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재학교=의대입학사관학교’ 오명 씻을까

서울과학고 ‘의학계열 진학 억제방안’ 눈길

기사승인 2019-12-03 0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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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예서 서울의대 보내야 돼요”, “나, 진짜 서울의대 너무 가고 싶어”….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JTBC 드라마 ‘SKY캐슬’의 대사 중 일부다. 왜 다들 의과대학에 가고 싶어할까? 고소득을 보장받으면서 사회적으로 높은 지위를 얻을 수 있다고 인식하기 때문이다. 과학고등학교에서 의대 진학율이 20%에 육박한다는 것은 의대에 대한 학생들과 학부모의 높은 선호도를 보여준다.

‘영재학교=의대입학사관학교’ 오명 씻을까

서울과학고가 2일 ‘의학계열 진학 억제방안’을 발표했다. 해당 과학고를 비롯해 입시 전문가, 시민단체 등은 이 방안에 대해서 어떻게 바라볼까?

서울과학고는 기존에도 의대 지원자에게 장학금을 돌려받고 교사 추천서를 써주지 않는 등으로 의대 진학을 억제해왔다. 이런데도 최근 몇 년간 해당 학교의 의대 진학률이 20% 안팎을 유지했다. 방안의 골자는 내년 신입생부터 의학 계열에 지원하면 교육비 환수 및 교내 수상실적을 취소하는 등을 하겠다는 것이다.

서울과학고 관계자는 “이 학교는 영재학교법에 따라 과학·기술 인재를 키우고자 설립된 영재학교”라며  “기존에도 꾸준히 의대로 진학 시에 불이익이 있다고 안내했다. 이번 결정은 학교 내부에서 지난 3월부터 충분히 논의했고 전국 8개 영재학교의 정책을 모니터링해서 정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시대적인 요구에 따른 정책 발표”라면서 “과학영재를 키우는 의미로 국민의 세금이 들어갔다. 적절하게 쓰일 수 있도록 도덕적인 책무를 주는 제도”라고 설명했다.

관련해 서울시 교육청은 “영재학교 취지에 맞게 운영돼야 했는데 의대로 가는 통로로 많이 알려졌었다”며 “학생들은 성적이 좋기 때문에 의대를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경향이 있다. 해당 방안은 학교 측에서 먼저 제안했다”고 말했다.

반면, 다소 급진적인 방법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종배 공정사회를 위한 국민모임 대표는 “설립 목적, 건학이념을 지키도록 한다는 데에는 원칙적으로 동의한다”면서도 “이해당사자·전문가·시 교육청 등에서 논의를 거쳐서 최종적으로 결정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공론화 과정이 부실했다”는 비판적 견해를 드러냈다.

그러면서 “의학도 과학에 포함되는 학문이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며 “의료계에서도 과학고의 인재가 필요할 수 있는데, 그런 인재를 의대로 진학하지 못하게 한다는 것은 국가적인 손실로 볼 수도 있다. 학교에서 억제방안을 펼칠 것이 아니라 논의를 해야 했다”고 비판했다.

한편, 방안의 실효성에 의문도 제기된다. 오종운 종로학원하늘교육 이사는 “영재학교에서는 예전부터 이러한 조치는 취해지고 있었다”며 “조치가 좀 더 엄격해지는 정도로 보는 게 맞다. 약간의 부담은 있을 수 있지만, 의대를 희망하는 학생의 과학고 진학이 줄어들지는 의문이다”고 밝혔다.

아울러 “정부에서 등록금, 기숙사 비용 등을 지원하면서 이공계 영재를 육성하고자 하는데 학생들이 의대로 가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는 생각한다”면서 “극단적으로는 각오하고도 가는 학생도 여전히 있을 것 같다. 금액적인 면에서도 교육비 1500만원 환수는 의대를 포기하기에는 큰 금액으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노상우 기자 nswrea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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