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치료는 끝났지만..." 불안한 암 생존자들 위한 '통합지지센터'

암 생존자 삶의 질을 개선 위해 '국립암센터' 중심으로 8개 지역에서 시범사업 운영

기사승인 2018-06-21 00: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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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직 신문사 사진기자였던 A씨(49세)는 1999년 갑상선암으로 인해 갑상선을 전절제했다. 그 때까지만 해도 병가를 쓰며 치료를 받았지만, 이후 찾아온 종격동종양과 척추종양에 결국 일을 그만뒀다. 질병과의 오랜 투병은 B씨를 지치게 만들었다.

A씨는 치료와 후유증으로 이 병원, 저 병원을 전전했다. 척추종양 치료를 위해 신경외과, 갑상선 호르몬 약제를 처방받기 위해 내분비내과, 혹시 모를 종격동종양 검진을 위해 흉부외과, 척추종양으로 인한 방사통의 완화를 위해 통증클리닉, 재활치료를 위한 재활의학과, 여러 약을 복용한 탓에 간에 문제가 생겨 소화기내과, 또 마음의 문제로 정신과 등을 찾았다. 그러다 어느 순간 혼자서 관리할 범위를 넘어섰음을 느꼈다.

A씨는 “병으로부터 나 스스로를 지키고 돌보는데 한계를 느꼈다. 나대신 내 병을 관리해 줄 누군가가 필요했다”고 토로했다.

# 건설현장에서 기계설비를 다루는 B씨는 2년 전 대장암 진단을 받고, 수술 후 항암치료를 받으며 치료를 했다. 암은 제거되었지만 항암치료의 후유증인지 이가 시리고 눈 건강이 나빠졌다. 또 손발이 저리는 등 여기저기 몸이 아팠다. 직업의 특성상 지방에서 일할 때가 많은 B씨는 그 때마다 병원을 찾아다니는 것도 쉽지 않았다.

의료기술 발달으로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암발생은 4년 연속 감소하고 있고 암생존율은 높아지고 있다. 1999년 이후에 발생한 암환자 중 2016년 1월 1일 생존한 것으로 확인된 암유병자(치료 중 또는 완치 후 생존자) 수는 약 161만명이다. 5년 생존율은 70.7%에 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암 치료 과정과 더불어 치료가 완료된 후 삶의 질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암 수술을 받은 환자들은 불안함에 빠지기 쉽다. 수술이 끝나면 대개 수일 내에 퇴원을 하고, 항암치료 등 별도 치료가 필요할 때만 한 달, 또는 수개월에 한 번씩 병원에 내원하기 때문에 ‘병이 다 나은 것인지’, ‘수술 후 관리를 잘 하고 있는 것인지’, ‘재발은 안 하는 것인지’에 대한 막연함, 불안감 등을 호소한다. 그러면서 암 생존자들의 삶의 질도 같이 저하된다는 문제가 있다.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고, 암 생존자의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 ‘암생존자통합지지센터’이다. 지난해 7월부터 시행하고 있는 센터 시범사업은 국립암센터를 중심으로 8개 지역암센터가 지역에 거주하는 암 생존자를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지원하기 위해 마련됐다. 암 생존자가 경험하는 다양한 문제를 평가하고, 그 평가 결과에 따라 관련 전문가들이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의료진, 간호사, 사회복지사 등 전문가들이 ▲합병증, 후유증, 이차암, 건강생활습관 등의 신체건강 ▲우울, 불안, 수면장애, 재발에 대한 공포 등의 정신건강 ▲암 생존자 관리 지침, 인식 개선 등의 정보교육 ▲경제적 어려움, 일상 생활 복귀, 역할 재정립 등의 사회경제 부분을 지원한다.

 

국립암센터 암생존자지원과 김영애 과장은 “우리나라는 암 검진, 치료 지원은 잘 되어 있지만 치료 후에 대한 지원은 부족하다. 암이 생기면 직장을 그만 둬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하고, 심신이 지친 상태에서 가족들과 많이 부딪히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김 과장은 “또 암 수술 후 3개월, 6개월에 한 번씩 내원하게 되면 ‘치료가 다 끝난 것인지’ 불안해 한다. 치료 과정 중에 우울증이 생기는 경우도 있고, 일부 항암제는 심혈관 질환, 당뇨 등에 영향을 미치기도 해서 치료 후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암 생존자들이 가지고 있는 부분들을 전반적으로 관리하고 지원하는 것이 암생존자통합지지센터다”라면서 “암 생존자들은 암 진단 이전에 직장인, 엄마, 딸 등의 역할이 있었다. 센터는 그들이 일상생활로 복귀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말했다.

앞서 언급한 사례자 A씨는 올해 2월 ‘암생존자통합지지센터’를 통해 자신에게 필요한 통증클리닉, 정신건강클리닉, 재활의학클리닉 진료와 여성과 검진을 완료했다. 그는 “사이버나이프로 척추 종양을 치료받아 방사통으로 많은 고통에 시달렸다. 한여름에도 핫팩을 여러 개 대고 있어야 할 정도로 발이 시리고 저렸다”며 “기존에 찾은 병원에서는 ‘척추종양에 의한 방사통은쉽사리 건드릴 수가 없으니, 집에서 반신욕을 해라’ 정도의 답변밖에 듣질 못했다. 그런데 센터에서 신경차단술을 받고, 통증이 많이 완화됐다. 이전의 통증을 8로 표현하면 지금은 2~3 정도다”라고 전했다.

또 센터에서 건강한 식생활에 대한 교육, 치과 치료 등을 받은 B씨는 “생존자통합지지센터의 가장 좋은 점은 불편한 점이 있으면 언제든 연락해 상담을 받을 수 있고, 주기적으로 나에게 전화해 내 상태를 물어봐주니 관리받는 느낌이 든다”고 했다.

김영애 과장은 “센터를 이용하는 환자들의 만족도는 매우 높다. 지역에 있는 더 많은 생존자들이 관리를 받을 수 있도록 센터가 더욱 확대돼야 한다”며 “또 통합적으로 관리를 할 수 있는 전문가가 양성돼야 하는 등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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