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적 폭락장' 증시 점령한 코로나19 공포…"메르스 때보다 심각한 사태"

기사승인 2020-03-13 13:4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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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적 폭락장' 증시 점령한 코로나19 공포…[쿠키뉴스] 지영의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공포가 글로벌 증시를 장악했다. 이날 장 초반부터 코스피는 8%, 코스닥은 12%가 넘는 대폭락장이 연출됐다. 개장 직후 주가 급락에 미국 9·11테러 이후 20년 만에 유가증권시장에서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되는 사태도 이어졌다. 금융권에서는 시장 급락폭 대비 회복 속도가 더디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장 초반부터 8%대의 기록적인 폭락세를 기록했다. 코스피가 1700선이 무너진 것은 지난 2011년 이후 처음이다. 코스닥지수도 오전 중 13%대 이상의 낙폭을 보이며 500선을 하회하기도 했다.

한국거래소는 이날 오전 전날에 이어 2일 연속 유가증권시장 매도 사이드카를 발동했다. 이어 오전 10시44분에는 서킷브레이커까지 발동했다. 코스피에서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된 것은 미국에서 9·11테러 사태 당시인 지난 2001년 9월12일 이후 18년6개월 만에 처음이다.

매도 사이드카는 선물가격이 1분 이상 5% 넘게 하락할 경우 발동, 5분간 프로그램 매도호가 효력이 정지된다. 서킷브레이커는 지수가 전일 종가지수 대비 10% 이상 폭락한 상태가 1분 이상 지속되면 발동된다. 발동시에는 현물주식 뿐 아니라 선물과 옵션의 모든 주문이 20분간 일체 중단되고 이후 10분간 동시호가를 접수해서 매매를 재개한다.

코스피 하락폭은 지난 1월20일 국내에서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나왔을 시점(2262.64)과 비교하면 전날까지 약 2개월 사이 428.31p(18.9%)나 빠졌다. 이날 장 종료까지 낙폭을 감안하면 감소폭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코로나19 확진자가 전 세계적으로 급증세를 타면서 경기 악화에 대한 우려가 심화되는 양상이다. 주요국 경기부양책은 타격을 받은 시장의 투자심리를 회복할만한 수준에 못미치고 있다. 전날 오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내놓은 대국민 담화에는 유럽에서 미국으로의 모든 입국을 30일간 제한한다는 내용이 주를 이뤘으며 구체적인 부양책이 없었다.

코로나19 장기화 우려 속에 한국의 소비심리는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크게 꺾인 것으로 나타났다. OECD에 따르면 지난달 한국의 소비자 신뢰지수는 한 달 전보다 0.4p 하락한 99.6을 기록해 자료 집계가 완료된 OECD 25개국 가운데 낙폭이 가장 높았다.

금융권에서는 시장 폭락 추세가 장기화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12일 발간한 자료에 따르면 시장 회복속도가 과거 감염병 사례와 비교해 현저히 더딘 수준이다. 과거 감염병 확산 시 금융시장 가격변수는 사스 당시 장기금리를 제외하면 충격 발생 후 13거래일 이내에 직전 수준을 회복했다. 

신종플루 때는 코스피는 2일, 국고채금리는 원상회복까지 3일이 소요됐다. 메르스는 각각 12일, 13일이 걸렸다. 하지만 이번 코로나19 확산 이후에는 주가와 장기금리 모두 발생 한달이 지나서도 직전 수준을 크게 밑도는 상황이다.

증권업계에서도 역대 전염병 사태와 비교해 훨씬 심각한 상태라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현대차증권 김중원 투자전략팀장은 "지난 2015년 2분기는 메르스 사태에 따른 내수침체 영향으로 코스피 발표실적은 전망치를 10% 하회했다. 그런데 현재 코로나19 상황은 메르스 당시보다 훨씬 심각한 상황"이라며 "좀 더 보수적 전망치를 하향 조정(-15%)할 필요가 존재한다. 코로나19 상황이 연내 지속될 경우 상장기업의 발표 실적이 전망치 대비 15% 이상 하회할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기준 올해 코스피 순이익 전망은 111.8조원이며, 15% 하향조정 할 경우 95.04조원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해외증시도 이주들어 연일 기록적인 폭락세를 이어갔다. 특히 미국증시에서 이주들어 패닉장이 지속됐다.

뉴욕증시에서 우량주 중심의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이주들어 4600p넘게 빠졌다. 지난 9일부터 이날까지 총 4664.2p(18%)의 기록적인 감소폭을 보였다. 지난 9일 7%대 폭락한 데에 이어 보이며 2013.76p 폭락했고, 이날도 사흘만에 2352.60p(9.99%) 하락했다. 이날 다우 감소폭은 지난 1987년 '블랙 먼데이(-22.6%)' 이후 최대 낙폭이다.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되기 전인 지난달 초 다우지수가 2만8000선이었음을 감안하면 한달 사이 7000p 넘게 빠진 셈이다.

국내증시 외에 아시아권 증시에서도 패닉장이 열렸다. 

이날 오전 중 일본 증시에서 닛케이225지수는 20년 만에 장중 1800p 넘게 빠지며 10%가 넘는 낙폭을 기록했다. 홍콩 항셍지수(-6.73%)와 대만 자취안 지수(-7.23%)도 높은 하락폭을 기록했다. 중국증시도 3%대 후반의 높은 낙폭을 보였다.

ysyu1015@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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