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악마’로 불렸던 화성 사건 범인, 동창의 증언은 달랐다

기사승인 2019-09-20 12:4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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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수하지 않으면 사지가 썩어 죽는다’ 과거 경기 화성의 한 주민은 연쇄살인사건의 범인을 향한 저주가 담긴 허수아비를 세웠다. 지난 1980년대 말부터 90년대 초반까지 여성을 대상으로 한 연쇄살인사건이 발생했다. 10명의 여성이 잔혹하게 살해됐지만 이중 9명을 해한 범인은 검거되지 못했다. 사건을 담당했던 형사는 범인을 ‘악마’라고 칭하며 울분을 토했다. 

33년의 세월이 흐른 뒤 새로운 단서가 나왔다. 처제를 강간·살해한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이춘재(56)가 5, 7, 9차 사건의 용의자로 특정됐다. 그는 범행이 이뤄진 화성에서 나고 자란 것으로 알려졌다. 

그와 어린시절을 함께한 동창생들은 20일 쿠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상상도 하지 못한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춘재와 초·중학교 동창이라는 A씨(55)는 “어렸을 때 기억으로는 굉장히 착한 친구였다”면서 “우리 또래보다 나이가 1살 많았지만 누굴 때리거나 나쁜 소리도 하지 못하는 아주 착한 아이였다”고 기억했다. 

이춘재와 중학교를 함께 다녔다는 B씨(55)도 “친구들에게 해를 끼치거나 이런 기억은 전혀 없다. 지금 생각해보면 유머 감각도 상당히 있던 아이였다”며 “절대 불량하거나 돌발행동을 하는 친구가 아니었다. 동창들도 다들 놀라 ‘이게 사실이냐. 믿기지 않는다’고 이야기 중”이라고 말했다. 다만 “동창들과 두루 잘 지냈지만 특별히 친한 친구가 있었는지 생각하면 잘 떠오르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화성연쇄살인사건 당시 이춘재의 본적지는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다. 본적지 부근에 실제 거주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당시 수사대상에 올랐을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다. 화성연쇄살인사건에는 205만명의 경찰 병력이 투입됐다. A씨와 B씨는 모두 “말 한마디 행동 하나 신경 써야 했다”며 경찰의 수사로 인해 일대가 삼엄했다고 증언했다. 이춘재가 수사망을 빠져나갈 수 있던 이유는 무엇일까.   

증언에 따르면 당시 진안리에서 B형 혈액형을 가진 남성들은 모두 용의 선상에 올랐다. 초등학생부터 70대 노인까지 경찰에서 체모를 채취해갔다. 경찰이 용의자의 혈액형을 B형으로 특정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춘재의 혈액형은 O형으로 알려졌다.

당시 배포됐던 몽타주와 얼굴이 다르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A씨는 “중학교 졸업 후 만나지 못했지만 몽타주 얼굴과는 확실히 다르다”며 “몽타주만 보아서는 춘재인지 알아보지 못할 것”이라고 전했다. B씨도 “춘재는 일반인보다 코가 상당히 컸다”며 “몽타주 사진 속 코는 좀 작지 않나. 그 친구일 것이라고는 전혀 상상하지 못했다”고 이야기했다. 

이춘재의 가족 등 주변 지인들은 그의 가석방을 염두에 뒀던 것으로 보인다. A씨는 “전해 듣기로는 어머니가 아들의 가석방을 기대했던 것으로 안다”며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B씨는 “감옥에 갔다는 것을 들었지만 모범수이기 때문에 ‘가석방이 되면 나중에 얼굴 한 번 보겠지’라는 생각을 했었다”며 “복역 중인 혐의도 ‘과실치사’ 정도인 줄 알았다. 처제를 잔인하게 살해한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말했다. 

[단독] ‘악마’로 불렸던 화성 사건 범인, 동창의 증언은 달랐다경찰은 지난 19일 브리핑을 열고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용의자를 특정했다고 발표했다. 경찰은 용의자의 신상을 공개하지 않았으나 언론 등을 통해 이춘재로 특정됐다. 이춘재는 지난 94년 처제를 상대로 성폭행·살인 저지른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부산교도소에서 수감 중이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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