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아닌 LH 행복주택, 서민들에게 패배감 안겨주나...하자부터 흙수저 광고 논란까지

기사승인 2019-12-05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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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들의 주거복지 향상에 힘써야할 LH가 청년 및 신혼부부들에게 오히려 패배감을 안겨주고 있다. 지난 10월 LH 국정감사에서 공공임대 아파트의 하자 문제에 대한 지적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여전히 하자 논란이 일고 있었다. 또 최근 행복주택 옥외광고에서는 금수저가 흙수저를 부러워한다는 식의 비아냥 섞인 내용이 담겨 청년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다만 LH는 자신들의 잘못을 적극 시인하고 본래 기업의 설립 목적인 서민들의 주거복지 향상에 적극 힘을 쏟고 있다.

◇끊임없는 하자 잡음=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온라인 국민임대아파트 커뮤니티에서는 LH 아파트의 하자 관련한 민원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하자 원인은 누수, 곰팡이, 결로현상 등 다양했다. 

한 입주민은 “LH가 아파트를 짓는 건 아니지만 관리감독을 제대로 안하고 시공사도 임대라 크게 신경을 안 쓰는 느낌이 많이 든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하자접수를 하기 위해선 신고절차가 복잡하다고 토로했다. 한 입주민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입주 시 변기에 문제가 많아 관리사무소에 얘기를 했더니 큰 문제가 없다고 해서, LH 측에 하자접수를 신청했는데 LH 측에서는 또 관리사무소가 있는 아파트단지는 해당 직원이 확인 후에 하자접수가 가능하다고 말했다”며 “대체 어디에 하소연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올해 4월에 입주해 지난 10월 입주 5개월 차가 된 한 입주민은 “이번 태풍이 오고 천장에서 비가 샜다. 관리사무소에 누수 문의를 했더니 연락을 준다고 해놓고 1주 동안 연락이 없고, LH 측에도 문의를 했더니 임대사업만 관리해서 관리사무소에 연락하라고 한다”며 “새집에 이사 와서 가구도 새 거고 나가려면 이사비용 등도 들고 스트레스가 만만치 않다”고 토로했다.

실제 지난 10월 LH 국정감사에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민경욱 의원(자유한국당)에 따르면 최근 4년간 장기임대아파트와 공공임대아파트에서 발생한 하자는 4만2550건에 이르렀다. 이는 전체 임대아파트 세대수인 23만9206세대의 18%로 5세대 중 1세대는 하자가 발생하는 것.

유형별로 보면 최근 4년간 도배 불량으로 인한 하자가 전체의 31.2%인 1만3285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타일 불량 21만375건 ▲오배수 등 9708건 ▲위생기구 불량 4517건 순으로 집계됐다. 주택 유형별로는 장기임대아파트가 전체 세대수의 7.3%인 8508건, 공공임대아파트가 27.6%인 3만4042건의 하자가 발생했다.

LH 관계자는 “하자가 발생하는 이유는 복합적이고 다양하다. 가령 수리 받는 분들에 따라 체감하는 바가 차이가 나기도 한다”며 “하자의 경우 접수되면 보수, 착수가 최대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하자라는 게 겨울 동파, 여름 장마 등 계절적 요인을 크게 받는다. 특정 시점에 일이 집중되기는 한다”고 설명했다.

◇흙수저 광고 논란도=최근엔 LH 행복주택의 옥외광고물이 청년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행복주택은 국토교통부와 LH 대학생이나 사회초년생 등 주거 안정을 바라는 청년들에게 주변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에 가 공급하는 공공임대주택이다.

광고는 A와 B 두 사람이 카카오톡 메신저로 대화하는 형식으로 만들어졌다. A가 “너는 좋겠다”라고 하자 B는 “뭐가?”라고 반문한다. 그러자 A는 “부모님이 집 얻어 주실 테니까”라고 말한다.

이어 B는 “나는 니가 부럽다”고 한다. A가 “왜?”냐고 묻자 B는 “부모님 힘 안 빌려도 되니까”라고 답한다. 즉 혼자 힘으로 살 집을 마련해야 하는 A가 부모의 재정 능력 덕분에 집 걱정 없는 B를 부러워하자, B는 오히려 A의 고충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광고 말미에는 “내가 당당할 수 있는 家! 행복주택. 대한민국 청년의 행복을 행복주택이 응원합니다”라는 문구가 쓰였다.

LH 측은 “의도와 다르게 잘못 표현됐다”며 교체를 진행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LH 관계자는 “현재 해당 광고판 철거에 착수했다. 다른 걸로 교체하고 있다”며 “당초 취지는 청년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겠다는 의도였다”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행복 아닌 LH 행복주택, 서민들에게 패배감 안겨주나...하자부터 흙수저 광고 논란까지◇그럼에도 서민주거복지=이같은 하자 및 광고 논란에도 불구하고 LH는 입주민의 복지 향상을 위해 지속적으로 힘쓰고 있다. LH는 최근 진주 LH 본사에서 한국사회복지관협회, 주택관리공단과 함께 ‘임대주택 입주민 정신건강 증진 등 복지 향상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은 영구임대주택을 공급하는 LH, 단지관리를 담당하는 주택관리공단, 임대단지 내 사회복지관을 총괄하는 한국사회복지관협회 각 기관이 상호 협력강화를 통해 입주민 정신건강과 복지 향상을 도모하기 위해 체결됐다.

각 업체별 담당하는 업무는 ▲입주민 복지증진 위한 사회복지관·주택관리공단 활동 지원 및 치료기관 등 유관기관과의 협력체계 구축(LH) ▲입주민 상담, 사례관리, 치료연계 등의 서비스 제공(한국사회복지관협회) ▲입주민 정보공유 및 복지관 프로그램 지원(주택관리공단) 등이다.

각 기관은 공동 워크숍, 토론회 등 정례적 협의체계를 구축해 이번 협약에 대한 실효성을 확보하기로 상호 합의했다.

변창흠 LH 사장은 “국민들의 삶에 실질적 변화를 주기 위해서는 주거안정 뿐만 아니라 종합적인 생활복지체계 구축이 필요하다”며 “이번 협약을 통해 공공임대 입주민 삶의 질을 높이고 임대주택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는데 소중한 밑거름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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