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그들도 속았다

기사승인 2019-12-19 16:4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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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력 무관, 학력 무관, 나이 무관, 급여 월 300이상.

요즘 같은 취업난에 이러한 조건의 공고가 나면 얼마나 많은 사람이 몰릴까요. 그것도 신입사원 모집이라면 말이죠. 최근 대학가에 붙은 한 채용 공고문이 화제입니다. 나이도, 학력도 경력도 보지 않겠다는 이 채용문에는 예상치 못한 메시지가 숨어 있습니다. 

대구가톨릭대 게시판과 페이스북 등 SNS에서는 ‘경력 무관, 학력 무관, 나이 무관’이라는 지원 자격과 함께 월 300만원 이상의 급여를 지급한다는 내용의 공고문이 지난 17일 올라왔습니다. 여기에 ‘지원서 작성 및 상세요강은 아래 QR코드를 찍어주세요’라는 문구도 함께 쓰여 있었죠. 휴대폰으로 해당 QR코드를 인식하면 포스터 한 장이 뜹니다. 해당 이미지에는 ‘1930년 그들도 속았다. 조선인 여성이 일본군 위안부로 동원된 방식은 취업 사기로 인한 유괴, 인신매매 등 명백한 강제징용이다’라는 메시지가 담겨있습니다. 또 ‘우리가 반드시 기억해야 할 진실, 과거는 기억하지 않으면 되풀이된다’는 내용도 적혀있습니다. 

[친절한 쿡기자] 그들도 속았다그렇습니다. 해당 공고문은 실제 신입사원 채용 모집이 아니라 위안부 문제에 관심을 갖도록 만들어진 광고물입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240명 중 현재 생존자는 단 20명. 이 중 그 누구도 일본의 사과를 받지 못했습니다. 피해자 대부분은 일본에게 속아 혹은 강제로 끌려가 갖은 고초를 겪게 되었는데도 말입니다. 일본은 지금까지도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위안부뿐일까요. 일제강점기 당시 일제의 회유와 강압으로 탄광, 군수 공장 등에서 노역을 해야 했던 강제동원 피해자들도 있습니다. 이들 역시 ‘돈을 벌게 해주겠다’ ‘네가 가면 가족들은 데려가지 않겠다’ 등의 말에 속아 죽을 때까지 일해야 했습니다. 

위안부 광고물을 만든 대구가톨릭대 광고홍보학과 4학년 엄모씨(24)는 채용 공고문 제작 배경에 대해 “올바른 역사를 알리고 싶어서”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작지만 기발한 아이디어를 통해 잊혀가는 역사 문제를 짚어보겠다는 취지입니다. 사과와 반성 없는 일본에 마냥 기대를 걸고 있을 수는 없습니다. 정확히 알고 제대로 기억하고 있어야 끝까지 싸울 수 있다는 걸 상기해야 합니다. 일본이 역사를 왜곡하더라도 우리가 기억하는 한 진실은 달라지지 않는다는 걸 보여줘야 합니다. 

민수미 기자 mi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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