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의사를 만나다] "조현병, 무서운 병 아니에요"

전미옥 / 기사승인 : 2020-02-04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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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환자 "조현병 걸렸다고 꿈 포기할 이유없어"

"제가 조현병에 걸릴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

최근 진료실에서 만난 26세 조현병 환자 이하늘(가명·남)씨는 "운동을 오래해서 나름 멘탈이 건강하고 생각했는데 너무 암담했다. 좌절감도 있었다"며 진단 당시를 회상했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줄곧 운동선수 코스를 밟아온 이씨는 지난 2015년 군복부 중 조현병을 진단받았다.

조현병은 도파민을 중심으로 한 신경망에 교란이 생겨서 발생하는 질환이다. 전체 인구의 약 1% 정도 유병률로 비교적 흔하게 발생한다. 과거 정신분열병으로 불렸지만 질환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 해소를 위해 2011년 조현병으로 개명됐다. 꾸준히 치료한 경우 자타해 위협이 없고, 정상생활 영위가 가능하다.

5년여 동안 이씨의 치료를 담당해온 주치의 박병선 대성정신건강의학과 원장은 "군의관으로 근무하던 시절 환자를 만났다. 당시 군재판에 회부될 정도로 정신적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며 "꾸준히 약물치료를 받아왔고 현재 일상생활을 잘 유지하며 지내고 있다. 환자와는 함께 치료를 해나가는 동반자 관계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실제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은 조현병이 가장 많이 발병하는 시기다. 한국 남성의 경우 주로 20대 초반에 군대에 입대하기 때문에 군복무 중 조현병 진단이 많은 편이다. 박 원장은 "군대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조현병이 발병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통계를 바탕으로 보면 직접적 원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보통 12~13세에 뇌 형성이 마무리되는 청소년기 이후 스트레스 등으로 회로의 균형이 깨지기 시작해 실제 증상으로 발현되는 시기가 20대 초반쯤이다"라고 설명했다.

조현병을 인한 뇌손상 진행을 막기 위해서는 빠른 진단과 꾸준한 치료가 중요하다. 그러나 환자 스스로 정신질환을 인정하게 만드는 것, 그리고 약물치료에 대한 편견이 치료과정의 어려운 점으로 꼽힌다. 이 씨도 "처음에는 완치도 아니고 고작 병을 유지하기 위해 병원에 오나 하는 생각에 약 먹기를 중단했다가 두 번 정도 재발을 경험했다"며 "환자 입장에서 질환을 받아들이는 점, 그리고 매일같이 약을 먹어야 한다는 점이 가장 어려운 부분이었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박 원장은 "정신질환은 감기나 장염과 다르게 환자 스스로 질환을 인정하기 어려워하는 경향이 있고 이로 인해 치료를 통해 증상이 완화되면 자신이 다 나았다고 생각해 약물 복용을 중단하는 경우가 많다. 약물복용 중단은 곧 증상의 재발로 이어지기 때문에 환자 스스로 병에 대해 올바로 인식하는 것이 치료의 완결"이라며 "이 과정이 평균적으로 5년 정도 걸리는데, 공교롭게도 이 시기는 조현병 치료의 ‘골든타임’으로 불리는 시기다. 이 시기에 빠르고 정확한 진단 하에 꾸준히 약물치료를 진행해야 정상적으로 회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매일 약물을 복용해야 하는 것이 어려운 경우 장기지속형 주사제 등 치료옵션을 고려해볼 수 있다. 장기지속형 주사제(Long-Acting Injection)는 한 달에 한 번 혹은 석 달에 한 번의 주사 투여로 약물치료를 할 수 있는 치료제다. 박 원장은 "약물 복용을 중단해 질환이 재발하면 나중에는 더 높은 농도의 약물을 사용해야 하고, 재발을 거듭할수록 회복할 수 있는 정도도 점차 낮아지게 된다. 이때 도움을 줄 수 있는 치료제가 바로 ‘장기지속형 주사제(Long-Acting Injection)’"라며 "한 달에 한 번 혹은 석 달에 한 번 주사투여로 치료하기 때문에 환자들 입장에서 매일 약을 잊지 말고 복용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떨칠 수 있다. 또 환자의 신경회로를 잘 보호하면서, 재입원, 사망률을 낮추는 데 효과적이다"라고 설명했다.

조현병 치료 과정에서 가장 강조하는 점은 바로 '믿음'이다. 박 원장은 "치료를 하면 분명히 좋아질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길 당부한다. 우선 자신의 정신질환을 받아들이고 잘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당뇨환자도 철저한 식단관리, 운동관리로 일반인보다 더 건강하게 사는 경우가 많지 않느냐"며 "질환을 터닝포인트 삼아 잘 관리하고 이를 통해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 혼자서만 고군분투하는 것이 아니라 보호자와 치료진과 함께라면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씨는 "조현병은 죽는 병도 아니고 일상생활에 제약을 주는 병도 아니다. 꿈을 포기할 이유도 없다"며 "아팠던 경험을 바탕으로 운동과 심리치료를 접목한 전문가가 되어 비슷한 상황에 있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며 웃었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