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4시간 강박, 잠재적 범인 취급…“강제입원은 답이 아니다”

/ 기사승인 : 2019-06-04 04: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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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범 교수, 정신질환자 치료-의료윤리 갈등 두고 ‘사회적 합의’ 강조

“열 명의 범인을 놓칠 수 있어도 죄 없는 한 사람을 구속해서는 안 됩니다. 차별행위로 인한 잠재적 범죄는 사회적 변화를 통해 줄일 수 있습니다.”

2016년 발생한 강남역 살인사건, 故 임세원 교수, 진주 방화 살인 등 정신질환자의 잔혹한 범죄가 이어지면서 국민들의 분노와 두려움이 커지고 있다. 조현병 등 중증 정신질환도 치료하면 정상생활이 가능하기 때문에 치료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자‧타해 위험 원천 방지를 위해 ‘강제입원’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팽배하다. 의료계에서도 사법기관이 환자의 상태, 가정환경 등을 고려해 입원 적절성을 평가하는 ‘사법입원제도’ 도입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정신질환자의 강제입원은 환자의 자유를 구속하고, 타인에 의해 충분히 악용‧남용될 수 있다는 인권침해 요소가 있기 때문에 신중한 선택이 요구된다. 박창범(사진) 강동경희대학교 심장혈관내과 교수는 치료와 윤리적 문제 사이의 갈등을 다룬 책 ‘사례로 보는 의료윤리와 법’을 출간하고 이에 대한 답을 제시했다.

 

그에 따르면 정신질환자의 강제입원은 의료윤리의 기본적인 원칙 중 하나인 ‘자율성 존중의 원칙’에 위반된다. 이는 “모든 인간은 존엄한 인격체로서 자신이 처한 다양한 상황에서 독립적으로 사진의 신념과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결정할 기본적 권리를 지니고 있다”는 사상이다. 이를 존중하기 위해 의사는 의료행위를 하기 전 충분한 정보를 주고 환자의 자율적인 의지에 따른 동의를 얻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사리분별과 자기통제력이 약한 정신질환자의 경우 환자 의지에 상관없이 강제입원이나 강박을 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우리나라는 ▲입원 치료 또는 요양을 받을 만한 정도의 정신질환을 앓고 있고 ▲자·타해 위험이 있고 ▲입원 후 2주 이내에 서로 다른 정신의료기관에 소속된 2명 이상의 정신과 전문의에게 입원 판정을 받아야 하는 등 세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 강제입원이 가능하다.

2016년 헌법재판소가 ‘본인의 동의가 없더라도 보호자 2인이 동의하고 전문가의 소견이 있으면 강제 입원시킬 수 있다’는 조항에 “정신질환자 신체의 자유의 침해 소지가 있다”고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리면서 입원 절차가 까다로워졌지만, 인권 침해적 요소는 존재한다는 것이 박 교수의 설명이다. 

박 교수는 “톰 크루즈 주연의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를 보면, 경찰인 톰 크루즈는 미리 사건을 예측하고 사건 발생 직전에 발생장소로 가서 잠재적 범인을 잡아 구속한다. 여기서 문제는 잠재적 범인이 진짜 범인은 아니라는 것”이라며 “가능성은 높지만 반드시 범인은 아니다. 영화 끝부분에서는 예언자가 실수할 수 있고, 조작할 수도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고 말했다.

그는 “형사법의 원칙 중 하나가 ‘열 명의 범인을 놓칠 수 있어도 죄 없는 한 사람을 구속해서는 안 된다’이다. 정신질환자의 강제입원 조치로 인해 잠재적 범죄를 줄이고, 보호자에게 자유를 줄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불필요한 입원을 한 상당수의 환자가 자유를 속박당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 예로 박 교수는 파주 소망기도원 사건 등 정신요양시설에서 발생한 인권 유린 사례를 언급했다. 알코올중독자, 장애인, 정신질환자 등을 감금하고 학대한 사건이다. 그는 “현재 정신의료기관을 대체하는 대안시설인 정신요양시설은 과거 행려 정신질환자 등 신원이 불분명하거나 보호자를 찾을 수 없는 자들을 강제로 수용하기 위해 만든 시설이다”라며 “시장 등 행정권에 의해 강제입소가 가능한데, 이런 시설에는 전문의가 상주하지 않고, 간호시설도 부족하다. 임상심리사도 없지만 강제입원이 가능해 인권 사각지대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정신의료기관에서 벌어지는 환자 격리 및 강박제도를 꼬집었다. 강박처치는 환자의 신체적 활동을 제한하거나 구속하는 처치로, 병원에서는 주로 의식이 떨어져 있는 노인 환자의 안전이나 영양섭취를 위해 활용된다. 그러나 정신질환자에 대해서는 심한 초조와 불안 증상의 치료 목적이 아닌 공격적인 환자에 대한 현실적인 대처법으로 인력과 자원이 부족한 정신의료기관에서 광범위하게 시행하고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박 교수는 “실제로 2005년 경기도의 한 사설 정신보건시설에서 정신질환자는 124시간 묶고 방치해 사망한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며 “원칙적으로 강박이나 격리는 폭력적 행동을 보이는 환자 자신과 병동의 다른 환자 및 의료진 안전을 위한 제도지만 인권유린의 가능성도 내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검찰청에 따르면 정신질환자에 의한 강력범죄의 유병률은 일반인보다 낮고, 조현병과 같은 중증질환자의 범죄 유발 요인인 환청이나 망상은 약물치료를 하면 범행가능성이 5% 이하로 크게 준다”며 “그러나 상당수의 정신질환자가 치료제 복용에 대한 편견이나 의식 부족으로 인해 약물복용을 중단하고 이후 범죄를 저지른다고 한다. 나와 다르고, 이들이 위험하다는 이유만으로 사회로부터 격리하고 외면할 것이 아니라 사회에서 보호받을 인권과 사회에서 함께 살아갈 권리가 있음을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따라서 제대로 치료받을 수 있는 환경을 우선적으로 조성해주어야 하고, 더불어 우리 사회가 정신질환자에 대해 가지고 있는 차별적 시선을 인지해야 한다. 차별행위나 편견으로 인한 잠재적 범죄는 사회적 변화를 통해 줄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