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대표팀 지원 힘들다던 컬링연맹, 72억원 후원금 연맹 운영·인건비 등에 사용

/ 기사승인 : 2018-03-23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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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동계올림픽 개막이 80일도 채 남지 않았던 지난해 11월, 장반석 믹스더블 감독은 미디어데이 행사장에서 “많은 기업이 컬링에 굉장한 금액을 지원하고 있는데, 대표팀은 왜 돈이 없어서 훈련을 제대로 못 하는지 의문이 든다”며 대한컬링경기연맹의 부실 행정을 직설적으로 비판했다. 그런데 이 언급의 실체가 확인됐다. 쿠키뉴스 취재 결과 컬링연맹은 최대 후원사격인 신세계·이마트에 지금까지 72억원을 받았는데, 순수 대표팀 기량 향상(훈련)에 사용한 돈은 2억4924만원으로 전체의 3.4%에 불과했다. 아울러 연맹은 받은 후원금을 당해 연도 모두 소진하며 예산 부족사태를 자초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한컬링경기연맹이 조훈현 자유한국당 의원실에 제출한 신세계 후원금 내역에 따르면 연맹은 이마트·신세계로부터 7년간 총 72억7191만1000원을 받았다. 이 중 ‘신세계-이마트’를 타이틀로 진행한 대회 비용(9억5175만3000원) 및 상금(12억3065만1000원)을 제하면 산술적으로 50억8950만7000원이 남는다.

이를 보면 대표팀을 지원할 예산이 부족했다는 연맹측 주장은 납득할 수 없다. 연맹에 따르면 남은 50억원은 8가지 항목으로 분류돼 시·도지부 지원, 대행수수료, 국내 대회 방식 변경, 남녀 대표팀 국제대회 출전, 연맹 운영 및 직원 인건비 등에 사용됐다. 대표팀 훈련에 배정된 예산 항목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 처음부터 연맹이 올림픽 메달 경쟁력을 높이는 작업에 소홀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신세계 후원이 시작된 2012년 이후 두 차례 올림픽이 있었다. 그 중 평창올림픽 개막 직전인 2017년의 경우 단 한 푼도 대표팀 훈련에 자금이 배정되지 않았다. 연맹 관계자는 “대표팀 지원이 당연히 중요한 걸 알았지만 당시 집행부 내부 분열로 논의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해명했지만 집행부가 정상 가동되던 2014년 소치동계올림픽 때도 대표팀에 집행된 훈련비용은 총 4차례, 7899만원이 전부였다. 장비지원비 3203만원을 포함해도 그 해 전체 후원금(12억3142만원) 대비 9.0% 수준이다. 이들은 모두 정기적인 예산이 아닌, 일시 집행 금액이었다.

또한 연맹은 매년 받은 약 12억5000만원의 후원금을 당해 연도에 모두 소진하며 예산 부족 사태를 초래했다. 2012년 하반기에 받은 5억원은 그 해 4억9734만4000원을 사용돼 소진율이 99.4%에 달했다. 이후 2013년부터 2017년까지는 총 62억7000만원을 받아 모두 그 해에 사용했다.

지난해 11월 컬링대표팀 미디어데이에 참석한 선수와 코칭스태프는 당장 훈련장소조차 불투명하다고 하소연했다. 결국 대표팀 선수들은 자체적으로 베이스캠프를 차리고 올림픽 메달리스트를 초청해 노하우를 전수받는 등 스스로 살 길을 찾았다. 지난달 28일 계약 종료로 한국을 떠난 피터 갤런트 코치는 한 캐나다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컬링이 발전할 절호의 기회를 맞았지만 연맹을 보면 상황이 좋아질 것 같지 않다”고 평가했다.

대한컬링경기연맹은 집행부 내홍을 거듭한 끝에 지난해 8월 대한체육회 관리단체로 지정됐다. 현재는 체육회가 파견한 관리위원이 임의로 연맹을 운영 중이다. 갤런트 코치는 “연맹 운영진 중 상당수가 컬링을 하나도 모르는 군인 출신”이라고 지적했다.

연맹 행정이 식물 상태가 됨에 따라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목에 건 여자 컬링 대표팀은 단 1원의 연맹 포상금도 받지 못했다. 스노보드 은메달리스트 이상호가 스키협회에게 2억원의 포상금을 받은 것과 대조적이다.

조훈현 의원실은 “기업 후원사의 적잖은 지원에도 연맹은 시대 착오적인 비용 집행을 했다”면서 “이 결과 컬링 대표팀의 훈련 여건은 매우 취약했다. 여자 대표팀이 은메달을 딴 건 기적에 가까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다니엘 기자 dn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