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암 수술 전엔 다이어트, 수술 후엔 천천히 드세요"

이윤택 이대서울병원 암센터 외과 교수

기사승인 2019-08-31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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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암 수술을 앞두고 있다면 식생활 관리에 신경을 써야겠다. 수술 전 과도한 영양섭취는 자제하고, 수술 후에는 식사시간을 길게 늘려 천천히 섭취하는 습관을 들이는 방향이다.

이윤택 이대서울병원 암센터 외과 교수는 "위암 치료에 있어 수술 전후 관리가 무척 중요하다"며 이같이 당부했다. 성공적인 치료결과를 위해서는 의료진뿐만 아니라 환자들도 함께 노력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위암은 한국인에게 가장 많이 발생하는 암 질환이다. 2016년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위암은 갑상선암을 제외하고 국내 암발병률 1위를 차지했다.

다행히 높은 발생률만큼 위암 치료에 있어서는 세계적인 수준을 점하고 있다. 일례로 국내 위암 환자의 5년 상대생존율은 76%로 미국(32.1%)보다 훨씬 높다.

한국인 위암은 위의 아랫쪽에서 잘 발생하는 것이 특징이다. 위를 상부, 중부, 하부 세 부분으로 나눌 때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양인 환자들은 위의 하부에서 주로 암이 발생한다. 서양 환자에서 상부 위암이 잘 발생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다만 젊은 층을 중심으로 상·중부 위암 발생도 늘어나는는 추세다. 과거 상·중부에 발생하는 위암의 경우 위 전체를 잘라내야 했지만, 최근에는 암이 퍼진 부위만 최소한으로 절제하고, 아랫쪽 위를 살리는 방향의 수술이 주로 이뤄진다. 하부 위를 살리면 빈혈 등 합병증 발생을 줄일 수 있다.

또 복강경을 활용한 최소침습수술이 도입되면서 환자의 삶의 질도 점차 향상되고 있다. 올해 대한위암학회가 발표한 '한국인 위암 표준치료 가이드라인'에서는 조기 위암에서 복강경 수술을 표준치료로 권고해 세계 학계의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이 교수는 "복강경 수술은 개복수술보다 어렵지만, 수술 시 시야가 확대돼 정교한 치료가 가능하고 환자의 몸에 주는 부담이 적고 합병증의 위험을 낮춰 회복 기간이 짧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며 "진행성위암에서도 복강경 수술이 적용된다. 5개의 포트를 이용하는 기존 복강경 수술에서 3개의 포트를 이용하는 축소포트 수술 및 1개의 구멍을 이용하는 단일공 수술 등 최소침습수술로 발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위암 수술 전 과도한 영양섭취는 금물이다. 물론 고령이나 저체중 환자일 경우 충분한 영양을 섭취해 체력을 보강해주는 것이 좋다. 그러나 과체중이거나 비만일 경우 오히려 수술 전 식단조절이 권장된다. 이 교수는 "환자 분들이 수술 날짜를 받고나서 몸에 좋은 음식을 찾아드시고 과하게 영양섭취를 하시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몸 안에 내장지방이 많을수록 수술 자체가 어렵고, 수술부위 상처 감염이 잘 돼 합병증 발생률도 높아진다"고 경고했다.

또한 이 교수는 "특히 홍삼처럼 혈액순환을 개선해주는 건강기능식품도 많이 드시고 오시는데, 혈액순환에 좋은 음식은 수술 시 피가 잘 멈추지 않게 하는 등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며 "수술 전에는 일부러 몸에 좋은 음식을 찾기보다 평소에 드시는 음식을 골고루 섭취하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위암 수술 후에는 '천천히 먹기' 습관을 들여야 한다. 위에 들어온 음식물이 소장으로 내려가는 속도가 빨라져 덤핑증후군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덤핑증후군의 증상은 저혈당으로 인한 현기증, 오심, 구토, 설사 등이다. 위암 수술 직후 나타나는 조기 덤핑 증상은 식사 시 식은 땀과 현기증이 나는 저혈당이 대표적이고, 후기 덤핑 증상으로 설사, 구토 등으로 나타난다.

이 교수는 "위암 수술 후 식사시간은 반드시 30분 이상 천천히 드시도록 안내드린다. 적어도 3달 정도는 몸이 적응될 때까지 천천히 드시고, 만약 덤핑증후군 증상이 나타날 경우 계속 식사 속도를 조절하는 등 신경을 쓰셔야 한다"며 "작아진 위를 몸이 적응하는 기간이 끝나면 정상식사 속도로 돌아가셔도 된다"고 조언했다. 

위암 예방을 위해서는 국이나 찌개를 같이 먹거나 짜게 먹는 습관은 지양해야 된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에서는 국이나 찌개를 같이 먹는 식습관으로 인하여 헬리코박터 균 감염이 높다. 헬리코박터 균은 위염, 위궤양을 일으키는 원인이며 WHO에서는 1994년 헬리코박터 균을 발암인자로 규정했다. 또한 짠 음식, 탄 음식, 절인 음식 역시 위암의 발암인자이기 때문에 많이 먹는 것은 자제하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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