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심방세동환자 ‘연령’이 뇌졸중 발병 주된 요인

송병기 / 기사승인 : 2018-07-27 09:17:49
- + 인쇄

한국인 심방세동환자, 동발질환 유무보다 연령이 뇌졸중 발병에 더 큰 영향

심방세동을 앓고 있는 한국인의 경우 고혈압과 심부전 등 동발질환보다 연령이 뇌졸중 발병의 주된 위험 요인이라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심방세동은 심장 내 심방이 규칙적인 수축과 이완운동을 하지 못하고 불규칙하게 떨기만 하는 부정맥 질환의 일종으로 뇌경색의 주된 원인으로 작용한다. 심방 내 정체 된 혈액에서 만들어진 혈전이 뇌혈관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정보영·김태훈 교수팀과 분당차병원 심장내과 양필성 교수팀이 한국 심방세동 환자를 추적 관찰한 결과, 동반 질환 유무보다 ‘연령’이 뇌졸중 발병의 주된 위험 요인이라는 것을 규명했다고 26일 밝혔다.

특히 연구팀은 뇌졸중 예방을 위한 관리 연령을 55세로 낮춰야 한다는 의견을 새롭게 제시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현재 국내 의료진들은 유럽과 미국 의학계에서 사용하는 심방세동 환자의 뇌졸중 위험평가 지수인 ‘CHA2DS2-VASc 평가지표’를 이용해 일정 점수를 넘는 경우 예방적 차원의 약물투여와 검사를 시행하고 있다.

CHA2DS2-VASc 평가지표는 연령과 관련해서는 65~74세(1점), 75세 이상(2점) 등 65세 이상을 위험군으로 보고 있다. 또한 고혈압(1점), 심부전(1점), 당뇨병(1점), 혈관질환(1점) 등 동반 질환에 대해서도 점수를 부여한다.

하지만 이는 서양인의 인종적 특성과 생활습관을 기반으로 산출한 평가지표로,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지역 심방세동 환자를 위한 평가지표로 적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연구팀에 의하면 실제 평가 지표상 0~1점 사이의 뇌경색 발병 저위험군으로 분류된 다수의 65세 이하 국내 심방세동 환자들의 뇌경색 발병률이 높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해 왔다.

따라서 연구팀은 한국인 심방세동 환자에게 맞는 뇌졸중 관리 연령 도출을 위해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를 바탕으로 지난 2005년부터 2015년까지 심방세동을 진단받은 18세 이상 42만6650명의 환자들을 추적해 이들의 CHA2DS2-VASc 평가지표 점수와 연간 뇌경색 발병률 간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연령대는 50세 미만, 50~54세, 55~59세, 60~64세, 65~69세, 70~74세로 세분화해 비교했다. 또 뇌경색 발병률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조사 환자 군이 갖고 있는 여러 변수(만성 콩팥질환 및 고지혈증 등 질환 동반 유무, 흡연 유무, 소득수준 등)를 고려한 통계 보정 작업도 거쳤다.

분석 결과 한국인의 뇌경색 발병 위험은 동반 질환 유무 변수보다 연령 변수가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연구팀은 CHA2DS2-VASc 평가지표 상 위험 나이대로 보는 65세 이전부터 뇌경색 발병 위험에 대비해야 한다는 결론을 얻었다.

연구팀은 “연구 결과에 따르면 고연령인 경우 CHA2DS2-VASc 평가지표 상 위험점수를 낮게 받은 환자라도, 비교 환자군에 비해 연간 뇌경색 발병률이 유사하거나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연령에 따른 위험점수 1점만 받은 65~69세 환자군의 연간 뇌경색 발병률은 4.08%로, 더 높은 위험점수 2점에 해당되는 만 18세 이상 전체 조사 환자군의 4.42%와 비슷한 수치를 보였다. 연령 위험점수 1점만을 기록한 70~74세 환자군은 위험점수 2점의 동일 환자군에 비해 연간 뇌경색 발병률이 7%나 더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연구팀은 CHA2DS2-VASc 평가지표 상 동반 질환이 없고 연령도 높지 않아 위험점수 0점으로 분류된 환자군이라도 55세 이상이면 뇌경색 발병 위험에 대비해야 한다는 점을 확인했다.

연구팀에 의하면 연구 결과 위험점수 0점의 55~59세 환자군의 연간 뇌경색 발병률은 1.94%로, 위험점수 1점의 만 18세 이상 전체 조사 환자군의 연간 뇌경색 발병률인 2.06%와 유사한 수치를 보였다. 위험점수 0점인 60~64세 환자군의 연간 뇌경색 발병률 또한 위험점수 1점을 기록한 전체 조사 환자군에 비해 오히려 20%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정보영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 국내 심방세동 환자들의 뇌경색 발병 위험은 고혈압이나 당뇨, 혈관질환 등의 질환 동반 여부보다 신체적 나이가 더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인다”며 “서양인 환자를 전제로 한 CHA2DS2-VASc 평가지표가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인 심방세동 환자의 연령 증가에 따른 뇌경색 위험평가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 있는 연구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 교수는 “심방세동 환자의 뇌경색 예방을 위해 다양한 위험요소를 평가한 수치를 가지고 예방적 치료를 이미 해오고 있다. 이번 연구는 한국 심방세동 환자들은 CHA2DS2-VASc 평가지표에 따른 65세가 아닌, 55세부터 정기적인 관찰과 함께 필요시 혈전을 예방하는 항응고제 약물을 처방하는 것을 적극 고려하는 것이 뇌경색 예방에 보다 효율적임을 시사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보건복지부 및 한국보건의료연구원 국민건강임상연구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연구팀은 ‘Age Threshold for Ischemic Stroke Risk in Atrial Fibrillation Cohort Data Covering the Entire Korean Population’ 제목의 연구논문을 국제학술지 ‘뇌졸중(Stroke)’지 최근호에 발표했다.

송병기 기자 songb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