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의숨결] 봄철 호흡기병 극복엔 양기(陽氣)부양 '소건중탕'

기사승인 2020-03-25 12:3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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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철 감기 극복엔 양기(陽氣)강화 소건중탕이 최고야
#글// 김남선 영동한의원 대표원장(한의학박사)

김남선 영동한의원 대표원장

36세 남성 직장인 A씨. 주말 내내 가벼운 발열에 목 안이 꺼끌거리며 살짝 아픈 느낌, 그리고 조금 몸이 오슬거리는 오한 증상을 호소했다. 딱 봐도 감기 같은데, 코로나19 확산 비상시국이라 그런지 병원 가기가 겁난다고 했다. 

실제 업무상 출근 시간이 빠른 그는 요즘 이른 아침과 낮의 심한 기온 변화 때문에 감기가 쉽게 떨어지지 않고 몇 주째 지속돼 고통이 심하다고 털어놨다. 때로는 침조차 삼킬 수 없이 심하게 목이 붓고 따끔거려 입맛이 없다고도 했다.

가미소건중탕(加味小建中湯)을 하루 3회 복용하도록 처방한 뒤, 2주간 지켜보기로 했다. 혹시 알레르기 등 과민반응이 일어나면 즉시 복용을 중지하고 전화 상담을 하도록 지도했다. 가미소건중탕은 작약감초탕(芍藥甘草湯)에 계지탕(桂枝湯)을 병증에 따라 적절히 혼합해 처방하는 한약이다. 면역력이 약한 노약자를 위해 만들어진 처방이라고 말해도 지나치지 않을 만큼 봄철 감기 극복에 더없이 좋은 한약이다. 건중(建中)이란 인간 신체의 한 가운데, 즉 위장을 중심으로 하는 내장(內臟)을 건강하게 한다는 뜻이다.

A씨는 2주 후 “열도 가라앉고 목도 더 이상 꺼끌거리지 않습니다. 주말엔 아이 돌보느라 쉬지 못해 다리가 무거웠는데 다리도 가벼워진 것 같고 왠지 좋은 기운이 붙은 것 같아요. 괜찮으면 더 복용하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목표로 했던 증상개선을 달성했으므로 약 처방은 더 이상 내지 않기로 했다. 대신 혹시 또 이상 증상이 나타나면 다시 방문하되, 봄나물 중심의 균형 있는 영양 섭취와 철저한 보온, 위생 관리에 신경을 쓰라고 당부했다.

계지탕은 피부도 튼튼하게 하고 기(氣)의 기능이 약한 사람, 즉 기관지가 약해 감기에 잘 걸리는 사람에게 양기(陽氣)를 부양해주는 효과가 있다. 재채기와 코막힘, 콧물을 달고 사는 알레르기비염 환자들은 물론 환절기만 되면 감기를 달고 사는 사람들에게 안성맞춤 처방인 셈이다.

작약감초탕(芍藥甘草湯)은 작약과 감초, 딱 두 가지 약재로 만드는 매우 심플한 처방약이다. 중국 후한시대에 편찬된 '상한잡병론(傷寒雜病論)'에 처음 등장했는데, 속칭 '거장탕(去杖湯)'으로 불리기도 하는 약이다. 작약감초탕을 복용하면 지팡이를 짚고 다니던 사람이 순식간에 지팡이 없이 걸을 수 있게 된다는 의미로 지어진 별명이다. 그만큼 진통효과가 뛰어나 장딴지 경련성 통증(비복근경련) 같은 골격근 경련성 통증을 치료하는 약으로 활용돼 왔으나, 몸살감기로 인한 근육통의 완화와 복통 등 위장 기능 저하 개선에도 활용되고 있다.

이런 계지탕과 작약감초탕을 섞어서 만드는 처방, 소건중탕은 노약자, 특히 허약 체질인 아이들의 기운회복 및 면역력 증진에 좋다. ‘허약아라고 하면 소건중탕이다’라고 할 정도로 일반인에게도 잘 알려져 있지만, 이 약이 어떤 연유로 허약 체질 개선에 좋은 약으로 자리 잡게 됐을까?

영동한의원 김남선 대표원장이 소건중탕이 감기, 알레르기비염 등 호흡기병 극복은 물론 어떻게 경련성 근육통 완화에도 효과를 나타내는지 설명하고 있다. 영동한의원 제공 

그것은 뚜렷한 약효 때문이다. 일화를 소개한다. 

얼마 전에 일본 후쿠시마(福島)현의 한 젊은 엄마로부터 편지를 받았다. 필자가 일본서 발행되는 부인용 잡지에 '허약아의 한방 치료'라는 제목으로 가끔 쓰는 글을 읽고 난 뒤의 상담을 받고 싶어졌다는 내용이었다.

그녀는 여섯 살 장남 아이가 간질 때문에 경련약을 먹고 있으나 부작용도 걱정이고, 마른 데다가 먹는 양도 적고 가끔 복통을 반복하기도 한다고 호소했다. 게다가 감기도 자주 걸린다. 필자가 그 글에서 언급한 사례의 증상과 거의 똑같다면서 양약 항알레르기제와 한약을 병용하는 것은 어떤가 하고 궁금해 했다. 

3번 정도 편지를 주고 받았을 때 그녀는 아이의 주치의가 한약 복용에 대해 탐탁하게 여기지 않고 있지만, 필자가 권한 처방 소건중탕을 복용시켜 보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마지막 편지에는 다음과 같이 쓰여져 있었다. “장남이 소건중탕을 먹기 시작한 지 반달이 지났습니다. 식사를 재촉한 적이 없는 아이가 요즘은 ‘밥 아직 안됐어, 빨리 해달라고 재촉합니다.” 효과를 본 것이다. 

요즘 하루 최저, 최고기온(일교차)이 10도 이상 오르락내리락하는 롤러코스터 날씨가 연일 이어지면서 그렇지 않아도 알레르기비염이나 만성비염 등 호흡기질환을 앓던 사람은 물론 일반인 중에서도 감기 때문에 곤욕을 치르는 이들이 많다. 대개 흔한 환절기 감기에 걸렸을 뿐이나 기침도, 재채기도 눈치가 보여 마음 놓고 못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호소하기 일쑤이다. 코로나19 감염자로 의심 받기 싫기 때문일 것이다. 

요즘 같이 큰 일교차 때문에 면역력이 떨어지기 쉬운 변덕스러운 봄 날씨일수록 호흡기 건강관리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하루 최저, 최고 기온이 10도 이상 차이가 날 정도로 일교차가 심하고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면 코로나19가 아니라도 감기를 비롯한 호흡기병에도 쉽게 걸리게 된다.
 
감기는 호흡기를 통해 바이러스가 전염되는 질환으로 신체 저항력이 떨어졌을 때 걸릴 가능성이 높다. 평소에 위생 관리를 청결히 하고 신체 면역력을 증진시키는 것이 최고 예방법이다. 특히 각종 세균과 바이러스로부터 몸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손을 자주 씻어야 한다. 그리고 코로나19 예방법과 같이 손으로 눈․코․입을 비비지 않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봄철 채소와 신선한 과일, 수분을 많이 섭취해 피로회복과 면역력을 증강시켜주는 것도 필요하다. 아울러 과다한 업무나 운동, 놀이로 체력을 소모하기보다는 평소 매일매일 꾸준한 운동과 충분한 휴식으로 면역력을 길러야 한다.

양기 부족으로 쉽게 지치고 감기에도 잘 걸릴 때, 심한 일교차로 알레르기 비염이 도질 때는 적절한 한약 처방을 복용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소건중탕에 쓰이는 계지탕과 작약감초탕이 바로 그런데 자주 쓰이는 처방약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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