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쿡리뷰] ‘다니엘 이즌 리얼’ 나 혼자 펼치는 정신분열 스릴러의 변주

이준범 / 기사승인 : 2020-04-0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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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엘 이즌 리얼’ 나 혼자 펼치는 정신분열 스릴러의 변주


[쿠키뉴스] 이준범 기자 = 장르적인 쾌감에 모든 것을 집중했다. 영화 ‘다니엘 이즌 리얼’은 빠르고 흥미롭게 달려가면서도 의외로 높은 신선도와 완성도를 놓지 않았다. 어디선가 잃어버린 정체성과 의미, 윤리성도 찾아서 함께 갔으면 더 좋았겠다.

영화 ‘다니엘 이즌 리얼’(감독 아담 이집트 모티머)은 평화로운 어느 식당에서 벌어진 끔찍한 무차별 총기 난사 사건으로 시작한다. 길을 가다 사망한 범인의 모습을 구경하던 어린 루크에게 다니엘이 함께 놀자며 손을 내민다. 그날부터 절친한 사이가 된 두 사람은 대부분의 시간을 함께 보내지만, 루크 어머니에겐 다니엘이 보이지 않는다. 그러다가 다니엘의 지시로 루크가 어머니를 죽일 뻔한 사건이 벌어지고, 상담을 받게 된 루크는 다니엘을 인형의 집에 가둔다. 시간이 흘러 대학생이 된 루크(마일즈 로빈스)는 다시 정신적으로 힘든 상황에 빠져 상담을 받다가 자신의 모습을 그대로 받아들이라는 의사의 말에 어린 시절 가둬둔 다니엘(패트릭 슈왈제네거)을 떠올린다.

‘다니엘 이즌 리얼’은 익숙한 장르를 조금씩 변주하며 흥미를 유발한다. 다니엘과 노는 어린 시절 루크의 모습은 ‘식스 센스’(감독 M. 나이트 샤말란)의 귀신 미스터리를 떠올리게 하고, 제2의 자아처럼 보이는 다니엘과 신체를 두고 다툼을 벌이는 장면들은 ‘23 아이덴티티’(감독 M. 나이트 샤말란)의 정신분열 스릴러 느낌이다. 빨간 정장을 입고 이전과 다른 폭력적인 인격을 보여주는 모습은 영화 ‘조커’(감독 토드 필립스)가 그린 파국 드라마와 흡사하다. 어린 시절부터 정신 문제로 힘들어하는 개인이 겪을 수 있는 자극적인 장르를 모두 끌어다 모았다. 덕분에 눈을 뗄 수 없는 긴장감이 영화 전반에 이어진다. 이렇게 혼잡한 영화를 마무리한 것만으로도 대단하다는 감탄도 나온다.

누군가의 정신분열, 제2의 자아, 환상을 다룬 영화 특유의 흐릿함, 얼버무림과 거리가 멀다는 건 큰 장점이다. ‘다니엘 이즌 리얼’은 처음부터 루크와 일정한 거리를 둔 상태에서 그에게 벌어지는 일을 관찰한다. 루크와 다니엘이 어떻게 균형을 이루는지 그리다가 조금씩 균열을 내는 식이다. 다니엘의 정체에 관한 힌트를 과감하게 던지는 선택은 어설프게 멋진 영상미를 뽐내는 것보다 훨씬 낫다. 다만 그 끝에 아무것도 없는 허망함까지 벗어던지진 못했다. 보는 순간엔 흥미롭지만, 극장을 나와 곱씹을 것이 별로 없다.

또 아쉬운 건 총기 난사 가해자를 다루는 방식이다. 처음부터 강렬한 인상을 남긴 무차별 살인 장면 자체는 사실 이후 내용에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총기 난사 장면에 문제를 제기하는 건 아니다. 다만 극악무도한 범죄자에게 나름대로의 이유를 부여해 변명의 여지를 열어놓는 전개가 필요했는지 의문이다. 비현실적인 이야기여도 불편할 설정인데, ‘다니엘 이즌 리얼’은 ‘리얼’을 지향한다. 영화가 끝나면 장르의 그림자에 숨어있던 폭력적인 장면들이 새롭게 보인다. 오는 9일 개봉. 청소년 관람불가.

bluebell@kukinews.com