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증환자로 꽉 찬 대형병원, 발로 뛰며 빈 응급실 찾는다

'병원 전원' 수요 늘지만 119응급상담 한계…‘1339응급의료정보센터’ 복원 주장도

기사승인 2020-02-15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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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증환자로 꽉 찬 대형병원, 발로 뛰며 빈 응급실 찾는다

[쿠키뉴스] 유수인 기자 = “꽤 많은 분들이 병원에 직접 연락을 주세요. 응급실 자리 있냐고 전원을 시켜야 하면 보통 교수님이 개인적으로 다른 병원의 교수님에게 연락을 하거나 응급실 핫라인을 이용하죠.”

서울 소재의 한 대학병원 관계자의 말이다. 경증환자가 대형병원 응급실을 이용하는 등의 문제로 병원 간 전원 사례가 발생하면서 적정시간 내 최종 치료병원에 도착하는 비율이 50%밖에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환자와 보호자들이 병원에 직접 연락해 빈 응급실을 찾는 상황도 발생하고 있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한 해 응급실 이용자는 매년 약 1000만명 수준이다. 권역응급의료센터 내원 환자 중 중증응급환자는 약 51%를 차지한다.

경증환자가 대형병원 응급실에 몰릴 경우 중증응급환자의 치료가 어려워지고 국가적 의료비가 증가할 수 있다. 그러나 일반인이 환자의 중증도를 판단하긴 어렵고, ‘응급상황’이라는 기준이 모호해 경증‧중증 구분 없이 대형병원 응급실로 환자가 집중되고 있다. 현장과 이송, 병원간 중증도 분류기준도 다르고 119구급대는 개별 구급대의 역량 등에 따라 좌우되기 때문에 적절한 병원으로 이송되는 비율은 2018년 기준 77% 정도에 불과했고, 적정시간 내 최종 치료병원 도착 비율은 52.3%였다.

병원 간 전원 요청 건수도 늘고 있다. 현재 중증응급환자의 병원 간 전원조정 업무는 국립중앙의료원 내 중앙응급의료상황실이 하고 있다. 상황실 관계자에 따르면 2018년 5188건, 2019년 5993건의 전원요청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러한 부작용을 막고자 환자 중등도에 따라 적정 병원을 안내할 수 있도록 하는 ‘119응급상담제도’를 시행하고 있지만 국민들의 인지도‧이용률은 낮은 편이다. 2016년 45.4%였던 인지율은 2018년 49.1%로 소폭 상승했을 뿐이다. 전문 상담요원도 부족한 상황이다. 구급상황관리사 210명 중 간호사는 18.6%인 39명에 불과하고 의사‧약사는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서는 2012년 사라진 ‘1339 응급의료정보센터’를 복원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병원 간 전원’ 문제를 보다 직접적이고 적극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1339 센터는 ‘119응급상담제도’의 오리지널 버전으로, 질병관리본부 1339콜센터와는 전혀 다른 개념이다. 

1339센터는 지난 2001년 중앙응급의료센터 및 12개 권역응급의료센터에 설치된 이후 일반인에게 응급의료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응급’ 상황과 ‘일반’ 상황을 구별할 수 있도록 돕고, 구급대와 병원간 전원 업무를 조정하는 역할을 했다. 그러나 응급환자 이송이나 상담·안내 업무를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119와 통합, 각 시·도소방본부종합상황실에 ‘119구급상황관리센터’를 설치하고 모든 응급의료 서비스를 한번에 받을 수 있도록 했다. 폐지 당시 전국 1339센터에는 응급구조사 및 간호사로 구성된 10~15명의 일반직원과 4~5명의 공중보건의가 24시간 체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119구급상황관리센터’와 다른 점은 ‘병원 간 전원’ 부분이다. 조석주 부산대 응급의학과 교수는 “구급대는 신속한 응급실 인계를 원하는 반면 응급실 사정을 잘 모른다”며 “1339 센터는 지역 내 의료진간 연결을 돕기 때문에 전원 조정이 수월해진다. 센터의 중재 하에 각 병원 의료진은 자신이 진료하기 어려운 환자를 전원시키고, 반대로 수용하며 신뢰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조 교수는 “현재 17개 광역 지자체에 응급의료지원센터가 설치되고 그 정보가 중앙응급의료센터에 제공되고 있다. 중앙센터가 지자체, 의료기관을 연결하는 행정적 역할을 하고 있지만 환자, 구급대, 병원 의료진을 직접 상대하는 실무적 역할이 소실됐다고 본다”며 “특히 서울 1곳에 설치된 상태로는 원활한 업무수행이 불가능하다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각 지역에 설치돼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적절한 환자를, 적절한 시간에, 적절한 병원에’라는 응급의료 목적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전국 17개 응급의료지원센터 중 6~7개소에 전화상담 기능을 복원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장에서는 밀려드는 응급환자를 전원시키기 위해 중앙응급의료상황실에 요청을 하면서도 동시에 개인, 응급실 핫라인 등을 통해 조정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 병원 관계자는 “상황이 급하니까 동시다발적으로 요청을 보내고 있다. 중앙에 요청을 보내기도 하지만 의료진끼리 연락을 해서 조정하는 경우도 많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1339 센터를 복원하는 것보다도 지자체의 관심이 높아지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박재찬 응급의료과장은 “지역마다 응급의료체계가 구축돼 있고 지역마다 구급상황관리센터가 있다. 병원 전원 등 응급의료와 관련 문제를 수행하기 위해 만들어진 조직”이라면서 “그러나 소방만 그 역할을 할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지자체와 지역 의료기관의 협조가 중요하다. 또 의료자원 분포나 지역 특성 부분을 고려하는 건 중앙정부에서 할 수 없기 때문에 시도, 시도 소방, 시도 의료기관에서 그림을 그려야 한다”고 전했다.

한편, 복지부는 중증응급환자가 적정시간 안에 최종 치료기관에 도착하는 비율을 오는 2022년 60%까지 올리기 위해 응급상담 전문성 및 인지도를 제고하고 전원 제도를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또 경증환자의 상급병원 응급실 유입 조정 및 퇴실을 유도하기 위해 합리적 응급실 선택구조를 마련하는 등 중증도별 최적의 진료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suin92710@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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