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여파 헌혈 급감… 혈액제제 ‘알부민’ 공급 문제 없나

/ 기사승인 : 2020-03-13 02:00:00
- + 인쇄

제약사들, 사태 장기화 대비 혈액 공급경로 골몰

[쿠키뉴스] 한성주 기자 = 코로나19 확산이 ‘알부민’ 공급에 직격탄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알부민은 사람의 혈액을 정제해 얻은 성분으로 만든 혈장분획제제 약품이다. 혈액을 원심분리기에 넣고 돌리면 혈구와 혈장으로 분리된다. 이 중 혈장에서 알부민·글로불린 등 단백질을 추출해 가공한 것이 혈장분획제제다. 국내에서 알부민을 취급하는 제약사는 GC녹십자, SK플라즈마 등 두 개사다. 이들은 각각 ‘녹십자알부민주’, ‘에스케이알부민’ 등을 생산·공급하고 있다.

코로나19가 맹위를 떨치면서 최근 국내 혈액 보유량이 급감하자 알부민 공급 우려도 고개를 들고 있다. 통상 신종 감염병이 유행하면 헌혈을 기피하는 심리가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2009년 신종인플루엔자의 확산이 6개월 이상 지속됐을 당시에도 국내 혈액 보유량은 O형과 A형 기준 1.5일분까지 떨어졌다. 코로나19 확산이 3개월간 지속되면서 국내 혈액 보유량은 12일 기준 적혈구제제는 4.1일분, 농축혈소판은 1.8일분까지 줄었다. 참고로 혈액관리본부가 규정하는 안정적 혈액 보유 기준은 5일분이다. 

의료기관은 알부민을 반드시 일정 수량 비축해 놓아야 한다. 알부민은 화상, 간경변 등을 비롯해 출혈성 쇼크 위험이 있는 외과·산부인과 수술에 필요하기 때문에 사용도가 높다. 때문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알부민을 ‘생산·수입·공급 중단 보고대상 의약품’으로 분류해 관리하고 있다. 이는 공급 중단이 예상되면 중단시점 60일 전에 보건당국에 알려야 하는 의약품을 말한다. 

우리나라는 알부민 부족 사태를 앞서 겪은 적이 있다. 2008년 헌혈 부족으로 국내 알부민 재고가 바닥을 드러내자, 중소병원은 수술을 연기하거나 대형병원으로 환자를 전원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일부 대학병원들은 하루에 처방할 수 있는 알부민 수량에 제한을 두기도 했다. 당시 보건복지부는 대한적십자사뿐 아니라 민간 혈액원에서 채혈한 혈장도 혈장분획제제의 원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혈액관리법과 약사법 시행규칙을 개정, 가까스로 위기를 넘겼다.

현재 제약업계는 당장의 알부민 대란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기업들은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를 대비해 나름의 대책을 준비해둔 모양새다. 우선 GC녹십자 관계자는 “국내 생산·공급 제품의 원료 혈액은 모두 대한적십자사를 통해 국내에서 구입하고 있는데, 이는 통상 3~4개월 전에 채혈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코로나19 확진자가 최초 발생한 1월을 기점으로 4개월 뒤인 5월까지는 약품 공급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5월 이후 적십자 측에서 공급하는 혈액량이 줄어들 수 있어, 미국을 비롯해 해외 공급로를 활용하는 방안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밝혔다. GC녹십자는 미국에 12곳, 중국에 4곳의 혈액원을 두고 있다.

SK플라즈마 관계자도 “혈액제제 제품의 재고가 충분하고 혈액 수급에도 변동이 나타나지 않았다”면서도 “코로나19 확산이 지속될 경우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SK플라즈마는 해외 혈액원은 없지만, 그동안 국내 혈액과 미국 수입 혈액을 모두 원료로 사용해 왔다. 다시말해 향후 국내 수요에 따라 혈액 수입량을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그는 “안정적인 원료 수급을 위한 미국 현지 혈액원 설립도 검토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식품의약품안전처 혈액제제검정과 관계자는 “최근 헌혈 감소로 알부민 부족을 걱정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일각의 우려를 일축했다. 이 관계자는 “국내 혈액 수급은 헌혈에 전적으로 의존하지만, 해외는 매혈이 활성화된 국가가 다수”라며 “원료 혈액은 수입을 통해 수급 안정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된다고 해서 해외의 매혈시장이 수축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식약처는 주기적으로 해외 혈장제조소 현장실사를 나가며 재고와 품질을 관리하고 있다”고 말해 알부민 대란 가능성에 대해 선을 그었다.

castleowner@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