그들은 로힝야와 라까잉이 연대하는 것을 어떻게든 좌절시키려 한다”고 말했다. 

로힝야 무슬림과 라까잉 불교도는 종족과 종교는 다르지만 아라칸 주 일대에서 오랫동안 공존해왔다. 반목과 갈등의 역사에도 불구하고, 그럭저럭 함께 살아온 이들은 2012년 로힝야 학살을 계기로 급격히 적대적인 관계가 됐다. 미얀마 사회에서 이들은 모두 소수민족으로, 아따 울라의 메시지는 두 커뮤니티를 분열·이간질해 갈등을 조장해온 주류 버만족 중심의 중앙정부, 특히 정부군을 강력히 비난한 것이다. 그럼에도 분열정책이 팽배한 미얀마의 현실은 여전히 녹록치 않다.  


◇ 로힝야 반군, “우리 목표는 비인간적 억압에서 로힝야를 해방시키는 것”   

10일(현지시각) 아라칸 주의 수도 시트웨(Sittwe)에 400명의 병력이 도착했다. 다음날 이 병력은 로힝야들의 주거주지인 마웅도 지역으로 배치됐다. 긴장을 고조시킨 추가병력 요청은 해당 지역의 집권 여당인 아라칸 민족당(ANP)에 의해 이뤄졌다. ‘라까잉 불교도 민족주의’ 성향이 강한 ANP 소속 의원 7명은 9일(현지시각) 민 아웅 라잉 군 총사령관과 만난 자리에서 “(로힝야) 테러리스트” 활동으로 라까잉 커뮤니티가 불안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자 하루만에 군대가 온 것이다.  

라까잉족 민병대 문제도 논란의 중심이다. 라까잉족은 ‘테러리스트’의 위협으로부터 스스로를 방어하려면  불교도 시민들이 무장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이를 바탕으로 ‘라까잉 민병대’ 구성안이 꾸준히 정책입안자들 입에 오르내렸다. 미얀마 당국과 라까잉의 ‘반 로힝야’ 이해관계는 거의 맞아 떨어진다. 

증오로 얼룩진 종족분쟁에서 한 종족만 무장시키는 것은 폭력 분쟁을 부추길 뿐만 아니라 인종청소 위기에 직면해온 로힝야 입장에서 매우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미얀마 집권 여당인 민족민주동맹(NLD) 시트웨 대표 산 쉐 초(San Shwe Kyaw)의 호전적 발언은 언론에 대대적으로 인용되었다.  

미얀마 <미즈마>(Mizzma)의 15일자 보도에 따르면, 산 쉐 초는 “연방정부(중앙정부)가 라까잉 민간인들에게 군사 훈련을 시킬 계획을 갖고 있다”면서 ”테러리즘과의 전쟁은 이제 ‘인민 민병대’(People’s Militia)가 수행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다음 날 아웅산 수치 국가자문역 사무소는 ‘민병대’ 안을 부인했다. 우 조테이(U Zaw Htay) 대변인은 “민병대는 연방정부의 정책도, (아라칸)주 정부의 정책도 아니”라고 반박했다. 한편으로 ‘군의 정책은 될 수 있다’는 말이 성립하기 때문에 다분히 빠져나갈 여지를 남긴 발언이었다. 

미얀마 군은 아웅산 수치 민간정부의 통제를 전혀 받지 않는다. 민아웅 라잉 군 최고사령관 은 이미 지난해 12월 20일 아라칸 주를 방문해 이 같이 말했다. “무장한 조직만 무장 반군과 제대로 싸울 수 있다. 우리 군은 준군사(paramilitary) 조직을 이 지역에 배치시킨 바 있다. 그들은 지역민과 함께 민병대를 구성했고, 시간과 정열을 바쳐 (불교도들을) 수호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13일 아라칸 주 곳곳에서 벌어진 라까잉 불교도들의 반유엔·반NGO 시위는 라까잉 민병대의 조직을 요구사항에 포함시켰다. “우선, 시민권자를 가려내고 유엔과 국제 NGO를 라까잉주에서 축출할 것이다. 라까잉 민병대를 조직해 벵갈리(로힝야를 비하하는 표현) 테러리스트를 괴멸시켜야 한다.” 


◇ “라까잉 민병대 조직해 벵갈리 테리러스트 괴멸시키자”  

로힝야 무장단체는 해당 지역의 불교도 주민들에게 얼마만큼 위협적인 존재일까? 미얀마 정부는 ARSA의 첫 공격이래 올해 7월까지 약 50명이 살해나 납치(실종)됐다고 밝혔다. 희생자들은 주로 마을대표 등 정부나 군의 ‘스파이’로 오인될 만한 이들이었다. 이러한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정부는 ‘테러리스트’의 소행으로 지목했고, 이는 곧 ARSA의 소행으로 해석됐다. 

이에 대해 ARSA는 “민간인을 해하지 않는다”, “불교도를 죽일 이유가 없다”며 전면 부인해왔다. 11명의 복면 남성들이 6월 26일 ‘아라칸 액션 그룹’이란 이름으로 등장한 영상이 예사롭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들은 정부 스파이를 살해한 건 자신들이며, 정부를 위해 일하는 모든 이들에게 경고한다고 말했다. 

마웅마웅 조사관은 “미얀마내 3~4개, 방글라데시 (난민캠프) 쪽에도 4개 정도의 일명 ‘로힝야 무장단체’가 있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그는 이러한 조직들의 난립에 대해 “극단적 상황에 내몰려 절박한 로힝야들이 우후죽순 모여 칼자루를 하나들고서 싸우겠다고 나서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반면, 익명을 요구한 다른 로힝야 전문 조사관은 ‘무장단체’로 부를만한 조직은 ARSA 하나 정도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는 정부 스파이로 추정되는 이들의 살해와 관련해 “ARSA의 소행으로 몰아가는 정부 발표는 사실일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로힝야들이 처한 당장의 인도주의적 위기상황이 더 시급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공존의 위기 분쟁의 미래] “분열정책은 버마 정부와 군의 전략”
“정부군이 로힝야족의 집에 들이닥쳐 쌀독까지 조사한다는 소식을 듣고 있다. 집에 쌀이 많으면 반군에게 식량을 제공하느라 그런게 아니냐며 취조하고 갈취해간다.”   

미얀마 군의 먹을거리 통제는 최근 몇 주간 라띠동 타운십 봉쇄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이다. 마을 주민들의 굶주림 문제가 급부상하고 인근 마을을 향한 군의 폭력으로 사상자가 발생한 가운데, 금요일 새벽 반군의 대대적인 공격이 감행된 것이다. 봉쇄된 마을인 제디퓐 지역의 현지 주민 라피크(가명)는, 마을을 봉쇄한 불교도들이 22일부터 매주 두 번(화·토) 오전 7시~오후 5시 15명에 한해 제한적인 외출을 허용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제디핀 마을 내 시장이 위치해 있지만) 논두렁을 지나 4마일(약 6.5km) 떨어진 친 요와(Chin Yowa) 시장에만 갈 수 있다. 그러나 라까잉족들은 외출을 허가받은 첫날 시장에서 로힝야들이 돌아오자마자 소고기와 비누 등을 빼앗아 갔다.”

봉쇄됐던 제디퓐 마을은 금요일 오후 1시 이후 라까잉족들의 방화로 불타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방글라데시와 국경을 맞댄 마웅도 지역 주민들은 다시 나프강을 건너 방글라데시로 향하고 있다.   

lee@penseur21.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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