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3구역 현대·대림·GS건설 수사의뢰한 이유는…재산상 이익 약속 때문

기사승인 2019-11-27 10:3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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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교통부와 서울시는 서울 용산구 한남3구역 재개발 사업에 대한 점검 결과 다수의 법위반 사안을 확인하고 현대건설과 GS건설, 대림산업 등 3개 건설사에 대해 검찰에 수사의뢰했다. 이유는 건설사들이 조합측에 제시한 입찰제안서에 재산상의 이익을 약속하는 행위가 담겼기 때문이다.

앞서 수주전에 뛰어든 3개 건설사는 분양가상한제 미적용 시 3.3㎡당 7200만원 분양가 보장(GS건설), 임대아파트 ‘제로’(대림산업), 이주비 무이자 지원(현대건설) 등의 제안을 내놓아 위법 의심을 받은 바 있다.

◇뭐가 불법이길래=국토부와 서울시는 최근 한남3구역 현장점검 결과를 발표했다. 국토부와 서울시는 각 건설사의 입찰제안서 내용 중 20여건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 등 현행 법령 위반 소지가 있다고 판단해 수사 의뢰와 함께 입찰 무효 등 시정조치 등을 내렸다.

이번 점검은 서울 최대 재개발 사업인 한남3구역 시공사 수주전이 과열 양상으로 치달으면서 불법행위가 대거 의심되면서 이뤄졌다. 수주전에 참가한 현대건설, GS건설, 대림산업이 제시한 입찰제안서에는 파격적인 내용이 담겼다.

이에 국토부와 서울시는 용산구청, 한국감정원, 변호사, 회계사, 건설기술전문가 등 관련 전문가로 구성한 합동점검반을 꾸리고 현장점검에 나섰다. 점검 결과 국토부와 서울시는 20여건이 도정법 132조의 ‘재산상 이익 제공 의사 또는 제공을 약속하는 행위’로 판단하고 수사를 의뢰했다.

◇이주비 무이자 NO=문제의 핵심은 재산상의 이익을 약속하는 행위가 이뤄졌다는 것이다. 우선 사업비와 이주비 등과 관련한 무이자 지원이다. 현대건설은 추가이주비에 대한 이자를 받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입찰 마감 당시 LTV 70% 보장을 약속한 데 이어 30%에 해당하는 추가 이주비를 무이자로 대출하겠다고 선언한 것.

현행법상 건설사는 이주비를 무이자로 빌려줄 수 없다. 지난 2017년 8‧2부동산대책에 따라 재개발‧재건축구역 철거가 시작될 때 기존 거주민은 감정평가액을 기준으로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의 40%(기존 60%)까지 이주비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여기에 국토부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 제30조 3항에 따라 재개발 사업의 건설업자는 금융기관에서 조달하는 금리 수준으로 추가 이주비 대여를 제안할 수 있다.​ 

각사 입찰제안서 안내문에 따르면 한남3구역에서 현대건설은 LTV의 30%(최저이주비 5억원 보장), 대림산업은 60%, GS건설은 50%의 추가 이주비를 보장하겠다고 제안했다. 현대건설은 추가 이주비를 직접대여(10% 확정)나 보증을 통해, 대림산업과 GS건설은 신용공여를 통해 조달하기로 했다.

한남3구역 현대·대림·GS건설 수사의뢰한 이유는…재산상 이익 약속 때문◇임대주택 제로·분양가 보장 NO=또 국토부는 분양가 보장과 임대주택 제로 등도 간접적으로 재산상 이익을 약속한 행위라고 봤다.

대림산업은 ‘임대주택 제로’ 공약을 내세웠다. 대림산업은 한남3구역 임대주택 876가구 전량을 매입하고 8년간 민간임대 해 분양전환하겠다고 제안했다. 도정법 79조 5항에 따르면 조합이 요청하는 경우 국토부장관·관할지자체장 또는 토지주택공사등은 재개발사업의 시행으로 건설된 임대주택을 인수해야 한다. 대림산업은 조합이 요청하지 않으면 조합이 임대주택을 직접 운영하거나 처분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봤다.

하지만 서울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 조례 28조에 따르면 재개발 사업시행자는 임대주택을 건설해 시장에 처분하거나 서울주택도시공사(SH)를 시행자로 지정해 건설할 수 있다. 도정법(10조)에 따라 재개발사업을 할 때는 주택수급의 안정과 저소득 주민의 입주기회 확대를 위해 전체 30% 이하로 임대주택을 건설하게끔 한다. 

현재 서울의  재개발 임대주택 의무건립비율은 10~15%다. 세입자 수가 과다할 때에는 5%p 범위에서 추가 부과할 수 있다. 정부는 4월 이 의무비율 상한을 각각 5%p 높이는 내용의 ‘주거종합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GS건설의 분양가 보장도 재산상 이익을 제공하는 행위로 간주할 수 있다. GS건설은 조합원 분양가로 3.3㎡당 3500만원, 일반분양가는 7200만원을 확정 보장하겠다고 약속했다. 일반분양가의 경우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지 않을 경우라는 단서를 달았다. 국토부는 타 건설사와 달리 구체적인 금액을 제시했는데 적정가의 차액만큼 재산상의 이익이 될 수 있다고 봤다.

이밖에 건설사들이 제시한 혁신설계안도 서울시의 ‘공공지원 시공자 선정기준’을 위반한 것으로 봤다. 서울시는 지난 5월 이 규정을 개정하며 설계 변경은 사업비의 10% 이내에서 경미한 부분만 가능하도록 했는데 이를 넘어섰다는 것이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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