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파병’ 두고 고심하는 정부…이라크 파병과는 다른 길 걷나

이소연 / 기사승인 : 2020-01-08 06: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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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이란의 관계가 살얼음판을 걷는 가운데, 정부가 ‘호르무즈 해협 파병’을 고심하고 있다. 지난 2004년 ‘이라크 파병’ 때와는 다른 선택을 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인철 외교부 대변인은 7일 정례브리핑에서 “(호르무즈) 해협 인근을 통항하는 한국 선박과 국민 보호 필요성, 해상 안보를 위한 국제적 노력의 기여 등을 감안해서 다양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여러 부처 간 검토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미국은 국제적인 연합 호위 함대를 구성해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에서 치안활동을 하자고 우리 정부에 제안했다. 정부도 이에 대한 검토를 진행했다. 그러나 최근 미국과 이란의 관계가 일촉즉발 위기에 놓였다. 호르무즈 해협은 북쪽으로 이란과 맞닿아 있다. 미국을 주축으로 하는 함대가 호르무즈 해협에서 치안활동을 할 경우, 이란은 ‘위협’으로 인식할 가능성이 크다. 치안활동 참여가 전쟁 가담으로 보이게 될 위험이 있다. 

정부는 신중을 기하고 있다. 김종대 정의당 의원은 같은 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국방부 등의 상황을 전하며 “우리 정부가 파병을 결정할 가능성은 당분간 희박해 보인다”라고 진단했다. 그는 “국방부의 공식 입장은 미국으로부터 ‘정식’ 파병 요청은 없었다는 것”이라며 “소말리아 해역에서 활동 중인 청해부대의 작전 지역을 호르무즈 해협까지 넓히는 방안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오후 방미길에 올랐다. 미국과 일본 고위급 인사들과 만나 중동 정세를 포함, 다양한 내용을 논의할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지난 2004년 노무현 정부 당시 ‘이라크 파병’의 사례를 반면교사 삼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미국의 요청에 따라 이라크 전쟁’이 벌어지던 2004년 전투부대인 자이툰부대를 이라크에 파병했다.  

당시 찬반 여론은 갈렸다. 찬성 측에서는 한미동맹 강화를 위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반대 측에서는 ‘명분 없는 전쟁’에 참여한다고 비판했다. 호르무즈 해협 파병도 이러한 사회적 갈등을 다시 촉발시킬 수 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의 우군인 ‘진보 진영’에서 크게 반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참여연대는 “호르무즈 해협에 장교는 물론 청해부대도 파견해서는 안 된다”며 “정부는 미국과 이란 사이 갈등에 군사적으로 개입하고 지원하는 그 어떤 행동에도 나서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중동 지역 교민의 피해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이라크 파병이 결정된 후 고(故) 김선일씨 등 이라크 지역에서 일하던 한국 민간인들이 무장단체에 납치·살해됐다. 현재 이란에는 우리 교민이 290여명, 이라크에는 1600여명이 체류 중이다. 

핵합의를 두고 삐걱대던 미국과 이란의 갈등은 지난 3일 폭발했다. 미국 국방부는 이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미군이 거셈 솔레이마니 쿠드스군(이란혁명수비대 정예군)을 살해했다고 발표했다. 솔레이마니 사령관은 쿠드스군의 총사령관으로 이란의 역내 전략 설계의 주요 인물로 꼽힌다. 

이란은 이에 대한 보복을 예고했다.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솔레이마니 사령관을 죽인 ‘범죄자’에게 가혹한 보복이 기다리고 있다”는 긴급 성명을 발표했다. 이란 주요 사원에는 ‘복수’를 의미하는 적기(赤旗)가 걸렸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