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사승인 2019-12-31 19:5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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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쿡기자] 그럼에도 불구하고또 이렇게 한 해가 갑니다. 2019년 12월 마지막 날. 올해도 어김없이 기쁨보단 슬픔이, 만족보단 후회가 많은 날의 연속이었습니다. 우리 사회도 마찬가지입니다. 웃는 날보다는 울고 한숨짓는 날들이 대부분이었죠.

기억을 더듬어보면 지난 1월부터 씁쓸한 소식 속에 살아야 했습니다. 헌정사상 최초로 사법부 수장이 구속기소 됐기 때문입니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받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혐의는 무려 47가지. 양 전 대법원장뿐 아니라 박병대·고영한 전 법원행정처장(대법관),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등 10명의 전·현직 법관들이 관련 의혹에 연루되어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사고도 끊이지 않았습니다. 4월에는 강원 고성·속초, 강릉·동해, 인제에서 잇따라 대형 화재가 발생, 2명이 목숨을 잃고 658가구 1524명이 삶의 터전을 잃었습니다. 5월에는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에서 일어난 유람선 허블레아니호 충돌 침몰사고로 한국인 승객 26명이 숨지는 비극이 일어나기도 했죠.

클럽 ‘버닝썬’ 사건으로 유명인의 성폭행 의혹, 만연해 있는 마약과 성매매 그리고 경찰 유착까지, 사회의 추악한 민낯을 마주하고 절망해야 했고요. ‘진주 아파트 방화 살인사건’의 안인득, ‘제주 전 남편 살인사건’의 고유정 등 점점 끔찍해져 가는 강력 범죄 앞에서 인간의 존엄성과 생명의 가치를 시험해야 했습니다. 

물론 희망의 빛을 본 순간도 있습니다. 청주 한 야산에서 실종된 여중생이 11일 만에 기적적으로 가족 품에 안겼고, 66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진 낙태죄로 여성들이 잃어버렸던 자기 결정권을 보장받게 됐습니다. 또 장기 미제였던 화성 연쇄살인 사건 유력 용의자를 33년 만에 특정하기도 했죠. 이는 한국 과학 수사 분야의 비약적인 발전을 보여준 순간이자 ‘완전 범죄는 없다’는 범죄자를 향한 경고이고 누명으로 20년 세월을 허망하게 보낸 한 남자의 외로운 외침이 드디어 세상의 빛을 보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지금도 나라를 뒤흔드는 사태가 계속되고 있지만, 힘겹게 발을 떼며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확실합니다. 내년에도 힘들 겁니다. 온갖 사건·사고로 격랑에 휩쓸릴 테고요. 혼란의 시대 속 많은 이가 갈피를 잃을 겁니다. 그러나 우리는 압니다. 오늘과 다를 것 없는 내일일지라도 생각의 방향을 희망으로 틀었을 때 보이는 기회 빛을 말이죠. 매년 1월1일, 떠오르는 해를 보고 비는 그 간절한 염원 속에 결국에는 모두의 길이 있음을 말입니다. 

민수미 기자 mi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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